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母 돌아가신게 인생의 전환점…걷기로 시작해 100대 명산 완등했어요”[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양종구 기자

입력 2022-06-01 10:42 수정 2022-06-01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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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권 씨가 5월 29일 강원도 계방산에 올라 포즈를 취했다. 그는 계방산을 끝으로 대한민국 100대 명산을 다 올랐다. 정용권 씨 제공.
2021년 8월 7일 ‘母 돌아가신 후 무작정 걷기 시작… 35kg 감량했어요’란 주제로 양종구 기자의 100세 시대 건강법에 등장했던 정용권 씨(53)가 5월 29일 블랙야크가 인정한 대한민국 100대 명산을 완등했다. 정 씨는 최근 “2020년 8월 12일 울산 영남알프스 신불산 등정으로 시작해 2022년 5월 29일 강원 계방산까지 대한민국 100대 명산 등정 656일간의 장정을 마무리했다”고 밝혀왔다. 100대 명산은 블랙야크와 산림청 인증 두 가지가 있는데 인증서 발급은 블랙야크에서만 해준다. 회원 가입해서 기준에 맞게 등록하면 완봉했을 때 인증서를 준다. 정 씨는 “이제 백두대간을 종주하겠다”고 말했다.

정용권 씨가 받은 100대 명산 완등 인증서.


충북 청주에서 개인 사업을 하는 정 씨는 5년 전 시작한 걷기와 등산으로 즐겁고 건강한 삶을 만들어 가고 있다.

정 씨는 5년 전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운동을 시작했다. 그는 “어머니께서 지병으로 한달 고생하다 가셨다. 사실 그 때까지는 죽음이라는 것을 단 한번도 생각하지 못했다. 그런데 어머니를 지켜보며 죽음이라는 게 먼 데 있는 게 아니라 가까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 나도 죽을 수 있다고 처음 생각했다”고 말했다.

당시 정 씨의 체중이 120kg정도 나갔다. 그는 “아 내가 무분별하게 살았구나. 정말 생각 없이 살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일을 마치고 저녁 때 허기진다는 이유로 밥 3공기에 맥주 4캔을 마시고 바로 자는 게 생활이었다고 했다.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무작정 걷기 시작했다. 그는 “가장 쉬운 게 걷기다. 처음엔 아파트 한바퀴 도는 것부터 시작했다. 그 다음 공원도 가고 마트도 가고…. 조금씩 늘려갔다. 어머니 돌아가신 게 내겐 인생의 전환점이다”고 했다.

정용권 씨가 2020년 8월 12일 울산 영남알프스 신불산에 올라 포즈를 취했다. 신불산 등정이 그가 대한민국 100대 명산 등정을 시작한 첫 걸음이었다. 정용권 씨 제공.
1km에서 2km, 2km에서 5km, 5km에서 10km. 걷는 거리가 늘었다. 자연스럽게 걷기가 생활화가 됐다. 정 씨는 어느 순간 몸이 반응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그는 “몸이 더 많이 걸어주기를 바라는 것 같았다. 그래서 운동량을 계속 늘렸다. 그러다보니 매일 10km 이상을 걷게 됐다”고 했다. 등산을 한 것도 몸이 반응해서란다.

산 오르는 것도 처음엔 집 주변 해발 200m 낮은 산부터 300m, 400m로 차근차근 올렸다. 어느 순간 한라산 지리산 설악산 등 명산도 가게 됐다. 정 씨는 걷기 시작 1년째부터 운동 루틴이 현재 하고 있는 것으로 정해졌다고 했다. 매일 11km를 걷고 주말이나 공휴일에는 산으로 가는 게 그의 운동 루틴이다. 2년 정도 지나면서부터 해발 1000m 이상급 산을 오르게 됐다.

2020년 8월부터는 대한민국 100대 명산에 오르기 시작했다. 그는 “체력이 좋아지다 보니 한라산을 찾게 됐다. 한라산 7개 코스를 다 돌아봤다. 설악산도 12개 코스를 4, 5번에 걸쳐 훑었다. 산이 너무 좋아졌다. 온갖 나무와 꽃, 바위, 계곡, 능성 등 경관도 좋았다. 산과 하나 되는 느낌도 좋았다. 정상에 올랐을 때의 쾌감이라니…. 어느 순간 능선을 타는 맛을 알게 됐다. 그러다 보니 산 전체의 맛까지 느꼈다. 그러다 산을 좀 체계적으로 타보자는 생각에 대한민국 100대 명산을 오르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한번 산에 오르면 3~4시간은 후딱 지나간다. 능선을 탈 경우엔 6~7시간 걸린다. 이젠 산을 타지 않으면 생활이 힘들어진다. 내게 등산은 생활의 활력소다”고 했다.

정 씨는 다이어트를 위해 산을 탄 게 아니라는 것을 강조했다.

“솔직히 다이어트를 생각하고 산을 탔으면 지금까지 못 왔을 겁니다. 일찌감치 포기했을 거예요. 살아야겠다고 생각해 걸었고 걷다보니 산을 올랐고, 산이 좋아 산을 타다보니 어느 순간 다이어트란 선물이 제게 와 있었습니다. 혹 다이어트를 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걷은 것과 등산을 취미로 삼으라고 조언하고 싶습니다. 그럼 시간이 지나면 살은 자연스럽게 빠집니다.”

정용권 씨(오른쪽)는 아내 인필선 씨와 함께 대한민국 100대 명산을 완등했다. 정용권 씨 제공.
정 씨는 요즘 옷 입는 맛이 난다고 한다. 3년 전부터 체중은 그대로지만 몸이 탄탄해져 옷맵시가 달라졌다는 것이다. 정 씨가 이렇게 열심히 산을 탈 수 있었던 원동력은 아내 인필선 씨(51)였다고 했다.

“처음부터 집사람이 함께 해줬어요. 함께 걷고 산에도 함께 갔죠. 제가 흔들리지 않고 지금까지 등산을 즐기고 있는 데는 아내의 도움이 컸습니다. 도시락과 과일 등 필요한 것도 잘 챙겨줬습니다. 산에 가면 먹는 것도 중요합니다.”

정 씨는 걷고 산을 타다보니 살이 빠졌고 건강도 얻었다. 부부간의 정도 더 두터워졌다. 그는 “평생 아내와 함께 산을 타며 즐겁고 건강하게 살겠다”고 했다.

정 씨 부부는 100세 시대를 건강하게 사는 대표적인 모범 사례이다. 스포츠심리학적으로 부부가 함께 하는 것은 운동을 지속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스포츠심리학에 ‘사회적 지지(지원)’라는 게 있다. 특정인이 어떤 행동을 계속할 수 있게 해주는 요인으로 정서적, 정보적, 물질적, 동반자 등의 지지를 말한다. 이 중 동반자 지지가 가장 강력하다. 운동을 지속적으로 할 수 있게 만드는 요인으로서 동반자가 중요한데 그 동반자가 남편이나 아내라면 더 오래 즐길 수 있다는 뜻이다. 김병준 인하대 교수(스포츠심리학)는 “부부가 함께 즐기면 서로 의지하며 운동을 지속할 가능성이 더 높고, 서로를 이해하는 마음도 생겨 금슬도 좋아진다”고 말했다. 인필선 씨도 100대 명산 완등 인정서를 받았다. 정 씨는 “백두대간도 아내와 함께 종주하겠다”고 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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