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유치 올인한 美 조지아州, 투자의향서 받자 “대박” 환호
뉴욕=유재동 특파원 , 이채완 기자
입력 2022-05-25 03:00 수정 2022-05-25 04:54
현지언론, 유치 노력 후일담 소개
올해 2월의 어느 밤 미국 남동부 조지아주 서배나의 특급 호텔. 2019년 1월부터 재임 중인 브라이언 켐프 주지사(59·공화)와 보좌진이 몇 시간째 회의를 거듭하고 있었다. 이들은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사진)이 미국에 건설할 전기차 공장의 후보지 실사 방문을 하루 앞둔 이날 후보지 브라이언카운티 인근에 있는 이 호텔에서 초조하게 대기했다. 당시 조지아는 테네시, 버지니아, 노스캐롤라이나,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등과 치열한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었다. 보좌진 중 한 명은 지나치게 긴장해 켐프 주지사가 직접 진정시켜야 했다.
조지아 현지 매체 ‘애틀랜타저널컨스티튜션(AJC)’은 현대차 공장을 유치하기 위해 조지아주가 전방위적 노력을 들였다는 후일담을 23일 보도했다. 켐프 주지사는 취임 후 첫 해외 방문지로 한국을 택했고 팻 윌슨 주 경제개발장관은 한국을 10차례나 찾아 현대차를 설득했다. 그 결과 현대차는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방한 중이던 21일 “2025년 상반기 가동을 목표로 브라이언카운티에 연 30만 대의 전기차 생산이 가능한 공장을 짓겠다”고 밝혔다.
조지아주와 현대차의 협상은 지난해 12월 시작됐다. 기밀 유출을 우려해 기업명을 대다수 주정부 직원에게도 노출하지 않은 ‘블라인드 방식’으로 진행했다. 특히 부지 자체가 외딴곳에 위치해 소문이 날 위험이 적었고 주정부가 해당 부지를 매입한 것도 비밀 협상을 하는 데 용이했다. 사유지 수용 등 번거로운 절차가 필요 없어 양측이 편안한 분위기에서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가장 결정적인 순간은 2월 정 회장이 전세기로 공장 부지를 방문했을 때였다. 켐프 주지사와 공무원들은 유치 가능성이 높다는 내부 평가에도 자만하지 않았다. 차분히 만반의 준비를 갖추며 정 회장의 선택을 기다렸다.
켐프 주지사는 정 회장과 오랜 인연이 있다. 그는 2019년 한국 방문 당시 하루를 투자해 기아를 방문했고 당시 총괄수석부회장이었던 정 회장과 고급 식당에서 밥을 먹었다. 정 회장이 2020년 그룹 회장으로 승진했을 때는 곧바로 축하 편지를 보냈다. 윌슨 장관 또한 현대차 관계자가 서배나를 찾을 때마다 동행했다. 모든 질문에 능숙히 답하면서 현대차의 환심을 산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현대차는 4월 투자의향서를 조지아주에 제출하며 사실상 부지 선정을 마무리했다. 당시 켐프 주지사와 보좌진은 크게 환호했다. 트레이 킬패트릭 주지사 비서실장은 아예 ‘대박(boom)’이라고 외쳤다.
해외 기업을 유치해 주 경제를 활성화하려는 조지아주 공무원들의 열성은 이미 정평이 나 있다. 2019년 SK온의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유치할 때도 조지아 주정부는 SK 측 제안에 새벽에도 번개같이 일처리를 하는 적극성을 보였다. 이번 현대차 공장 유치를 위해서도 세제 혜택 등 다른 주들이 공통으로 내놓는 인센티브 외에 공무원들의 기업 친화적인 태도를 적극 어필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지아주는 2006년 브라이언카운티에서 약 200km 떨어진 웨스트포인트에 기아 공장을 유치했다. 그러나 이후 최근까지 해외 기업 유치에 몇 차례 고배를 마셨다. 특히 2015년 스웨덴 볼보 공장을 인근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 빼앗기는 바람에 이번에는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각오가 대단했다.
주 정치권도 초당적 노력에 가세했다. 모두 집권 민주당 소속인 조지아주의 존 오소프 상원의원, 래피얼 워녹 상원의원 또한 현대차 유치에 공을 들였다. 오소프 의원은 지난해 11월 한국에서 정 회장을 만났다. 두 의원은 21일 현대차의 발표 직후 “현대차의 수십억 달러 투자가 수천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조지아주의 명성을 높일 것”이라며 환영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브라이언 캠프 미국 조지아 주지사(앞줄 왼쪽)와 장재훈 현대자동차 사장이 20일 조지아주 브라이언카운티에서 조지아주 공무원 등을 대동한 채 2025년 상반기에 가동을 시작할 현대차의 전기차 공장 설립 협약식에 참석해 있다. 현대차 측은 이 공장에서 2025년부터 연 30만 대의 전기차 생산 체계를 갖추겠다고 밝혔다. 사진 출처 현대자동차 홈페이지
조지아 현지 매체 ‘애틀랜타저널컨스티튜션(AJC)’은 현대차 공장을 유치하기 위해 조지아주가 전방위적 노력을 들였다는 후일담을 23일 보도했다. 켐프 주지사는 취임 후 첫 해외 방문지로 한국을 택했고 팻 윌슨 주 경제개발장관은 한국을 10차례나 찾아 현대차를 설득했다. 그 결과 현대차는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방한 중이던 21일 “2025년 상반기 가동을 목표로 브라이언카운티에 연 30만 대의 전기차 생산이 가능한 공장을 짓겠다”고 밝혔다.
○ 지난해 12월부터 비밀 협상
가장 결정적인 순간은 2월 정 회장이 전세기로 공장 부지를 방문했을 때였다. 켐프 주지사와 공무원들은 유치 가능성이 높다는 내부 평가에도 자만하지 않았다. 차분히 만반의 준비를 갖추며 정 회장의 선택을 기다렸다.
켐프 주지사는 정 회장과 오랜 인연이 있다. 그는 2019년 한국 방문 당시 하루를 투자해 기아를 방문했고 당시 총괄수석부회장이었던 정 회장과 고급 식당에서 밥을 먹었다. 정 회장이 2020년 그룹 회장으로 승진했을 때는 곧바로 축하 편지를 보냈다. 윌슨 장관 또한 현대차 관계자가 서배나를 찾을 때마다 동행했다. 모든 질문에 능숙히 답하면서 현대차의 환심을 산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현대차는 4월 투자의향서를 조지아주에 제출하며 사실상 부지 선정을 마무리했다. 당시 켐프 주지사와 보좌진은 크게 환호했다. 트레이 킬패트릭 주지사 비서실장은 아예 ‘대박(boom)’이라고 외쳤다.
○ 해외 기업 유치에 올인
조지아주는 2006년 브라이언카운티에서 약 200km 떨어진 웨스트포인트에 기아 공장을 유치했다. 그러나 이후 최근까지 해외 기업 유치에 몇 차례 고배를 마셨다. 특히 2015년 스웨덴 볼보 공장을 인근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 빼앗기는 바람에 이번에는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각오가 대단했다.
주 정치권도 초당적 노력에 가세했다. 모두 집권 민주당 소속인 조지아주의 존 오소프 상원의원, 래피얼 워녹 상원의원 또한 현대차 유치에 공을 들였다. 오소프 의원은 지난해 11월 한국에서 정 회장을 만났다. 두 의원은 21일 현대차의 발표 직후 “현대차의 수십억 달러 투자가 수천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조지아주의 명성을 높일 것”이라며 환영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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