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띄운후 처분 ‘먹튀 의혹’ 투자조합… 금감원 “대대적 조사”

김자현 기자

입력 2022-06-07 03:00 수정 2022-06-0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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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조합 활용 상장사 투자 늘어… 실투자자 숨기고 공시 규제 피해
경영권 쥔후 내부정보 악용 차익… ‘에디슨EV’처럼 개미들만 피눈물
“투자조합 규제 강화” 지적 잇달아



쌍용자동차 인수를 추진하다가 무산된 에디슨모터스의 관계사 ‘에디슨EV’에 투자했던 투자조합들에 대해 ‘먹튀’ 논란이 제기되는 가운데 최근 투자조합을 활용한 상장사 투자가 늘어나고 있다. 투자조합이 각종 규제를 회피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는 만큼 관련 공시와 보호예수 규제 등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상장사 지분 5% 이상을 가진 투자조합의 대량보유상황보고서 지분 공시 건수는 2017년 128건에서 2019년 142건, 지난해 152건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투자조합은 2인 이상 출자해 세무서에 신고만 하면 만들 수 있는 민법상 조합이다. 투자자의 신분을 감추거나 절세 등의 목적으로 인수합병(M&A) 전문가들 사이에서 주로 사용된다. 출자나 환매, 청산 등이 자유로운 편이라 기업 사냥이나 내부 정보를 이용한 거래에 악용되기도 한다. 조합이 기업경영권을 장악한 뒤 고의로 주가를 띄워 보유 주식을 매도하는 식이다.


지난해 6월 에디슨모터스가 쌍용차 인수자금 조달을 목적으로 인수한 코스닥 상장사 에디슨EV도 인수 과정에서 투자자로 참여한 디엠에이치, 에스엘에이치 등 투자조합 6곳의 ‘먹튀’ 논란이 일었다. 에디슨모터스의 ‘쌍용차 인수전 참여’ 소식으로 6월 이후 에디슨EV 주가가 급등하자 연말까지 40%에 달하는 지분을 빠르게 처분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5월 1500원대이던 에디슨EV의 주가는 에디슨모터스의 ‘쌍용차 인수전 참여’ 소식과 함께 6월 1만 원대로, 11월 12일에는 8만2400원까지 치솟았다. 소액주주도 지난해 말 10만4615명으로 하반기(7∼12월)에만 9만 명 가까이 늘어났다. 하지만 결국 쌍용차 인수는 불발됐고, 에디슨EV는 올해 3월 말 회계법인의 ‘감사의견 거절’로 주식 거래가 정지됐다.

증권가에선 에디슨EV 지분을 사는 데 투자조합이 동원된 이유가 최대주주에게 주어지는 보호예수 규정을 피하기 위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지난해 5월 투자조합의 총 지분은 약 38%로 최대주주인 에디슨모터스 측(16.67%)에 비해 2배 이상으로 높았다. 또한 이들 조합 중 5곳의 업무담당자가 ‘엘리시온 매니지먼트’라는 인수합병 컨설팅 업체로 같다. 하지만 각각의 지분이 3∼9%대로 쪼개진 탓에 최대주주에게 주어지는 1년간의 ‘의무보유’ 규정을 피했고, 대량의 지분을 한꺼번에 매도할 수 있었다.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투자조합이 연관된 불공정 거래 10건을 조사하고 있다”며 “다수의 투자조합을 이용한 지분 인수 등 공시 의무 회피 가능성이 높은 사항에 대해서는 기획 심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투자조합을 대상으로 한 공시규정을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업 인수와 관련된 투자조합의 공시와 관리, 보호예수 규제 등은 투명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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