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긴급정산상한가격’ 신설·적용…최악 재정난 한전 우회 지원

뉴스1

입력 2022-05-24 07:28 수정 2022-05-24 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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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s1 DB

정부가 ‘전력시장 긴급정산상한가격’ 제도를 신설·운영하기로 했다. 전기 생산에 필요한 국제 연료가격 급등으로 전력시장가격(SMP)이 비정상적으로 높은 수준까지 상승할 경우 한시적으로 평시 수준의 정산가격을 적용하는 제도다.

전기소비자의 부담을 덜어준다는 표면적인 이유 외에도 사상 최악의 적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한국전력의 재무 여건을 고려한 조치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4일 이 같은 제도의 신설을 담은 ‘전력거래가격 상한에 관한 고시’ 등의 일부개정안을 행정예고했다고 밝혔다.

주요 내용을 보면 직전 3개월 동안의 SMP 평균이 과거 10년 동안의 월별 SMP 평균값의 상위 10%에 해당할 경우 1개월 동안 평시 수준의 정산가를 적용한다. 상한 가격은 평시 수준인 10년 가중평균 SMP의 1.25배 수준으로 정한다.

실제 연료비가 상한가격보다 더 높은 발전사업자에는 실제 연료비를 보상해주고, 그 외 용량요금과 기타 정산금은 제한 없이 지급함으로써 사업자의 과도한 부담을 덜어주는 게 주 내용이다.

정부는 전기 생산에 드는 국제연료 가격 급등으로 덩달아 요금이 인상되면 전기소비자들에게 부담으로 돌아간다는게 이번 조치의 배경이라고 밝혔다.

실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최근에는 경기회복에 대한 수요회복으로 수급이 불안한 상황 속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까지 겹치면서 국제 연료가격은 유래 없이 치솟았다.

국제유가는 배럴당(지난 20일 기준) 108.07달러로, 전년 대비 56%나 올랐다. 2020년과 비교하면 156%가 뛰었다.

국제 연료가격 급등으로 인한 국내 전력시장가격(SMP, 4월 기준)도 지난 2001년 전력시장 개설 이후 역대 최고이자 최초인 kWh당 202.1원을 기록했다.

산업부장관은 전기사업법 33조에 따라 ‘전기사용자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에는 전력거래가격의 상한을 정하여 고시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여기까지는 표면적인 이유다. 또 다른 한 배경으로는 사상 최악의 적자를 기록 중인 한전의 재정 상황을 고려한 조치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도 한전의 경영사정이 ‘위기상황’이라는 데는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여타 물가인상 쓰나미에 전기요금마저 급격히 인상하기에는 부담이 따르는 만큼 전기 생산·공급처인 발전사에 고통을 분담하는 쪽으로 한전의 어려움을 덜어 주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한전은 발전사로부터 전력을 사들여 이를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방식으로 전력을 공급하고 있다.

이 때 국제 연료가격이 상승하면 SMP도 상승하게 되는데, 최근 상황과 같이 연료가격이 과도하게 오를 경우 SMP도 급등하면서 한전이 발전사업자들에 지불해야 할 정산금도 늘어나게 된다.

전기 생산에 필요한 국제 연료 값이 증가한 데 따른 자연스러운 시장원리다. 문제는 정산금을 올려주면 전기요금으로 이를 충당하는 한전도 인상분을 반영해 거둬들여야 하지만, 그렇게 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전기요금 결정 체계 구조상 매번 정치·환경적 상황에 밀려 ‘동결’을 강요당해 왔다. 이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이 때문에 정부는 한전만이 국제 연료 급등에 따라 발전사업자 측에 강요받다시피하는 정산금 부담을 덜어주는 식으로 우회 지원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번 제도 신설은 향후 국제 연료가격 급등 등에 따라 국내 전력시장가격(SMP)이상승하고 전기소비자들이 부담해야 할 금액이 급증하는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마련됐다”면서 “전기사업법에 정부와 전기사업자 등이 전기소비자를 보호하도록 규정되어 있던 내용을 이번 고시 개정을 통해 구체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종=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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