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 책읽기와 걷기로 80대에도 현역[김종석의 굿샷 라이프]

김종석기자

입력 2022-05-29 12:00:00 수정 2022-05-29 12: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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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 전설 86세 김영기 전 KBL 총재 남다른 자기관리
20대부터 독서, 영어 공부, 걷기 운동 꾸준히 실천
75세 ‘할배들의 무한 질주’ 해외여행 경험 출간
식단조절, 운동, 인지훈련 치매 예방 효과


김영기 전 KBL 총재가 요즘 읽고 있는 영어 소설을 들어보이고 있다. 그는 “60년 넘게 독서와 운동을 꾸준히 실천했다”고 말했다. 김영기 전 총재 제공

김영기 전 한국농구연맹(KBL) 총재(86)는 한국 농구의 살아 있는 전설이다. 국가대표 선수로 두 차례 올림픽에 출전한 뒤 지도자로 나선 1969년 아시아선수권대회와 1970년 방콕 아시아경기대회에서 한국의 첫 금메달을 일궜다. 스포츠 행정가로는 KBL 총재를 두 차례 역임했다.

김영기 전 KBL 총재가 2018년 KBL 시상식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당시 82세였던 그는 KBL를 이끌며 왕성하게 활동했다. 동아일보 DB
이런 공로로 최근 소강체육대상을 수상했다. 한국 체육 발전에 기여한 체육인을 대상으로 시상하는 이 상은 고 소강 민관식 전 대한체육회장(1918~2006)을 기리기 위해 2009년 제정됐다. 김 전 총재는 “선수와 감독 시절 소강 선생께 직접 최우수상을 받았는데 50여 년 만에 다시 큰 상을 받았다”며 감격스러워 했다.

타계 전날까지 테니스를 즐긴 민관식 전 회장의 좌우명은 ‘평생 현역, 평생 학습’이었다. 민 전 회장은 10년 간 매일 호텔신라 헬스클럽을 찾아 1.5㎞를 걸은 뒤 수영장 물속에서 1㎞를 더 걸었다. 김 전 총재와 민 전 회장이 마지막으로 만난 장소도 이 곳이었다고.


김영기 전 KBL 총재(86)가 실내골프연습장에서 드라이버를 치고 있다. 유연한 몸을 지닌 그는 뛰어난 골프 실력으로 77세 때 77타를 쳐 에이지 슈터가 됐다. 요즘도 80대 중반의 스코어를 유지한다고 한다.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82세까지 KBL를 이끌었던 김영기 전 총재는 요즘도 어디 불편한 곳 없이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골프 치러 가면 자신의 나이와 같거나 적은 스코어를 적는 에이지 슈터가 자주 된다.


김영기 전 KBL 총재가 평균 연령 75세인 일행과 유럽 기차 여행을 다닐 때 모습. 김영기 전 총재 제공
80세 때는 직장 후배 5명과 떠난 세계 여행 경험을 담은 ‘할배들의 무한질주’라는 책을 내기도 했다. 평균 연령 75세인 김 전 총재 일행은 캐나다 로키산맥, 미국 서부, 호주 오션 코스트, 하와이, 알프스, 유레일 배낭여행까지 6차례 여행을 다녀왔는데 5차례 손수운전으로 이동한 거리만도 2만4400km.

건강을 지킨 비결에 대해 김 전 총재는 “오랜 세월 나만의 원칙을 철저하게 지키려 했다”고 귀띔했다. 외출할 때는 거의 전철이나 버스를 이용한다. 과거 기사가 딸린 차량이 있을 때도 다르지 않았다. 그래야 하루 8000보 이상 걸을 수 있어서다. 또한 약속이 없으면 오후 5시에 저녁을 먹고 소식한다. “아침엔 요구르트, 버터 바른 비스킷 8개에 커피 반잔을 마셔요. 점심은 배부르게 먹고 저녁은 샌드위치 하나 사서 아내와 나눠먹죠. 잠은 8시간 이상 자려고 합니다.”


김영기 전 KBL 총재가 50,60년 전 빼곡히 적은 영어 문장 노트와 단어장. 요즘도 그는 매일 1시간씩 영어 공부를 한다고 한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오전 7시부터 1시간 동안 학창 시절부터 적어둔 영어 문장 노트와 단어장 수십 권을 반복해서 읽고 외운다.

그는 또 20대 때부터 영어 소설을 하루도 놓지 않고 있다. “애거사 크리스티. 시드니 셀던, 존 그리샴 같은 작가를 좋아해요. 그리샴 책은 23권 읽었죠.” 얼마 전부터 스티븐 킹의 중편집 ‘이프 잇 블리즈’, 루스 웨어의 스릴러 소설 ‘더 턴 오브 더 키’를 읽고 있다. 노안이 오지 않아 돋보기 없이 지낸다. “작은 글씨로 돼 있는 페이퍼 백 책을 많이 읽다 보니 훈련이 된 것 같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김 전 총재는 대표팀 감독 시절 선수들에게 독서를 강조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김 전 총재 밑에서 국가대표 선수로 뛴 박한 전 고려대 감독은 “대표팀이 소집되면 무조건 선수 1인당 책 2,3권을 갖고 들어오도록 해 서로 돌려 읽도록 했다”고 회고했다.


김영기 KBL 전 총재(왼쪽에서 두번째)가 지도자로 출전한 1969년 아시아농구선수권대회에서 한국의 첫 우승을 이끈 뒤 대표팀 선수들과 당시 박정희 대통령을 만나고 있다. 김 전 총재는 대표팀 시절 선수들에게 독서를 강조했다. 김인건, 신동파, 곽현채, 조승연, 김영일, 박한, 최종규 등 대표 선수들 모습.(왼쪽) 1970년 방콕 아시아경기대회 남자농구에서 사상 처음으로 우승한 한국 선수들이 김영기 코치를 헹가래치고 있다. 동아일보 DB
김 전 총재는 선수와 지도자를 거쳐 기업은행 지점장을 역임한 뒤 신용보증기금 전무, 신보창투 사장을 지냈다. 운동선수 출신으로는 보기 드문 이력이다. 직장 후배로 50년 넘게 각별한 인연을 이어오고 있는 정영환 전 신보창투 사장(80)은 “김 전 총재는 평생 공부를 하면서 늘 숙면을 했다. 여기에 스트레스를 잘 받지 않는 성격을 지닌 덕분에 건강을 지키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전 총재는 반세기도 지난 일을 구체적인 숫자까지 언급할 만큼 뛰어난 기억력을 갖고 있다.

고려대 안암병원 신경과 이찬녕 교수는 “치매 위험 인자를 아동 청소년기부터 생애 주기별로 꾸준히 관리해야 한다”며 “식단 조절, 운동, 인지 훈련 등을 종합적으로 했을 때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하루 1시간 운동과 1시간 책읽기만 해도 치매 발병 확률을 35% 이상 낮출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치매 예방으로 권장되는 3권으로는 운동, 읽고 쓰기, 생선과 채소 먹기가 꼽힌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고 했다. 젊을 때 올바른 생활 습관이 평생 건강을 좌우한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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