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시청역 이름 팝니다”…서울 지하철 50개 역명 공개입찰
강승현기자
입력 2022-06-05 14:35 수정 2022-06-05 19:32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승객 수가 크게 줄면서 재정난에 빠진 서울교통공사가 강남역, 여의도역, 시청역 등 서울 지하철역 50곳의 이름을 판매한다. 이에 따라 강남역, 시청역 등에도 을지로3가(신한카드)와 같이 부역명이 생길 전망이다.
서울교통공사는 기존 지하철 역명에 부역명을 추가로 기입하는 ‘역명병기 유상판매’ 사업 공개입찰에 나선다고 5일 밝혔다.
대상은 계약기간이 끝난 8개 역과 사전 원가조사를 마친 42개 역이다. 교통공사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가 2년 넘게 이어지면서 적자 폭이 크게 늘었다”면서 “역명 유상 판매를 통한 수익 창출로 재정난이 일부 해결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교통공사는 2020년 1조1137억 원의 적자에 이어 지난해에도 9644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올해도 1조 원 안팎의 적자가 예상된다.
이번 유상판매 대상은 서울 지하철(1~8호선) 내 50개 역이다. 전국 지하철역 중 수송인원이 가장 많은 강남역을 비롯해 시청, 홍대입구역과 주요 환승역인 여의도·공덕·신도림역 등도 포함됐다. 이밖에 계약기간이 끝난 청담(한국금거래소), 을지로입구(IBK기업은행)역 등도 공개입찰 대상이다.
역명 병기는 2016년 처음 시작한 이래 해마다 조금씩 대상을 늘려 현재는 을지로3가역(신한카드) 등 33개 역에서 시행하고 있다. 교통공사 관계자는 “기존에는 기업이나 기관의 요구를 반영해 일부만 시행했지만 최근 재정난이 심해지면서 대상을 대폭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역명 병기 입찰에 참여하려면 서울시내 기준 해당 기업과 기관이 대상 역에서 1㎞ 이내에 있어야 한다. 시외는 2㎞ 이내까지 가능하다. 7일부터 서류접수를 시작해 24일 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7월 초 사용계약을 체결한다는 계획이다.
최종 낙찰이 되면 3년 간 원하는 기관명을 해당 역의 부역명으로 표기할 수 있다. 표기는 출입구와 승강장 역명판 등에 하며, 계약기간이 끝난 후 원할 경우 1차례에 한해 기간 연장(3년)이 가능하다.
비용은 3년 기준 △시청역 7억638만 원 △고속터미널역 5억4856만 원 △강남역 8억7598만 원 △신도림역 5억8043만 원 △홍대입구역 5억3567만 원 △건대입구역 6억4929만 원 △여의도역 2억5471만 원 등이다. 입찰 시작가로 최종 낙찰액은 이보다 더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해외에서도 수익 창출과 홍보 등을 위해 역명 병기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2000년대 중반 소규모 지방 사철들이 사업을 시작했고, 미국 뉴욕, 영국 런던 등에서도 시행중이다. 뉴욕 지하철을 운영하는 MTA는 애틀랜틱 애버뉴역 부역명을 영국 금융기업인 바클리즈에 2009년 판매한 바 있다. 해당 역의 부역명은 ‘버클리즈센터역’이다.
정선인 서울교통공사 신성장본부장은 “이번 역명 병기 사업이 공사의 재정난 해소는 물론 기업이나 단체의 적극적인 홍보수단으로 쓰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강승현기자 byhu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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