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한잔값으로 부동산 조각투자…임대수익 매달 공유”

정순구 기자

입력 2022-06-02 13:43 수정 2022-06-02 18:18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루센트블록 허세영 대표


“빈부격차와 거주 지역에 관계없이 모든 이들에게 부동산을 ‘소유’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었습니다. 1호 공모 건물인 ‘안국 다운타우너’를 시작으로 우리의 서비스가 사람들의 삶을 혁신하고, 사회 양극화를 조금이나마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지난달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서 만난 루센트블록의 허세영 대표는 올해 4월 선보인 부동산 수익증권 거래소 ‘소유’의 목표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일반인들은 접근하는 것조차 어려웠던 건물 투자 시장의 문턱을 낮춤으로서 누구나 건물주로서의 경험을 누리고, 임대수익과 시세차익까지 기대할 수 있는 투자 문화를 만들어가겠다는 뜻이다.

루센트블록은 지난해 4월 금융위원회로부터 건물 조각투자 분야의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됐다. 해당 분야에서는 카사코리아에 이어 두 번째다. 이후 약 1년의 준비를 거쳐 출시한 소유 서비스를 통해 개인 투자자들은 수십~수백억 원대 건물의 지분을 사들이고, 이를 다른 사람들과 주식처럼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다.

특히 국내 조각투자 서비스로는 처음으로 ‘오픈뱅킹’을 도입했다. 다른 은행 계좌를 소유의 투자계좌에 직접 연동해 빠르고 편리한 입출금을 지원함으로서 고객 편의성을 높였다. 허 대표는 “투자자들에게 건물의 임대 수익을 매달 공유한다”며 “건물 매각 시 차익도 분배받을 수 있는데, 매각 시점은 투자자들의 총회를 통해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소유의 1호 공모 건물은 서울 종로구 안국역 인근의 ‘안국 다운타우너’다. 수제버거 전문 브랜드 다운타우너가 입점한 건물로 공모 금액은 53억 원이다. 6월 9일 진행되는 청약의 최소 투자 가능 금액은 5000원(1주). 커피 한 잔 값이면 이 건물의 지분을 소유할 수 있다는 의미다.

허 대표는 “(안국 다운타우너의) 배당 수익률은 연 최고 4%로 예상하고 있다”며 “단순한 투자 수익뿐만 아니라 건물주로서의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실제 투자자들은 투자 금액에 따라 부가적인 혜택을 누리게 된다. 공모 참여자는 누구나 안국 다운타우너를 방문할 때 월 1회 음료 1잔을 무료로 받을 수 있다. 300만 원 이상 공모자에게는 음료 서비스에 더해 5만 원 상당의 상품권과 한정판 굿즈를, 1000만 원 이상 공모자에게는 5만 원 상품권 4장과 한정판 굿즈를 준다. 20주(1주 당 가격은 향후 시세에 따라 변동 가능) 이상 소유하고 있는 투자자는, 다운타우너 전 매장 (성수/광교 제외)에서 10% 할인도 받을 수 있다.

이제 막 시장에 발을 디딘 루센트블록이지만, 업계에서는 이미 예전부터 주목을 받아왔다. 허 대표는 미국 카네기멜론대학교에서 학·석사 모두 컴퓨터공학을 전공했다. 개발 분야에서 전 세계를 선도하는 대학이다. 개발 인력난이 극심한 지금 루센트블록에서 일하는 카이스트 출신 개발자가 많은 것 역시 허 대표의 개발 능력을 배우려는 수요가 크기 때문이라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의견이다.

올해 3월에는 시리즈A 투자로 약 170억 원을 유치하기도 했다. 투자에는 캡스톤파트너스와 한국투자증권, 쿼드자산운용, 하나금융투자, 하나은행, 서울대학교기술지주 등이 참여했다. 허 대표는 “투자자들을 만날 때마다 서비스가 가진 차별성은 물론이고, 서비스를 통해 가져올 우리 사회의 긍정적인 변화를 설명하는 데 긴 시간을 들였다”고 강조했다.

루센트블록은 올해 하반기에도 건물 공모를 이어갈 계획이다. 이미 5개 건물과는 투자 협의를 끝냈다. 모두 리테일이 입점해 있는 건물로 서울뿐만 아니라 지방까지 범위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중장기적인 목표는 분명하다. 우리 주변에서 늘 마주치고 이용하지만 소유한다는 생각은 쉽게 하지 못했던 건물을, 누구나 소유할 수 있게 기회를 주겠다는 것. 허 대표는 “소유 서비스가 지속 가능할 수 있도록 국내 시장에서 자리잡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는 해외 부동산으로 서비스 범위를 확장하는 것도 꿈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