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NG로 가는 컨테이너선, 수소전지 선박… 현대重, 친환경 앞장

영암=김재형 기자

입력 2022-05-27 03:00 수정 2022-05-27 0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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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를 위한 성장 ‘넷 포지티브’]
2부 기업, 함께하는 성장으로〈8〉해양생태계 보존 나선 현대重그룹


2일 오전 전남 영암의 현대삼호중공업 조선소에 정박한 초대형 컨테이너선(위쪽 사진) 갑판에는 추진 연료인 액화천연가스(LNG) 주입구가 있다. 김용희 현대삼호중공업 설계PM 팀장(아래 사진)은 “자연 기화한 LNG를 300기압으로 압축하고 이를 연소시켜 동력을 만들어 낸다”고 설명했다. 현대중공업그룹 제공

2일 오전 전남 영암의 현대삼호중공업 조선소. 제 1안벽(생산된 배를 대놓는 부두시설)에는 시운전을 앞둔 1만4800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급 컨테이너선 하나가 대기하고 있었다.

아파트 10층 높이(약 30m)의 배 철제 계단을 올라가면 갑판 중간에 액화천연가스(LNG)를 넣는 주입구가 눈에 띈다. 그 옆에는 LNG의 압력을 300bar(기압)로 유지하는 장치도 마련돼 있다. 여기서 고압으로 기화한 LNG는 엔진룸으로 이동해 연소 과정을 거쳐 동력을 만들어낸다.

이 초대형 선박은 2년 전 삼호중공업뿐만 아니라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 부문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계열사 현대중공업,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에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을 안겼다. 추진연료로 LNG를 쓰는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가장 먼저 건조해 선사(싱가포르 EPS)에 인도한 것이다. 이후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제안이 잇따라 발표되면서 한국조선해양은 성장하는 친환경 선박 시장을 주도해 나갔다.
○ 한국해양조선, ‘LNG 추진선’ 시장 주도
미래 세대, 더 나아가 지구 자체를 대상으로 ‘삶의 질’을 개선코자 하는 ‘넷포지티브’ 흐름은 2010년대 후반부터 조선업에서도 새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았다. IMO는 2020년, 미세먼지를 일으키는 선박 연료의 황산화물 함유량 허용치를 축소(3.5% → 0.5%)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2023년부터 4년간 연간 2%씩 선박의 탄소배출량을 감축하는 규제안을 도입했다.

‘탈(脫)탄소’ 흐름이 강화하는 오늘날 LNG 추진선은 해운사들이 가장 선호하는 친환경 선박으로 손꼽힌다. 아직은 황과 질소 등 불순물이 많은 벙커C유를 연료로 쓰는 선박도 많아 그 배기가스를 바닷물로 세척해 중화하는 ‘스크러버’에 대한 수요도 늘고 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친환경 연료로 갈아탈 수밖에 없는데 현재로선 비용과 효과 면에서 LNG만 한 후보가 없는 것이다.

한국조선해양은 명실공히 LNG 추진선의 명가(名家)로 불린다. 지난해 수주한 선박 221척 가운데 절반가량이 이중연료엔진이 탑재된 LNG 추진 선박이었다. 올해도 4월까지 세계에서 가장 많은 96척의 LNG 추진선을 수주했다. 여기에 2018년 7월 LNG 추진 대형 유조선과 2020년 9월 LNG 추진 초대형 컨테이너선까지, LNG를 연료로 활용하는 초대형 선박을 가장 먼저 인도한 회사로 기록되면서 ‘퍼스트 무버’로서의 입지를 굳혔다.

환경 규제가 강화하는 걸 제약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오히려 기술 개발과 시장 개척의 기회로 삼았던 전략이 적중한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한국조선해양은 선박 건조 외에 LNG 추진선의 핵심인 대형 엔진 분야에서도 지난해 시장점유율 35%를 나타내며 세계 1위에 올랐다. 지난해엔 글로벌 엔진 개발사인 MAN과 협력해 LNG 연소 시 발생하는 메탄 배출량을 기존보다 30∼50%까지 크게 줄인 대형엔진(ME-GA)을 공동 개발하기도 했다.

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LNG는 벙커C유와 비교해 황산화물 배출은 거의 없고, 질소산화물(85%), 온실가스(25%) 배출량도 크게 줄일 수 있어 수요가 늘고 있다”며 “올해 목표 수주액 174억4000만 달러의 49%를 4월에 조기 달성하는 등 조선업에 불고 있는 ‘친환경 바람’을 확산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고 말했다.
○ 차세대 친환경 선박 개발에도 박차
현대삼호중공업이 2022년 인도한 1만5300TEU급 LNG 추진 컨테이너선의 시운전 모습. 영암=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한국조선해양은 지난해 8월에는 세계 최대 해운사 ‘머스크’로부터 1만6000TEU급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선 8척을 수주했다. 추진 연료로 메탄올을 쓰는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수주한 건 최초였다. 메탄올은 LNG와 함께 업계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친환경 연료. 머스크는 “기존에 운영하던 노후 선박(컨테이너선)을 메탄올 추진선으로 대체함으로써 연간 이산화탄소 배출을 100만 t가량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이번 발주에 대한 의미를 풀이했다.

한국조선해양은 지난해 9월에는 업계 최초로 한국선급(KR)으로부터 암모니아 연료공급시스템 개발에 대한 개념설계 기본인증(AIP)을 획득하는 등 미래 친환경 선박에 대한 원천기술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완전 탈탄소 선박시대’ 도래를 위해 수소연료전지와 수소연료공급시스템 기술을 적용한 수소연료전지 추진선도 개발하고 있다. 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연구개발 인력 확대를 통해 친환경 기술 개발에 전사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면서 “넷포지티브를 향한 전 지구적 노력에 동참해 조선업 패러다임을 바꿔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영암=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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