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건설사들, 연어 양식에 NFT까지… 신사업 뛰어드는 이유

황재성 기자

입력 2022-05-25 11:16 수정 2022-05-25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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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더 이상 아파트만 짓고, 댐·도로를 건설하는 회사가 아닙니다.”

최근 국내 건설회사들의 변신 노력이 예사롭지 않다. 영역도 원전 폐기물 처리부터 대체 불가토큰(NFT), 친환경 연어 양식장 사업에 이르기까지 다채롭기 이를 데 없다. 특히 올해 주총에서 건설사들은 앞 다퉈 사업목적에 환경 관련 사업부터 유통업, 도소매업, 물류업, 통신판매업, 금융상품 중개업 등 다양한 업종을 추가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계속된 주택경기 호황으로 경영실적이 크게 좋아진 상황에서 주택건설 등 건축으로 집중된 경영구조를 바꿔보려는 노력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환경이나 에너지 관련 사업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는 등 사업 환경이 급변하면서 새로운 수익원을 찾아야 한다는 업재의 분위기도 영향을 미쳤다.

다만 이런 노력들이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사전에 충분한 준비와 다양한 리스크 관리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쟁적인 신사업 진출…원전해체부터 연어양식까지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건설업계 시공능력 1위 업체인 삼성물산은 지난달 SMR 부문 세계 1위 기업인 미국의 뉴스케일파워와 손잡고 소형모듈원전(SMR)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SMR은 원전의 원자로, 증기 발생기 등 주요 설비를 하나의 모듈로 일체화한 300㎿(메가와트) 이하의 소형 원전이다. 기존 대형 원전보다 안전성과 경제성이 뛰어날 것이라는 기대감에 차세대 원전으로 주목받고 있다.

현대건설은 올해 3월 미국 현지업체(홀텍)와 SMR뿐만 아니라 미국 원전해체 사업에 공동 진출하기로 계약했다. 현대는 또 이달 10일 국내 디지털엔터테인먼트기업 샌드박스네트워크(샌드박스)와 NFT 분야 협력을 위한 MOU도 맺었다. NFT는 일종의 가상 진품 증명서인데, 현대는 올해 창립 75주년 기념 NFT를 발행하면서 신규 분야 진출의 초석으로 삼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GS건설은 올해 3월 신세계푸드와 친환경 연어 대중화를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GS건설은 친환경 연어를 생산하기 위해 바닷물을 정화하는 친환경 양식장을 짓고, 신세계푸드는 연어판매를 맡는다.

대우건설은 이달 초 항공 부품 제조사인 켄코아에어로스페이스와 드론 개발사인 아스트로엑스와 잇달아 MOU를 체결했다. 대우 측은 UAM 정거장인 버티포트(수직 이착륙장)의 시공과 3개사 공동으로 서비스업체도 운영할 방침이다.
주택 비중 낮추고, 새로운 먹거리 확보가 목적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의 김영덕 산업정책연구실 선임연구원은 이에 대해 건산연이 매주 발행하는 ‘건설동향브리핑’ 최신호에 게재한 보고서 ‘건설기업 신사업 진출의 명과 암’을 통해 “주택 등 건축 중심의 편향된 성장세에 대한 건설기업 자체적인 불안감이 지속적으로 증가했고, 새로운 산업 창출에 대한 관심도 급속히 확산된 결과”로 풀이했다.

지난해까지 이어진 주택경기의 호황 속에서 시공능력평가액 순위 상위 100위 내 대형 및 중견 건설기업들의 매출 및 이익 규모가 향상되는 등 경영실적이 크게 호전됐다. 하지만 주택에 치우친 수익 구조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 주택 등 민간건축 부문은 경제 상황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의 규모와 이익을 유지하고 성장해나가기 위한 신사업 창출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ESG(환경·사회기여·지배구조투명화) 경영 확산으로 환경, 에너지 관련 사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기후변화에 대한 정부 정책이 강화 추세에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사업환경이 바뀌는 데 따라 대응하기 위한 선택이라는 분석이다.

김 선임연구원은 앞으로도 건설업계의 신사업 진출 노력은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최근 원자재가 상승 등 원가 압박 속 경영실적의 악화 그리고 시장과 정책에 따른 주택경기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충분한 사전 준비와 리스크 관리 필요
다만 이런 신사업 진출에 주의할 점이 많다. 이전에도 신사업에 진출했다가 실패한 기업들이 적잖기 때문이다.

김 선임연구원도 “지금까지 건설기업의 많은 신사업 진출 노력들을 보면, 실질적으로 기업의 성과 향상에 기여했던 경우가 있는가 하면, 뚜렷한 실적 없이 사업을 포기하는 사례도 많았다”고 지적했다.

환경관리대행업에 진출했던 K사나 편의점 사업에 나섰던 S사가 대표적으로 본업인 건설업과 관련성이 낮은 분야에 진출하여 실패를 경험했다.

반면 G사의 공격적인 모듈러 주택사업 진출, S사나 K사의 주택시장의 틈새사업 전략적 진출 등과 같이 본업과 관련된 사업 확장을 추진한 건설사는 매출 상승이나 수익 증대 등의 실질적 성과를 얻은 경우도 있다.

김 선임연구원은 따라서 “건설기업들이 진출하는 신사업 분야의 경우, 기술력이나 사업추진력보다는 초기 투자와 같은 자본력이 큰 역할을 하게 된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며 “신사업 진출에 있어서는 충분한 준비와 다양한 리스크 관리체계를 구축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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