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꺼내든 전력도매가 상한제…한전 적자 상쇄 효과 미미

뉴시스

입력 2022-05-25 08:19 수정 2022-05-25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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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한전)이 1분기 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한 가운데, 산업통상자원부가 발전사에 지불하는 전력도매가격(SMP)에 상한선을 설정하기로 했다.

SMP 상한제의 핵심은 한전이 떠안던 부담을 발전사들이 분담하는 것이다. 특히 상한제로 이익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민간발전사와 신재생에너지 사업자 등의 반발이 예상된다.

발전 공기업들은 한전의 사상 최대 적자에 우량 자산까지 내놓으면서 자구책 마련에 동참하는데 이어 SMP 상한제까지 시행하면서 한전과 동반 부실 우려까지 나온다.

산업통산자원부는 지난 24일 ‘전력시장 긴급정산 상한가격’ 제도의 신설을 담은 ‘전력거래가격 상한에 관한 고시’ 등의 일부개정안을 다음 달 13일까지 행정예고 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직전 3개월 동안의 SMP 평균이 과거 10년 동안의 월별 SMP 평균값의 상위 10%에 해당될 경우, 1개월 동안 상한가격 제도가 적용된다. 상한가격은 10년 가중평균 SMP의 1.25배(125%) 수준으로 정해진다.

다만 산업부는 상한가격 도입으로 인한 발전 사업자의 과도한 부담을 고려해 연료비가 상한가격 보다 더 높은 발전 사업자는 실제 연료비를 보상해주고, 그 외 용량요금과 기타 정산금은 제한 없이 지급하기로 했다.

이같은 조치는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등으로 연료 가격이 폭등하고, 한전이 올해 30조원의 영업손실이 전망되는 등 전기요금 인상 압박이 심화한 데 따른 것이라는 게 산업부 설명이다.

현재 전력 판매 시장은 한전이 발전사로부터 비싼 가격에 사서 싼 가격에 민간이 공급하는 구조다. 한전의 최신 전력통계월보에 따르면 지난 3월 구입단가는 킬로와트시(㎾h)당 153.4원, 판매단가는 ㎾h당 100.7원이었다.

이런 가운데 최근 국제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4월 SMP는 1킬로와트시(㎾h)당 202.11원으로 전력 도매 시장 개설 이후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기로 했다.

이번 달 들어서 한국가스공사가 LNG 공급 단가를 대폭 인하 하면서 SMP도 다시 1㎾h당 140원대로 낮아졌지만, 전년 동기인 5월(79.1원)과 비교하면 여전히 2배 정도 높은 수준이다.

정부의 SMP 상한제 도입에 민간 발전사들은 반발하는 분위기다. 실제 연료비를 보상해준다고 하지만, 한전의 경영 책임을 같이 떠안는 꼴이기 때문이다.

발전 공기업들은 한전 눈치를 보며 함구하고 있지만, 그동안 높은 SMP 가격으로 늘어난 이익을 도로 뱉어내라는 것과 다름없어 속내는 민간과 다르지 않다. 일부 발전 공기업은 겨우 적자 폭을 줄였는데, 다시 상한제 부담을 분담하게 됐다.

전체 발전량의 8.3%(3월 기준)밖에 담당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자도 마찬가지다. 소규모 신·재생에너지 발전전력 등의 거래에 관한 지침에 상한제를 신설함에 따라 연료 비용 없이 발전하면서도 비용만 떠안게 됐다.

실제 효과도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산업부 행정예고 자료에 나온 SMP 상한제 비용편익 분석에 따르면 1422억원 비용 절감효과가 기대된다. 지난 3월 한전의 전력 구입비만 7조3512억원에 달했던 점을 고려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일각에서는 지난달 SMP 가격이 이미 202.11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고 이번 달 다시 60원 가까이 떨어졌는데, 여태 모른척 하다가 ‘뒷북’ 규제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산업부는 그럼에도 국제 연료가격이 상승하면 SMP가 오르고, 한전이 발전사에 줄 정산금이 높아지는 구조에서 상한제 시행은 불가피하다고 설명한다.

결국 발전사에 지불할 금액이 크면 클수록 한전의 부담만 커지고, 이는 전기요금에도 반영돼 소비자의 부담이 커진 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전력 가격이 높아진 유럽을 중심으로 규제가 시행되는 만큼 한전을 보호할 상한선 캡(cap) 마련에는 공감대를 표하면서도, 반대로 저유가일 때 발전사의 손실을 방지할 플로어(floor)도 동시에 마련한다고 조언했다.

박종배 건국대 전기공학과 교수는 “석유, 석탄, LNG 가격의 변동성이 엄청 크다”면서 “유럽에서 (가스 등) 물건이 부족하다고 하면 끝도 없이 가격이 오를 수는 상황이기 때문에 일단 제도 준비는 해야한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다만 “유가가 높을 때는 한전의 리스크(risk·위험)가 커지고 낮을 때는 발전 사업자의 리스크가 커진다”며 “두 가지 리스크를 헤지(hedge·위험회피)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고민이 필요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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