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사상최대 적자’에… 발전사에 내는 전기값 상한제 도입

세종=구특교 기자

입력 2022-05-25 03:00 수정 2022-05-25 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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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르면 7월 발전사 이익 제한조치


역대 가장 큰 적자를 낸 한국전력이 발전사에서 전기를 살 때 지불하는 전력도매가격(SMP)에 상한을 두는 방안이 도입된다. 최근 연료비가 급등하며 한전이 전기를 사는 비용은 올랐는데 전기요금 인상이 제한돼 적자폭이 커지자 발전 사업자에도 부담을 지운다는 취지다. 다만 반대로 발전사들의 이익은 줄어들 수 있어 발전 사업자들이 반발하고 있다.

24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정부는 ‘전력거래가격 상한에 관한 고시’ 등의 일부 개정안을 이날부터 행정예고했다. 이번 개정안에 포함된 ‘전력시장 긴급정산상한가격 제도’는 국제 연료가격이 급등해 SMP가 비정상적으로 올라가면 한시적으로 상한을 두는 방식이다. 규제 심사 등을 거친 뒤 이르면 7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한전은 석유, 액화천연가스(LNG) 등을 사용한 발전사에서 전력을 독점 구매해 전기 소비자에게 판매한다. 그런데 최근 세계적인 경기 회복세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국제 연료가격이 급등했다. 이로 인해 한전이 발전사에서 구매하는 SMP도 덩달아 급등했는데 소비자에게 파는 전기요금은 물가 상승 등의 이유로 제대로 인상되지 않았다. 결국 전기를 팔수록 한전 적자가 커지자 발전사 이익을 일정 부분 제한해 한전의 비용 부담을 줄이려는 것이다.

실제 지난달 SMP는 kWh(킬로와트시)당 202.11원으로 2001년 전력시장이 개설된 이후 역대 최고다. 지난해 4월(76.35원)과 비교해 164.7% 올랐다. 이는 20일 기준 국제유가가 2020년 대비 156%, 유연탄은 622%, LNG가 398% 오른 영향이 컸다. 이 때문에 한전의 적자는 1분기(1∼3월)에만 역대 최대인 약 7조7800억 원을 기록했다. 금융 업계는 올해 한전의 적자가 최대 30조 원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번 조치는 직전 3개월 SMP 평균이 과거 10년간 월별 SMP 평균값의 상위 10%에 해당하는 발전사에 1개월간 적용된다. 상한 가격은 평시 수준인 10년 가중평균 SMP의 1.25배 수준이다. 실제 연료비가 상한 가격보다 더 높은 발전사에는 연료비를 보상해 주기로 했다.

이 대책은 새 정부가 출범한 직후 전기요금 인상이 부담되자 SMP를 제한하는 우회로를 택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하지만 발전 업계는 인위적으로 발전사들의 이익을 억누르는 ‘시장 교란 행위’라고 비판하고 있다. 발전사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국제 연료가격이 하락해 SMP가 급감했지만 손실을 보전받지 못한 점을 고려하면 불공정한 대책이라는 지적도 있다.

손양훈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민간 발전사들이 정당하게 받아야 할 수익을 제한하면 민간 투자는 줄어들고 향후 전기 생산도 하지 않게 될 것”이라며 “전력 시장의 원칙에 따라 전기요금을 인상하는 방안이 공정하고 근본적인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세종=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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