데이터 표준화로 막힘 없는 자율주행 가속… ‘편리한 미래’ 성큼

정미경 기자

입력 2022-06-08 03:00 수정 2022-06-08 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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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차 내장 도로인식 센서론 한계… 보행자 포함 지속적 정보공유 필요
차량사물통신 등 데이터 활용 붐… 국표원, 현대차 등과 ‘K-동맹’ 협약
포럼 만들고 호환성 확보에 주력, 각종 데이터 300여종 표준화 논의
“전문가-실증단지들과 협의 통해 활용성 높고 검증된 표준 만들 것”


데이터 국가표준 작업반 전문가들이 자율주행 차량 및 관제센터에서 수집된 데이터에 대한 활용 방안을 논의하는 모습. 서울미래모빌리티센터·한국자동차연구원 대경본부 제공


원활한 자율주행차 시대 여는 국가 표준화 작업 본격화
“자동차 산업이 모빌리티 솔루션으로 진화함에 있어 자율주행 기술과 데이터의 중요성은 더욱 높아질 것입니다. 표준화된 데이터를 통해 더 안전하고 원활한 자율주행을 이룰 것으로 기대됩니다.” 국내 자율주행 데이터 표준화에 협력하고 있는 현대자동차 김동욱 부사장의 말이다. 안전성이 확보된 자율주행을 위해서는 차량이 스스로 주변 환경을 인지하고 판단하며 제어해야 한다. 이뿐만 아니라 인프라와 관제센터 등 주변 상황과 앞으로 발생하게 될 상황을 긴밀하게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과정은 데이터를 통해 이뤄진다. 차량사물통신(V2X)을 통해 주고받는 데이터들이 표준화돼 있어야 다양한 계층 간에 명확하고 신속한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 데이터 생태계에 표준화는 필수
2020년 10월 서해안고속도로에 짙은 안개가 끼면서 3건의 추돌 사고가 발생했다. 하행선 275km 지점 서해대교에서 25t 화물차 2대가 추돌했고, 뒤따르던 차량들도 급정거하면서 9대가 연속 추돌하는 대형 사고였다. 짙은 안개 때문에 차량들이 상황 파악을 하지 못해 생긴 사고였다.

도로교통공단 발표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안개가 낀 날 총 1185건의 교통사고가 발생해 105명이 사망했다. 경찰청 발표에 의하면 2020년 한 해에만 교통사고 사망자는 3079명에 이른다.

자율주행차 도입으로 기대되는 효과 중 하나는 사고율 감소다. 자율주행차는 자체 내장된 센서와 인공지능(AI) 기술을 기반으로 주변 상황을 인지해 인간보다 더 정확한 상황에 기반한 운전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자율주행차에 내장된 센서에도 한계는 있다. 카메라는 안개 상황에서 제 성능을 발휘할 수 없기 때문이다. 라이다(레이더를 목표물에 비춰 거리 감지) 등의 기술을 활용해 보완할 수 있지만 100% 성능 발휘를 기대할 수는 없다.

이 같은 센서의 한계 때문에 V2X 통신에 의한 정보데이터 활용이 떠오르고 있다.

V2X 통신은 기상 상태 이외에 다양한 도로 상황으로 센서가 제 기능을 발휘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긴급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자율주행차는 센서 정보와 V2X 정보 데이터를 이용함으로써 안전도를 최대한으로 높일 수 있다. 이를 위해 도로 인프라 및 주변의 차량과 보행자 등과 지속적으로 정보데이터를 공유해야 한다. 미래 자율주행차가 보여줄 모빌리티 서비스도 이 같은 데이터 활용에 기반을 둔다고 할 수 있다.

최근 자율주행차 상용화를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정부 부처와 지방자치단체들은 서울, 경기 성남시 판교, 대구 등에 실증단지를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 관제센터를 통한 데이터 기반 기술 상용화와 자율주행 서비스 개발을 추진하고 있으며 인프라 구축과 관련 법규도 잇따라 제정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데이터 생태계 구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호환성 확보”라고 입을 모은다. 데이터 활용 및 호환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타 지역으로의 서비스 확장과 협력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표준화를 통한 호환성 확보 필요성은 오래전부터 논의돼 왔다. 국가기술표준원은 2018년부터 자율주행차 표준화 포럼을 운영하고 있다. 2020년에는 ‘자율주행차 데이터 표준 K-동맹’ 업무협약(MOU)이 체결됐다. MOU에는 국가기술표준원을 비롯해 현대자동차, 서울시, 경기도, 대구시, 세종시, 한국표준협회 등 7개 기관이 참여했다. 포럼 산하에는 데이터 국가표준 작업반이 운영되고 있다.

