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골퍼부터 남녀노소 모두의 건강 파트너 ‘반려동물’[김종석의 굿샷 라이프]

김종석 기자

입력 2022-06-05 12:00 수정 2022-06-05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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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활력소, 심신 건강 지킴이
혈압 스트레스 감소, 치매 예방
책임감, 배려, 펫티켓 중요성 부각


반려견 리오와 캠핑을 떠난 골프 여제 박인비. 시즌 도중 일시귀국했다 6일 출국하는 박인비는 25년 넘게 반려견과 오랜 인연을 맺고 있다. 박인비 제공


반려동물을 키우는 국내 인구가 1500만 명을 넘었다고 한다. 어느새 반려동물은 가족 같은 존재가 됐다.

골프선수 가운데는 반려견을 키우는 사례가 늘고 있다. 골프 여제 박인비(34)가 대표적이다. 박인비 뿐 아니라 말티즈 ‘대박이’를 금쪽 같이 아끼는 세계 랭킹 1위 고진영을 비롯해 박성현, 최혜진, 지은희, 신지애, 임희정 등도 반려견을 가족처럼 여긴다.

반려견을 끔찍하게 아끼는 남달라 박성현. 박성현 인스타그램
멘털 스포츠인 골프는 자신과의 싸움이다. 코칭심리전문가인 정그린 그린코칭 솔루션 대표는 “골프 선수는 경기일정과 훈련에 따른 제한된 소통과 감정의 표현 때문에 외로움을 겪기 마련이다. 반려동물과 감정을 교류하면 소통의 창구로 이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장덕선 한국체대 교수(스포츠심리)는 “골프선수가 반려동물을 대하면서 감정의 완충 작용과 정서적인 안정을 가져오면 경기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시즌 도중 컨디션 난조로 지난달 귀국한 박인비는 6일 다시 출국할 때까지 골든 리트리버 ‘리오’와 심신을 추스르고 있다. “리오와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마음의 안정을 취할 수 있어 편안해져요. 다양한 활동을 하다보면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모를 정도에요.”

박인비가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뒤 귀국해 반려견 리오와 처음 만났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박인비와 반려견의 인연은 취학 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7세 때 아빠가 데려온 럭키가 처음이었어요. 그 후로 25년 넘게 세미 리오 순으로 키우고 있어요.”

세미는 초등학교 5학년 때인 1999년 아버지가 준 우승 선물. 박인비의 2001년 미국 유학에도 동행했다. “어린 나이에 낯선 땅에서 적응하는 데 큰 힘이 됐어요. 외로울 때 의지하며 지냈죠.”

17년을 동고동락한 세미가 노령으로 힘들어 할 때 대회 출전을 포기하기도 했다.

고진영의 반려견 대박이. 고진영은 “대박이를 만난 뒤 진짜 대박이 났다”고 소개했다. 세마 스포츠마케팅 제공


고진영은 “대박이는 정말 소중한 존재다. ‘밥 먹을까’ ‘누나랑 같이 놀자’라고 하면 다 알아 듣는다. 대박이 덕분에 진짜 대박을 쳤다”고 말했다. 박성현은 과거 인터뷰에서 “반려견을 가진 뒤 좋은 일이 많았다. 바라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해진다”고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반려동물은 노년층 건강유지에도 도움이 된다. 영국 리버풀대 연구에 따르면 반려견이 있는 사람은 매주 300분을 산책하게 돼 반려견을 키우지 않는 사람보다 200분을 걷는다고 한다. 미국 미시간대 의료센터는 “인간과 반려동물의 유대가 혈압과 스트레스 감소 뿐 아니라 인지저하를 예방할 수 있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정그린 대표는 “반려동물은 노년층에게 삶의 활력을 찾게 해준다”며 “자신이 꼭 필요한 존재라는 것을 느끼고 반려동물을 먹이고 씻기거나 산책 등으로 더욱 많은 활동을 하게 되기 때문에 정신적, 육체적 건강증진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반려동물의 특성과 기르는데 소요되는 것들에 대해 미리 이해한 상태에서 책임감과 교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성숙한 반려동물 문화 정착과 함께 이웃에 대한 배려도 필수.

박인비는 “리오가 대형견이라 외출할 때 다른 사람과 최대한 많이 마주치지 않으려고 아침 일찍이나 밤 늦게 하기도 한다. 여행도 사람이 없는 곳으로 하는 편”이라며 “저희가 느끼는 하루랑 개들이 느끼는 하루는 시간이 많이 다르다고 하더라. 좋은 추억을 많이 만드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대형견이던 소형견이던 가장 중요한 건 주인이 주는 사랑과 시간이다. 그거말고 바라는 게 없는 친구들이다. 그래서 최대한 그걸 주려 노력한다”고 덧붙였다. 정그린 대표는 “맹목적인 과잉 보호 보다는 교육적인 훈련을 통해 참고 기다리는 법을 배우고 그 이후엔 얼마든지 사랑받고 존중받는다는 느낌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 실내에서부터 하네스나 목줄을 통해 함께 걷는 것에 대한 훈련을 진행한 후 산책을 하면 더욱 안전하고 서로가 즐거운 산책을 경험할 수 있다. 산책 훈련은 반려견들의 돌발 행동을 막아주고 참을성을 길러주기 때문에 필수”라고 조언했다.

벗을 뜻하는 한자 ‘우(友)’는 왼손과 오른손이 정답게 맞잡은 모양에서 유래했다. 눈빛만 봐도 통하는 따뜻한 반려동물은 최고의 보약이 될 수 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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