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발 잦은 아토피 피부염, 삶의 질 높여줄 치료법 속속 개발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입력 2022-05-25 03:00 수정 2022-05-2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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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려움 유발하는 만성 염증성 질환
호전-재발 반복으로 고통받고, 스테로이드 등 약물 부작용 부담
최근 개발된 생물학적 제제 등 완화 효과 있지만 약값 비싼편
줄기세포치료제 임상 연구 활발



박영립 순천향대 부천병원 피부과 교수가 난치성 성인 아토피 피부염의 증상과 최근 치료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순천향대 부천병원 제공

때 이른 더위로 인한 큰 일교차, 건조한 날씨, 꽃가루와 미세먼지까지 기승을 부리는 5월, 심한 가려움증으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성인 아토피 피부염 환자이다. 18세 이상 성인의 약 1%에서 아토피 피부염 환자가 생기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국내 아토피성 피부염 환자 중 성인의 비중은 2017년 42%에서 2021년 52%로 10%포인트나 증가했다. 특히 이들 3명 중 1명은 난치성 아토피 피부염 환자다. 이들은 지속되는 증상으로 인해 일상생활까지 위협받고 있다. 박영립 순천향대 부천병원 피부과 교수의 도움말로 성인 아토피 피부염의 증상과 최신 치료 현황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다.


호전-악화 반복하는 성인 아토피 피부염


아토피 피부염은 복합적인 유전적, 환경적 원인으로 생기는 만성 염증성 피부질환이다. 얼굴, 목, 팔다리의 접히는 부위를 포함한 전신의 심한 가려움증과 발진, 건조증을 유발한다. 가장 흔한 증상인 가려움증은 습도의 변화, 알레르기 항원 노출, 과도한 땀 분비, 스트레스, 자극 물질 노출 등에 의해 악화될 수 있어 봄과 초여름 시기 환자들의 고통은 더욱 크다.

박 교수는 “성인 아토피 피부염은 소아 질환의 원인 외에도 현대 사회의 도시화 및 산업화, 공해, 그리고 정신적 스트레스가 주요한 악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면서 “증상을 악화시키는 원인을 알면 피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복합적인 요인에 의해 발생하고, 사회활동이 활발한 성인 환자는 주변 환경 개선이 어려워 증상이 호전된 후에도 재발이 잦다”고 말했다. 또 박 교수는 “이들 상당수는 입증되지 않은 민간요법에 기대다가 피부 병변이 더욱 악화되거나 부적절한 피부 관리와 약제 사용으로 부작용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환자들을 가장 힘들게 하는 증상은 ‘가려움증’으로, 이 증상을 해결하는 것이 아토피 피부염 치료의 핵심이다. 아토피 피부염 환자가 가려워서 피부를 긁으면 긁은 부위에 염증이 생기고, 염증이 생기면 이로 인해 또 가려움증, 발진, 진물, 부스럼 등이 심해지는 악순환을 겪기 때문이다. 이러한 증상들로 많은 환자들이 사회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우울감을 느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중증 아토피 피부염 환자들은 일반인에 비해 실업률과 미혼률이 더 높았고, 심지어 자살 충동을 느끼는 비율이 약 20%까지 높았다.


신약 출시 이어져 치료 선택지 확대


아토피 피부염 치료를 위해서는 충분한 보습, 피부에 자극을 주지 않는 것, 악화 인자를 회피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럼에도 증상이 심해지면 부분적으로 국소 스테로이드나 국소 면역조절제, 항히스타민제 등을 사용한다. 더 악화될 경우에는 경구 스테로이드나 사이클로스포린과 같은 면역조절제를, 전신으로 가려움을 동반하면 광선치료 등으로 치료한다. 최근에는 생물학적 제제와 JAK 억제제가 출시되어 중증 환자에게 새로운 치료의 길이 열렸다.

박 교수는 “전신 스테로이드와 면역조절제 등을 장기간 남용 시 부신피질기능저하, 신장의 독성, 혈압 상승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고, 국내 환자들은 스테로이드 제제에 대한 공포감이 높아 치료 시작 전부터 거부해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또 박 교수는 “최근에 나온 생물학적 제제와 JAK 억제제는 아토피 피부염을 유발하는 면역 경로의 특정 부분만을 차단해 부작용은 낮추고 기존 약제로 조절되지 않던 중증의 아토피 피부염 환자에서 피부 병변과 가려움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어 환자와 의료진에게 환영받고 있다”면서 “다만 약값이 상대적으로 비싸고, 중증 환자에게만 산정특례(보험혜택)가 적용되어 중등도 또는 경증 환자는 비용 부담으로 접근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줄기세포 등 다양한 임상 시도


최근 다국적 제약사와 국내 바이오 기업들은 기존 치료제의 한계를 극복한 아토피 피부염 치료제 개발을 위한 연구를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잠재적 부작용과 치료 횟수를 줄인 새로운 기전의 줄기세포치료제에 대한 연구가 많이 이뤄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강스템바이오텍의 아토피 피부염 줄기세포치료제인 ‘퓨어스템-에이디주’다. ‘퓨어스템-에이디주’는 현재 순천향대 부천병원을 비롯해 국내 21개 대학병원에서 임상 3상이 진행 중이다.

박 교수는 “‘퓨어스템-에이디주’는 여러 번에 걸쳐 투여를 하거나 약 복용 후 병원을 자주 방문해야 하는 기존 약물과 달리 한번 투여 뒤 지속적으로 관찰하기 때문에 비교적 환자의 부담이 적다”면서 “한 번의 투여에도 중장기적으로 효과가 지속되는 면이 있고 기존 약제와 다른 기전으로 작용해 그동안 효과를 충분히 경험하지 못한 환자에서 어느 정도 만족하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임상 시험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일정 기간의 휴약기가 필요한데, 아토피 피부염은 휴약기 동안 참기 어려울 정도로 가려움증이 심해지기도 해 다른 질환에 비해 환자 모집에 어려움이 큰 상황이다. 또 임상 시험에 대한 잘못된 인식과 줄기세포치료제에 대한 안전성이나 치료 효과에 대한 대중의 이해 부족으로 많은 환자들이 참여를 주저하고 있다.

박 교수는 “임상 3상까지 왔다는 것은 큰 부작용이 없다는 것을 의미하며, 효과 역시 기대할 수 있으므로 임상 시험을 새로운 기전의 치료제를 더 일찍 접할 수 있는 좋은 기회로 보고 참여한다면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박 교수는 “앞으로의 아토피 피부염 치료 전략은 환자의 일상, 삶의 질을 고려한 장기적인 개별 옵션이 중요한 어젠다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계속해서 많은 연구를 통해 부작용이 적고, 가격이 저렴하고, 장기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약제가 개발, 출시돼 보다 많은 환자들이 효과적으로 치료를 이어갈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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