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녹색혁명’으로 글로벌 보릿고개 넘어야 [기고/정황근]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입력 2022-05-25 03:00 수정 2022-05-25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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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아야 뛰지 마라 배 꺼질라. 가슴 시린 보릿고개길….’

재작년 한 종편 방송사의 미스터 트롯에서 당시 열네 살이던 정동원 군이 부른 ‘보릿고개’의 노래 가사다. 실제 보릿고개를 겪어보지도 못한 어린 소년이 배고픈 설움을 어찌 알고 그리 구성지게 부를 수 있었을까.

우리나라는 1970년대 통일벼 보급을 통한 ‘녹색혁명’으로 보릿고개를 극복하고 쌀 자급을 달성했다. 그러나 식습관의 변화로 밀가루와 육류 소비가 늘면서 밀과 사료용 곡물 수입이 증가했고, 국내 생산만으로는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워졌다.

더 큰 문제는 기후변화, 코로나19에 이어 우크라이나 사태로 세계적인 식량 공급망 불안, 이른바 ‘글로벌 보릿고개’에 직면한 것이다. 주요 수출국들은 저마다 곳간 문을 걸어 잠그고 있다. 이로 인해 국제 곡물 가격이 올라가면서 업계는 물론 소비자 부담도 커지고 있다. 쌀을 제외한 곡물 자급률이 낮은 우리로서는 지금의 보릿고개가 더 높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전문가, 산업계와 함께 국제 곡물시장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신속히 대응하고 있다. 국제 곡물가의 가파른 상승이 국내 농식품 가격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사료·식품 원료 구매자금 금리 인하, 사료 곡물 대체 원료 무관세 수입을 확대했다. 이번 추경을 통해 수입 밀가루 가격 상승분의 일부를 정부가 부담하고, 축산 농가에 사료 구매자금을 저리로 지원하기로 했다. 윤석열 정부는 ‘식량주권 확보’를 농업 분야 핵심 국정과제로 선정했다. 주요 식량 작물의 자급률을 높이기 위해 쌀 다음으로 소비량이 많은 밀과 콩은 전문 생산단지를 조성하고, 직불금 확대 등을 통해 생산을 늘린다. 공공 비축 물량을 확대해 비상시 대응 여력을 강화하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우량 농지 보전 등 적정 농지 면적을 확보하는 방안도 마련할 계획이다.

가공용·사료용 곡물은 민간 전문기업 중심으로 해외 곡물 공급망을 구축한다. 대규모 자본이 필요한 곡물 엘리베이터 지분 인수 등 민간의 해외 곡물 공급망 확보에도 자금을 지원할 계획이다.

또한 식량안보를 지키고 쌀 수급 과잉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기 위한 ‘제2의 녹색혁명’을 시작한다. 연간 200만 t가량 소비되는 수입 밀가루 일부를 가루용 쌀로 대체해 수입 의존도를 낮출 것이다. 특히 가루용 쌀은 밀처럼 가공이 편하지만, 밀가루와 달리 글루텐 성분이 없어 보다 건강한 가공식품을 만들 수 있다. 이를 위한 구체적 계획을 조만간 마련해 발표할 계획이다.

‘식량주권 확보’가 국정과제인 만큼 세부 계획을 세워 착실히 추진하고 충분한 예산도 확보할 것이다. 배 꺼질라 뛰지 말라는 ‘보릿고개’ 노랫말과 달리 전력을 다해 뛰어 이 ‘글로벌 보릿고개’를 힘차게 넘어갈 것이다.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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