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매물 6만건 쌓였지만… ‘거래 가뭄’ 여전

최동수 기자

입력 2022-05-30 03:00 수정 2022-05-30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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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위, 양도세 중과 유예 발표후 매물 20% 증가 ‘22개월만에 최다’
매매거래는 작년 절반에도 못미쳐
“대출금리 인상 등 매수심리 악화, 절세매물 제외 호가도 안 떨어져
가격 혼조속 당분간 관망세 계속”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모습. 2022.5.10/뉴스1

서울 아파트 매물이 1년 10개월 만에 가장 많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 등 보유세 부과 기준일(6월 1일)이 임박한 데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1년 유예 조치가 시행된 영향으로 보인다. 하지만 집주인들은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호가를 낮추지 않는 반면 대출금리 인상 등으로 매수심리가 악화되며 ‘거래가뭄’이 이어지고 있다.

29일 아파트실거래가(아실)에 따르면 온라인에 등록된 서울 아파트 매물 수는 6만1866채로 2020년 8월 2일(6만2606채) 이후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아파트 매물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1년간 유예한다는 방침을 발표한 3월 31일(5만1537채) 이후 20.04% 늘어났다. 시장에 매물은 쌓이고 있지만 거래는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다. 이날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4월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는 1729건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4월(3655건) 대비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현장 공인중개업소들에 따르면 노도강(노원, 도봉, 강북구) 등 중저가 아파트가 몰린 지역은 호가를 내린 매물들이 나오지만 매수자가 선뜻 붙지 않으며 매물이 쌓이고 있다. 3830채 규모인 서울 강북구 SK북한산시티 매물은 지난해 말 77채에서 이날 127채로 늘었다. 강북구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대출 금리가 계속 오르며 집을 보러 왔다가도 매수를 보류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며 “6월 전 급하게 팔려는 절세 매물을 제외하고는 거래가 잘 성사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

고가 아파트가 밀집한 서울 강남권이나 용산구 재건축·신축 단지는 최고가 거래가 1, 2건씩 이어지며 호가가 오르는 추세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 전용면적 135m²는 이달 26일 54억5000만 원에 최고가 거래된 뒤 현재 56억 원짜리 매물이 나와 있다. 강남구 개포동 개포래미안포레스트도 이달 2일 전용 136m²가 최고가인 42억 원에 팔렸다. 단지 매물도 올 초 75채에서 최근 160여 채로 2배 넘게 늘었지만, 거래는 잘 안 되고 있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워낙 고가여서 문의 자체가 많지 않지만 똘똘한 한 채를 찾는 수요는 꾸준하다”며 “집주인 대부분 매도가 급하지 않아 호가를 안 내린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거래절벽이 계속될 것으로 본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정비사업, 부동산 세제 등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지만 집값 고점에 대한 피로감, 대출 규제, 대출 금리 인상 등으로 매수 심리가 쉽게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며 “수요자들의 관망세가 이어지며 매매가도 소폭 하락과 상승, 보합을 반복하며 혼조세를 보일 것”이라고 했다.



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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