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따’ 상처 평생 간다…“성인 됐을 때 우울증 위험 1.8배↑”

두가온 동아닷컴 기자

입력 2022-05-31 14:27 수정 2022-05-31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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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참고사진. ⓒGettyImagesBank

어릴 적 집단 따돌림(왕따)을 겪으면 성인이 돼서도 우울증 등 후유증을 겪을 위험이 크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31일 전홍진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연구팀은 2016년 ‘한국인 정신질환 실태 역학조사’에 참여한 18세 이상 성인 4652명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조사 대상 응답자 중 우울증으로 진단된 경우는 216명(4.64%)이었는데 연구팀은 이들을 대상으로 어릴 적 겪은 트라우마가 무엇인지 알아보고 성인 이후 우울증 발병의 연관성을 분석했다.

그 결과 이들이 어릴 적 겪은 트라우마는 심리적 외상(59명), 정서적 방치(59명), 신체적 외상(54명), 왕따(51명), 성폭력(23명) 등으로 나타났다. 이중 성인 이후 발병한 우울증과 가장 큰 연관성을 보인 건 왕따였다. 연구팀은 성인이 되어 우울증을 앓을 확률을 비교하면 왕따를 겪은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의 1.84배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반면 신체적 외상이나 정서적 방치, 심리적 외상, 성폭력 등 다른 트라우마는 우울증 발병과 유의미한 인과관계는 보이지 않았다. 다만 연구팀은 트라우마의 종류가 하나일 때보다 여러 개일수록 우울증 발병 위험이 더 커지는 양상을 보이는 만큼 다른 폭력의 영향력을 배제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연구팀에 따르면 자신이 겪은 트라우마의 종류가 5개 이상이라고 말한 응답자는 우울증 발병 위험이 트라우마를 겪지 않은 사람의 26배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팀은 왕따와 같은 집단 괴롭힘이 확인되는 즉시 필요한 조처를 하고 다른 동반 트라우마가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또 피해자에 대해서는 심리적 상태를 면밀히 지켜보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상담을 통해 조기에 도움을 받아야 장기간 후유증을 예방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전홍진 교수는 “어릴 적 왕따 경험은 쉽사리 잊히지도 않을뿐더러 심한 경우 평생 따라다니며 괴롭힐 수 있음을 보여주는 연구결과”라며 “왕따 피해자는 성인이 되어서도 동료나 윗사람과의 대인관계에서 어려움을 겪고 쉽게 예민해지는 경우가 많다. 피해 자체를 예방하는 게 가장 중요하지만, 피해가 발생하면 적극 대처해야 후유증을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정신의학 프런티어스(Frontiers in Psychiatry)’ 최신호에 발표됐다.

두가온 동아닷컴 기자 ggga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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