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생활환경 개선… 삶-일-쉼이 있는 어촌 만든다

안소희 기자

입력 2022-05-31 03:00 수정 2022-05-3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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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촌신활력증진사업 ‘어촌뉴딜’

경북 경주시 수렴항 파제제 설치 공사 후 모습.



최근 제주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가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천혜의 섬 제주에서 태어나 평생 동안 바다를 일터로 삼고 살아가는 해녀, 거친 바다와 싸우며 살아가는 선장과 어부, 생선가게 사장, 도시에서 귀어귀촌하여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외지인 등 생동감 넘치는 섬과 어촌의 모습이 드라마 전반에 풍성하게 펼쳐져 ‘관광지로서의 어촌’이 아닌 ‘삶의 현장으로서의 어촌’이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삶의 만족도 낮은 어촌… 23년 후에는 81.2%가 소멸 위기
드라마를 통해 보는 ‘섬과 어촌’이 주는 특별한 풍광과 그곳을 삶의 터전으로 삼고 살아가는 이들의 삶은 매력적이며 우리에게 한 번쯤 ‘살아보고, 머물고 싶은 어촌’이라는 인상을 준다. 그러나 실제로 현실을 들여다보면 그렇지만은 않다.

어촌은 도시에 비해 취약한 생활 기반과 낮은 소득 등으로 어업에 종사하는 어가인구 감소와 함께 지역 소멸 위기에 처해 있는 상황이다. 도시 및 농촌 지역에 비해 섬과 어촌 지역은 지리적 특성상 한정된 일자리와 생활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 부족으로 타 지역으로의 인구 유출이 지속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여기에 열악한 생활환경은 신규 인력의 유입을 어렵게 하고 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에 따르면, 어촌에 정착해 살아가는 어가인구는 2000년 25만1000명에서 2020년 9만7000명으로 61.4%가량 감소했다. 현재 총 491개 어촌 지역 중 전체의 약 57.9%를 차지하는 284개의 어촌이 소멸 위기에 처해 있다. 이대로 가면 23년 후인 2045년에는 전체 어촌의 81.2%가 소멸할 것으로 전망된다.
귀어귀촌인의 가장 큰 장애요인은 ‘열악한 생활환경’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나라에서 어촌이 소멸한다는 것은 참 아이러니한 일이다. 동시에 국토 균형 발전에도 경각심을 가져다주는 일이다. 왜 어촌은 지금 소멸 위기에 처해 있을까.

이에 대한 원인은 도시, 농촌, 어촌 지역에 사는 사람들의 삶의 질을 비교한 지역소멸지수(2020년 KMI)에서 찾아볼 수 있다. 도시(6.1)나 농촌(5.7) 지역에 비해 어촌(4.4)이나 섬(3.5) 지역에 사는 이들은 삶의 질 만족도가 확연히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만족도가 낮은 환경이다 보니 어촌으로 유입되는 인구 또한 아주 적다. 귀어귀촌인이 어촌에서 사는 데 있어 큰 장애요인으로 꼽는 것은 바로 열악한 정주 환경 및 생활환경(26.6%)이다.

해결책은 섬과 어촌의 정주 여건, 주거 기반, 생활 서비스 등을 개선하여 기존 지역주민들의 삶의 만족도를 높이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정부는 2019년부터 낙후된 어촌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어촌뉴딜300사업’을 시작했다. 전국 300개의 어촌 지역을 선정하여 가장 큰 취약점 중의 하나로 꼽히는 해상 교통 인프라 확대와 함께 어촌·어항 통합 개발, 어촌의 핵심 자원을 활용한 해양관광 특화 개발 등 어촌지역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해오고 있다.
어촌 개발, 경제성의 관점에서 지속성의 관점으로 전환 필요
‘어촌뉴딜300사업’은 단기적으로 어촌에 경제적인 성과와 성장을 가져오기는 하지만 정책 지원 대상을 어업인 등 기존 주민에 한정하고 마을 단위의 분절적 사업 추진으로 대상지 간 연계가 미흡했다는 아쉬움이 있다.

이제는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 섬과 어촌은 개발 대상이기 이전에 그곳 주민들에게는 평생을 살아가야 하는 ‘삶터’이며 ‘일터’이다. 더 나아가 섬과 어촌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자유롭게 살고, 머물고, 일하고 싶은 어촌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국정과제에 어촌 생활권 규모에 따라 맞춤형으로 지원하는 ‘어촌신활력증진사업’ 추진이 포함되었다. ‘어촌신활력증진사업’은 침체되어 소멸 위기에 처한 섬과 어촌지역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는 동시에 지속가능한 공동체 마을을 만들어 나가기 위해 꼭 필요한 사업이다. 기존의 ‘어촌뉴딜300사업’에서 조금 더 어촌 주민들의 삶의 현장 속으로 깊이 들어가 교육·문화·의료·일자리·여가 등 생활 전반에 걸친 서비스를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낙후된 어촌의 주거 및 일터 환경을 도시 수준으로 개선하여 어가인구의 삶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것이다.

이에 더해 섬과 어촌 지역에 대한 접근성을 증진시켜 어가인구뿐 아니라 국민 모두가 함께 쉬고, 누리는 활력 있는 어촌 공간을 조성하기 위한 것이다. 다양한 수산자원을 활용한 새로운 일자리, 관광자원 개발을 통해 타 지역에서의 귀어귀촌을 장려하는 일 역시 큰 도움이 된다.
어촌을 활력 있는 ‘삶터’와 ‘일터’, ‘쉼터’로 혁신시켜야
어촌은 도시나 농촌과는 달리 뚜렷한 지리적 개성과 특장점을 가진 삶의 공간이자 천혜의 수산자원을 간직한 경제적·문화적 공간으로 그 잠재력이 무한하다. 지속가능한 개발을 위해서는 지역적 특성에 따라 그 지역 고유의 ‘어촌다움’을 잘 보전하는 동시에 취약한 환경을 개선하고 활용하여 ‘삶터’와 ‘일터’, ‘쉼터’로서의 기능이 훼손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어촌에 사는 주민들의 삶의 만족도가 높아지면 자연스럽게 새로운 인구 유입도 따라오게 된다. 해양수산부는 ‘어촌 신(新)활력 증진 사업’을 통해 어촌 주민들의 삶의 만족도를 도시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귀어귀촌인 및 청년과 여성의 안정적 어촌 정착을 지원하기 위한 기반 마련에 힘쓸 계획이다.

이번 ‘어촌 신(新)활력 증진’ 사업의 가장 큰 목적은 바로 소외된 어촌의 생활환경을 개선하고 어촌에 사는 이들의 삶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것이다. 그리하여 드라마에서나 살기 좋은 어촌의 모습으로 비춰지는 것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국민 누구나 살고, 머물고 싶어 하는 ‘삶터’와 ‘일터’, ‘쉼터’로서의 어촌으로 만들어 나가고 더 나아가 우리 후손에게 물려주는 일이 필요할 것이다.


안소희 기자 ash030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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