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에 쓰이는 나무만 6억 그루… “흡연은 환경파괴다”

이지운 기자

입력 2022-06-02 03:00:00 수정 2022-06-02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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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 이제는 OUT!]〈2〉환경에 악영향 미치는 담배

지난달 31일 서울 영등포구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제35회 세계 금연의 날 기념식에서 이기일 보건복지부 2차관(왼쪽에서 네 번째)과 대학생, 군인 금연 응원단 등이 금연 문화 확산을 다짐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인공지능(AI)으로 재현된 고 이주일 씨가 스크린을 통해 참가자들에게 금연을 당부하는 모습. 보건복지부 제공

해변에서 가장 많이 발견되는 쓰레기가 뭘까. 국제 환경단체 ‘플라스틱 추방연대(BFFP·Break Free From Plastic)’에 따르면 답은 플라스틱 컵 등 일회용 음식 포장재다. BFFP가 2019년 한 해 동안 전 세계 바닷가에서 쓰레기를 수거한 결과 음식 포장재 쓰레기가 477만1602개 나왔다. 두 번째가 바로 담배꽁초다. 이 단체는 한 해 동안에만 담배꽁초 421만1962개를 수거했다.

매년 5월 31일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세계 금연의 날이다. WHO는 올해 금연의 날 주제를 ‘담배: 환경에 대한 위협’으로 정하고 담배가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을 경고했다. 지난달 31일 보건복지부와 한국건강증진개발원 주최로 서울 영등포구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제35회 금연의 날 기념식과 학술 포럼에서 참가자들은 “담배의 시작과 끝이 모두 환경 파괴”라고 입을 모았다.


○ 담배 15갑당 나무 한 그루 베어야
담배가 환경을 파괴하는 건 비단 버리는 담배꽁초 때문만은 아니다. 담배는 생산부터 소비, 폐기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에서 환경에 악영향을 준다.

우선 담뱃잎을 말리고 가공하는 데 장작이 필요하다. WHO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한 해 동안 담배를 만들기 위해 벌목되는 나무가 6억 그루에 이른다. 한 해 생산되는 담배의 양으로 환산하면 담배 15갑(300개비)을 만들 때마다 나무를 한 그루씩 베는 셈이다.

담배를 만들기 위해 매년 220억 L의 물을 사용한다. 흡연자들이 내뿜는 담배 연기도 환경오염의 원인이 된다. 담배 연기로 방출되는 이산화탄소는 연간 8400만 t에 이른다.

시중에 판매되는 궐련형 담배는 크게 담뱃잎과 필터로 구성된다. 흡연자들은 담뱃잎을 피우고 나면 필터를 꽁초로 버린다. 필터는 플라스틱의 일종인 ‘셀룰로오스 아세테이트’로 만든다. 손가락 한 마디 길이의 필터 하나에 플라스틱 섬유 1만2000가닥이 들어 있다. 자연 분해되는 데 10년 이상 걸린다. 그런 담배꽁초가 바다와 하천으로 흘러 들어가면 미세 플라스틱이 되어 우리의 건강을 위협하게 된다.

환경단체 ‘지구 닦는 사람들, 와이퍼스’의 황성용 대표는 “우리 단체가 1년 동안 담배꽁초 11만2667개를 주웠지만 이는 하루에 발생하는 담배꽁초(약 1246만 개)의 0.9%에 불과하다”며 “꽁초를 주워서 될 일이 아니라 금연을 통해 담배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것이 중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 “담배 회사 ‘그린워싱’ 멈춰야”
포럼 참가자들은 담배 회사들이 환경 문제에 더 큰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담배 회사들이 친환경을 추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환경에 악영향을 끼치는 ‘그린워싱(greenwashing)’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성규 한국담배규제연구교육센터장은 이날 “담배 회사 임직원들이 조깅을 하며 담배꽁초를 줍는 등 여러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지만 이는 담배로 인한 환경 파괴의 책임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센터장은 또 “환경 파괴에 대한 책임을 담배 회사에 부과해 비용을 요구해야 한다”며 “국내 담배 재배 농가들에 대해선 다른 작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 대표 역시 “담배 회사들이 빠른 시일 내에 자연 분해되는 성분의 필터를 만들어야 한다”며 “공병을 수거하듯이 담배꽁초를 20개 모아 가면 담뱃값을 할인해 주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담배 맛있습니까? 그거 독약입니다”
이날 기념식장에는 특별한 손님이 방문했다. 2002년 흡연 피해자로 직접 담배의 폐해를 증언하는 공익광고를 최초로 선보였던 원로 코미디언 고(故) 이주일 씨의 모습을 인공지능(AI)으로 재현했다. 애연가였던 이 씨는 2001년 말 폐암 진단을 받은 이후 범국민 금연운동추진위원회 공동대표를 맡는 등 금연 전도사로 나섰다. 2002년 별세 이후 WHO로부터 금연 공로상을 받기도 했다. AI 기술로 20년 만에 되돌아온 이 씨는 “담배 맛있습니까? 그거 독약입니다. 여러분 모두 금연, 아니 ‘노담(No 담배)’ 합시다”라고 말했다.

젊은 세대들이 금연을 다짐하는 자리도 마련됐다. 전국 113개 대학 학생 485명과 84개 군부대 장병 337명이 ‘금연 응원단’으로 선발돼 발대식을 갖고 흡연 예방 문화 확산을 다짐했다.

이날 기념식에서 이기일 복지부 2차관은 “금연은 이제 선택이 아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 지구를 지키기 위한 필수 사항임을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홍관 국립암센터 원장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갑당 8000원 수준으로 국내 담뱃값을 인상하고 소매점에서 담배 광고를 금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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