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한국 고령화 심각… 청년 ‘스템’ 인재-장년 혁신역량 키워야”

강유현 기자 , 이상환 기자

입력 2022-05-27 03:00 수정 2022-05-27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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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동아국제금융포럼]
노벨 경제학상 데이비드 카드 강연


26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2 동아국제금융포럼’에서 데이비드 카드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교수(오른쪽)가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과 대담을 하고 있다. 카드 교수는 한국 경제의 지속 성장을 위해 “이공계의 젊은 인재와 혁신 역량을 갖춘 고령 인재가 함께 일하는 문화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고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혁신 역량을 갖춘 장년층과 ‘스템(STEM·과학 기술 공학 수학)’ 분야의 젊은 인재가 함께 일하며 기술을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청년층과 장년층의 일자리는 대체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보완돼야 한다.”

지난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데이비드 카드 미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버클리) 교수는 26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2 동아국제금융포럼’에서 한국의 저출산 고령화 문제를 지적하며 이같이 말했다.

카드 교수는 고령화와 이민 등 인구구조와 교육 등이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실증적으로 연구한 업적으로 학계의 인정을 받았다. 그는 이날 ‘팬데믹 이후 인구 변동과 글로벌 경제’를 주제로 한 기조강연과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과의 대담에서 한국 경제가 지속 성장하기 위한 전략을 제시했다.
○ 고령화와 대졸 실업이 문제
카드 교수는 한국 경제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로 고령화를 꼽았다. 그는 “과거 1960, 70년대 한국은 경제활동인구가 늘어나 노동력이 창출되고 젊은층이 고령층에 대한 부양 부담을 나눠 지면서 인구 증가의 효과를 누렸다”며 “하지만 여성 인구 1명당 출산율이 1970년 4.5명에서 2020년 0.84명으로 떨어지면서 65세 이상 인구가 2040년 일본과 비슷한 30∼35% 수준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졸 실업과 일자리 시장의 미스매치 문제도 언급했다. 그는 국제 비교 데이터를 제시하며 “한국은 대학을 졸업했지만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청년 비중이 20∼25%로 다른 국가 대비 높은 편”이라고 했다. 다른 국가들은 교육 수준이 높은 이들이 일자리를 더 많이 갖고 가는데 한국은 거꾸로 가고 있다고 말하면서 “한국에서 대학 진학률은 70% 정도로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이지만 전공한 분야에서 일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도 했다. 이런 점은 국가적 손실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 젊은 인재와 경륜 있는 시니어 협업 필요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카드 교수는 ‘젊은 사람들이 빠르게 걷지만 나이 든 사람은 지름길을 안다’는 독일 속담을 언급하며 “젊은 이공계 인재를 배출하고, 고령층은 혁신 역량을 갖추도록 교육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카드 교수는 “한국 고등학생의 수학 성적은 50여 개국 중 3, 4위, 과학 성적은 3위권인데도 불구하고 이공계 전공자가 매우 적다”며 “스템 분야에서 많은 전공자가 나와야 하며, 한국 대학은 연구개발(R&D)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 고등학생들이 강점을 보이는 수학, 과학 등 이공계 분야를 더 강화한다면 국가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고령층의 혁신 역량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에서는 컴퓨터 공학을 전공한 젊은 직원과 문제 해결 능력과 경륜을 갖춘 시니어 직원이 한 팀에 배치돼 일하는 경우가 많다”며 “교육을 통해 고령층의 혁신 역량을 높이면 젊은층과 고령층이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여성 인재를 적극 활용하라고도 주문했다. 그는 “한국에서 남성과 여성의 생산활동인구 비중은 25∼29세에서는 약 70%로 비슷하지만 30, 40대로 가면 큰 차이가 난다”며 “30, 40대 남성의 생산활동인구 비중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으로 증가하는 반면 여성은 남성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다”고 분석했다.
○ 한국 기업은 품질 사다리 올라타야
카드 교수는 한국 기업들에 대한 조언으로 “어려운 국내외 환경을 헤쳐 나가기 위해선 ‘품질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 제품의 품질에 대해 “일본과 독일 수준으로까지 올라왔다”고 평가하면서도 품질 격차가 있다고 봤다. 카드 교수는 “향후 저가 경쟁을 피하기 위해선 제품 혁신을 통해 품질을 높여 소득 상위 5% 계층을 겨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 기업들은 특허와 공장 자동화에 강점이 있어 품질 개선에도 쉽게 나설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에 나서야 한다고도 말했다. 그는 “세계적으로 탄소를 기반으로 한 제품을 구매하지 않는 추세로 가며 탄소세도 논의되고 있다”며 “미국에서는 ESG 중에서도 기업 이사회에 여성을 의무적으로 포함하는 등 지배구조(G) 문제를 활발하게 논의하고 있다”고 했다.

카드 교수는 공급망 다변화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언급하면서 “코로나19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영향으로 1970년대 석유 파동 이후 가장 큰 공급망 차질이 벌어졌다. 일부 산업은 ‘마이너스(―·역성장) 쇼크’에 노출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우크라이나 사태로 러시아가 독일로 가는 가스 공급관을 차단하면 독일 제조업이 경기 침체를 겪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미국은 코로나19에 따른 중국 봉쇄 충격을 겪으며 공급망을 분산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고 설명했다.

세계 경제를 좌우하는 미국 경기 전망에 대해서는 신중한 의견을 보였다. 그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영향으로 가을쯤 되면 인플레이션이 잡힐 가능성이 있다”며 “하지만 공급망 차질이 계속되면 인플레이션을 높이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또 “금리 인상으로 노동 시장이 냉각될 수도 있다”며 “미국이 경기 침체로 가지 않기 위해서는 공급망 문제를 해결해야 해 무역 장벽을 낮추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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