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오늘 오후는 쉬자”… 제주서 느끼는 스누피의 힐링 메시지

안소희 기자

입력 2022-05-30 03:00 수정 2022-05-3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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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앤가든
체험형 테마 정원 ‘스누피가든’… 만화 ‘피너츠’ 주제로 조성
실내에서는 만화 에피소드 즐기고, 야외 정원에서는 계절 느끼며 사색
“스누피는 전 세대 공감 키워드, 모든 관광객에게 감동 줄 것”


스누피가든 3전시관. 에스앤가든 제공

2020년 제주 구좌읍 송당리에 2만5000평 규모로 조성된 자연 체험형 테마 정원이 새로운 지역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바로 미국 만화가 ‘찰스 M 슐츠’의 연재만화 ‘피너츠’를 구현한 ‘스누피가든’이다.

스누피가든은 만화 스누피 속 대사 ‘일단 오늘 오후는 쉬자(Rest this afternoon)’가 콘텐츠 핵심 모티브다. 관람객은 정원에서 피너츠의 에피소드를 경험하는 동시에 제주 자연 속에서 진정한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스누피가든이 위치한 송당리는 중산간 마을로 안돌·백약이·아부오름 등 수많은 오름이 분포된 곳이다. 또 녹나무·삼나무·하귤나무·야생 동백나무·구좌 당근과 송당고사리·화산송이 등의 자연환경을 가지고 있으며 가든에 조성된 테마정원을 방문객이 거닐 수 있게 조성했다. 이곳을 지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사색·힐링·치유 등이 이뤄진다.

스누피가든을 방문한 이들은 자원과 기후·지역적 특색을 최대한 활용해 계절과 시간에 따라 변하는 자연의 모습이 담겨진 공간이라는 평가와 함께 소셜미디어 등에서도 만족감을 드러내고 있다. 제주도의 새로운 명소인 스누피가든을 운영하는 곳이 바로 ㈜에스앤가든이다. 스누피가든을 기획한 에스앤가든의 김우석 대표(사진)는 “스누피 만화의 오랜 팬으로서 전 세대를 아우르는 힐링 키워드가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과 위안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테마파크를 조성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피너츠는 3대가 모두 좋아할 만한 이야기”라며 “아이는 스누피가 귀여워서 좋고, 엄마는 피너츠의 메시지에 공감하고, 할머니는 인생의 깨달음을 복습한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스누피가든을 방문한 관광객들이 스누피에 몰입하는 순간을 볼 때 보람을 느낀다. “관광객들이 ‘저 돌도 스누피 같아!’ ‘저건 누워 있는 스누피다!’ 같은 말을 하는데, 그걸 보면 스누피에 몰입돼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처음에 기획했던 의도들이 정확하게 들어맞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김 대표의 집안은 3대째 조경 사업을 해왔고 그는 2000년에 본격적으로 조경 사업에 뛰어들었다. 고려대 환경생태공학부를 조경학 박사학위로 졸업했고 ㈜안산조경 대표를 거쳐 현재 ㈜에스앤가든 대표를 맡은 조경부문 전문가이다. 이 회사의 모기업인 남해종합건설도 조경이 특화된 주택건설회사로서 이름을 떨치고 있다.

제주 구좌읍에 위치한 스누피가든 전경. 에스앤가든 제공
김 대표는 조경 전문성에 콘텐츠를 입히는 시도로 젊은 감각을 불어넣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스누피가든을 조성하기 전에 1만6000편에 이르는 만화 편수를 직접 참고했다. 여기에 스누피가든이 들어설 자연 공간과 어떻게 조화를 이루게 할지를 고민했다. 제주도라는 거대한 자연 공간에 피너츠의 배경이 되는 미국중서부 교외의 중산층 마을의 느낌을 어떻게 전달하느냐가 관건이었다. 김 대표는 방대한 분량의 만화를 거의 다 보면서 등장인물이 모여서 인생 이야기를 하는 자연장소를 가지고 테마파크 조성에 대한 아이디어와 콘셉트를 추려냈다.

김 대표는 찰리 브라운이 상심에 빠져서 나무에 머리를 기대고 있는 장면을 언급하며 해당 장면을 모티프로 삼아 정원 한쪽에 있는 후박나무에 찰리 조형물을 만들었다고 귀띔했다. 찰리가 후박나무에 기대며 휴식과 위로를 느끼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렇게 만화의 배경이 제주의 자연과 조화를 이루게 됐다.

스누피가든의 사색들판. 에스앤가든 제공
실내와 실외의 조화도 흥미로운 포인트다. 스누피가든은 피너츠의 관계성과 스토리를 소개하는 실내 테마홀 ‘가든 하우스’와 피너츠 에피소드·제주 자연을 함께 체험할 수 있는 ‘야외 가든’으로 구성돼 있다. 가든 하우스의 테마홀은 ‘피너츠, 자연과 인생’을 테마로 피너츠 에피소드 속 인생 이야기와 자연의 아름다움을 전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실외에선 눈, 비, 바람, 안개, 낙엽 등 사계절이 뚜렷한 계절성을 통해 자연의 강점을 공통적으로 느낄 수 있는 점도 스누피가든이 가진 강점 중 하나다. 실내를 중심으로는 스누피가든과 피너츠의 관계를 살펴보면서 만화가 오랜 세월 전해온 인생 이야기에도 귀 기울여볼 수 있게 구성했다.

한편 김 대표는 스누피가든은 새로운 장르의 자연형 캐릭터 테마파크로서 ‘직원들이 피너츠 세계관에 몰입되어 즐겁게 일하면서 자유롭고 평등한 분위기의 회사’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스누피가든을 조성하면서 참신한 내용과 콘텐츠로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요소들을 만들기 위해 고생도 많았지만 방문객이 즐겁게 관람을 하는 걸 온 피부로 느끼며 전 임직원 모두 자부심을 갖고 일하고 있다”라며 “숙박, 레포츠, 캠핑 등을 즐길 수 있는 제2의 스누피가든을 만드는 준비도 잘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대표는 제2 스누피가든은 완성형으로 보완해 가는 것을 목표로 진화 중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현재 지역 내 규제 문제로 인해 발이 묶여 있으나, 예정대로 2024년 하반기나 2025년 상반기 중에 제2의 스누피가든을 여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안소희 기자 ash030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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