둔촌주공 공사 스톱 두달… 주변 상인들 “더 못버텨”

정순구 기자 , 정서영 기자

입력 2022-06-08 03:00 수정 2022-06-08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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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시공단 갈등 현장 가보니
먹자골목 1층도 점심시간에 썰렁, 중개업소 “가게 내놓는 점포 줄이어”
어제 타워크레인 철거 일단 보류, 갈등 골 깊어 합의 도출 쉽지않아


공사비 증액을 둘러싼 조합과 시공사업단 간 갈등으로 4월 15일부터 공사가 중단된 둔촌주공 재건축 현장. 뉴시스

2일 찾은 서울 강동구 성내동의 먹자골목.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장 바로 건너편에 있는 이곳은 평일 낮인 점을 고려해도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긴 모습이었다. 지하철 5호선 둔촌동역에서 걸어서 1분 거리에 있는 백반집은 먹자골목 초입의 1층 점포인데도 점심시간에 손님이 딱 2명뿐이었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2017년부터 장사하던 백반집인데 주인이 최근 가게를 내놨다. 다른 점포도 임차인을 구해달라는 전화가 계속 온다”며 “상인들이 둔촌주공 입주만 바라보다가 공사가 중단되자 ‘더는 못 버티겠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재건축 조합과 건설사(시공사업단) 갈등으로 4월 15일 둔촌주공 공사가 중단된 지 두 달 가까이 접어들며 인근 상권까지 흔들리고 있다. 시공단 측이 당초 7일 타워크레인을 철거하려다 보류했지만 중재안 수용은 어렵다는 입장이어서 공사 중단이 장기화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둔촌주공은 이번 재건축 전에도 143개동 5930채 규모로 미니 신도시급 대단지여서 일대 상권을 지탱하는 버팀목이었다. 재건축 사업이 시작된 뒤엔 주민들은 이주했지만 현장 근로자 4000여 명이 상권을 떠받쳤다. 하지만 공사 중단 뒤 근로자까지 일제히 철수하며 인근 식당들은 벌써 두 달 가까이 제대로 된 수입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인근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박모 씨(34)는 “공사 기간 장사하려고 약 49m²(15평) 남짓한 가게에 권리금을 1억 원 넘게 주고 들어온 상인들이 꽤 되는데 손해가 막심하다”며 “계약기간이 남아서 장사를 무작정 접을 수도 없고 난감하다”고 토로했다.

2, 3층 상가 상황은 더 심각하다. 최모 씨(59)는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장 맞은편 3층 상가에서 원생 50여 명이 다니는 학원을 운영 중이다. 그는 입주가 시작되면 학원을 확장할 계획으로 지난해 말 같은 건물 내 전용면적 약 20m² 크기 점포 3곳을 계약해뒀다. 월세와 관리비만 매달 200만 원 수준으로 입주 전까지는 고스란히 손해를 봐야 하지만 입주 후 원생이 늘어날 것을 대비한 것이다. 최 씨는 “상가임대차보호법에 따라 계약이 10년은 보장되니 입주 후 수익이 날 거라 보고 계약했는데 공사 중단으로 손실이 불어나고 있다”고 했다.

이처럼 인근 상인 피해가 확산되고 있지만 시공사업단과 조합의 갈등은 여전히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시공사업단은 서울시 요청을 받아들여 7일 예정됐던 타워크레인 철수를 보류했지만 ‘크레인 업체와 협의해 이번 주 이후 해체를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27일에는 서울시가 조합은 공사비 증액을 받아들이고, 시공단은 공사를 재개하는 내용의 중재안을 제시했다. 조합은 갈등 해결에 실마리가 나왔다며 중재안을 반겼다. 하지만 시공사업단은 “조합이 제기한 공사계약 무효 소송, 공사비 증액 계약을 무효화한 총회 결정을 우선 철회해야 한다”며 중재안을 거부했다. 시공사업단 측은 “조합 집행부가 지금까지 여러 차례 합의를 번복해 신뢰를 잃었다”며 “소송 및 총회 결정을 철회해야 공사 재개를 검토할 수 있다”고 했다. 서울시는 “양측이 수용할 수 있도록 중재안을 보완하고 있다”고 밝혔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갈등이 길어질수록 피해를 보는 것은 조합원들과 주변 상인, 둔촌주공 분양을 기다리는 무주택자들”이라며 “조합과 시공사업단이 ‘강 대 강’ 싸움을 멈추고 협상 테이블에 적극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정서영 기자 cer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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