포럼 운영사무국인 한국표준협회 강명수 회장은 “기술개발뿐만 아니라 실증 사업이나 기반 조성으로 표준 연계를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자율주행을 위한 C-ITS(차세대 지능형 교통체계) 분야에 참여하고 있는 기관들의 단체표준 연구도 진행돼 왔다.
○데이터 표준화가 보여주는 미래상
자율주행 데이터 표준을 위해서는 어떠한 환경에서 데이터 표준이 활용되는지, 활용 시 어떤 표준화된 데이터들이 필요한지를 규정하는 ‘시나리오 정의’가 필요하다. 포럼 산하 자율주행차 데이터 국가표준 작업반에서는 이러한 내용을 국내 실증단지 및 국내외 사례를 기반으로 표준화하고 자율주행 데이터 표준의 범위를 제시하고 있다. 현재 300여 종의 데이터 표준화가 논의되고 있다.

예컨대 자율주행 차량 간 주행 협상 상황에서 주행 주체가 되는 차량은 경합이 예측되는 상황에서 주행을 위한 협상 요청 신호를 주변 차량에 전달한다. 이때 차량 위치, 속도, 가속도, 이동 방향, 향후 이동경로 등 표준화된 데이터가 전달된다. 이후 주행 협상에 참여한 주변 차량은 이 사실과 자차 정보를 주체가 되는 차량에 전달하고, 주체가 되는 차량은 자신의 주행 경로와 주변 차량들의 주행경로를 제안한다. 이후 모든 주변 차량이 동의한 경우 주체가 되는 차량은 계획에 따른 자율주행을 수행한다.

이때 표준화된 데이터는 데이터 값의 정의와 표현을 표준화한 것이다. 기존에 km/h(시간당 km), m/s(초당 m), 마일(mile) 등 주체별로 달리 적용되던 속도에 대한 데이터 속성을 표준화 작업을 통해 ‘0.02m/s(초당 0.02m)’로 통일해 적용한다.

이 밖에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지도, 레이더 등 차량 위치를 결정하기 위해 사용되는 다양한 측위 방법들과 긴급 자동차 종류를 관련 법령의 분류로 표준화하는 작업 등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에는 논의 결과를 ‘협력형 자율주행 시나리오’ ‘안전한 자율주행을 위한 기본 데이터’ 등 2건의 표준안으로 제안했다. 표준으로 논의 중인 데이터가 현장 적용에 문제점이 없는지, 전국 단위 적용이 가능한지 등 검토 작업도 병행되고 있다.

자율주행차 데이터 국가표준 작업반을 이끄는 유재준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자율주행 산업을 위해 활용성 높은 데이터 표준이 매우 중요하며, 이를 위해 전문가 및 실증 단지들과의 긴밀한 논의와 협력을 통해 검증된 표준을 만들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자율주행차 데이터 표준을 통한 편리성의 극대화는 이미 우리 생활 속에 깊이 파고들었다.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제공되는 차량호출 서비스는 호출 차량 위치를 실시간으로 보여주고, 차량 정보를 고객에게 제공해준다. 데이터를 활용하지 않는다면 이런 편리한 서비스는 불가능하다. 미래에 자율주행차가 보여줄 모빌리티 서비스는 이러한 데이터의 활용에 기반을 둔다.

관제센터는 호출 차량의 상태 데이터를 모니터링하고 관리하며 소비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한다. 자율주행차의 안전 운행을 데이터로 확인하고, 목적 기반의 서비스 편의성을 극대화한다.

자율주행 셔틀 서비스는 차량 정보 데이터를 활용해 정규적으로 관리되며, 소비자는 데이터에 투명한 운행을 제공받는다. 자율주행 장거리 물류 차량은 차량 상태 데이터에 지속적으로 운행이 모니터링되며 실시간 관리된다.

데이터 기반의 자율주행을 위해서는 표준 이외에도 다방면의 생태계 구축이 필요하다. 자율주행 데이터 국가표준 작업은 이러한 이슈들을 논의하기 위한 시작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이상훈 국가기술표준원장은 “자율주행뿐만 아니라 스마트 제조와 올해부터 추진되는 전기차, 로봇 등의 데이터 표준은 신뢰도를 확보하기 위해 많은 실제 데이터들의 축적을 바탕으로 만들어져야 할 것”이라며 “표준화 작업에 더 많은 기업과 기관의 목소리를 담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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