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신러닝-3D’ IT로 무장, 日시장 매혹한 한국 스타트업들

김도형 기자

입력 2022-05-24 03:00:00 수정 2022-05-24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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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 기반 스타트업 잇단 성공

아기띠를 내세워 일본에 진출한 코니바이에린은 정보기술(IT) 툴을 활용해 고객이 신체 사이즈 정보를 입력하면 아기띠를 추천해준다.

“일본에 진출한다고 했을 때 현지 에이전시는 다들 말렸어요. 생소한 브랜드가 온라인으로 제품 팔기는 불가능한 시장이라는 것이었죠. 하지만 정보기술(IT)을 활용해 확실한 강점을 보여주면 공략 가능한 시장이란 걸 확인했습니다.”

일본의 ‘국민 아기띠’ 기업으로 자리 잡은 코니바이에린 김동현 이사의 얘기다. 코니바이에린은 아기띠를 비롯한 육아 제품을 판매하는 제조 기반의 한국 D2C(소비자 직접 판매) 스타트업이다.

4년 전 일본 시장의 문을 두드릴 땐 비용 문제 등으로 온라인 판매를 유통 채널로 선택했다. 독일의 머신러닝 전문 기업과 개발한 사이즈 선택용 IT 툴을 개발해 ‘몸에 딱 맞는 아기띠를 골라 준다’는 점을 전략으로 내세웠다. 임신과 출산 과정에서 체형이 크게 바뀐다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 일본 고객들은 자신의 체형 데이터를 입력하면 거의 오차 없이 10가지 사이즈 가운데 정확한 사이즈를 골라주는 기술에 열광했다.

일본 고객들은 ‘밀착감이 좋고 편안하다’며 직접 그림으로 제품 후기를 남기는 등 열광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코니바이에린 제공
일본 아마존과 라쿠텐에서 아기띠 판매 1위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는 코니바이에린은 지난해 243억 원의 매출 가운데 60%가량을 일본에서 올렸다. 김 이사는 “지금은 일본의 젊은 엄마 아빠들도 온라인으로 새 트렌드를 발견하는 데 열려 있어서 구매 데이터와 라인 메신저를 결합한 마케팅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3차원(3D) 공간데이터 기업인 ‘어반베이스’도 IT를 내세워 일본 진출에 성공한 사례다. 2D 도면을 몇 초 안에 3D 도면으로 변환하는 기술을 가진 어반베이스는 2019년 일본 법인을 설립했다. 일본의 가구, 인테리어 기업들이 고객 맞춤형 상담을 할 때 도면에 그림을 그리거나 스티커를 붙이는 낡은 방법을 쓰고 있다는 데 착안했다.

어반베이스가 일본 최대의 가구업체 니토리와 협력해 구축한 3D 인테리어 서비스 화면. 손으로 그려가며 고객과 상담하던 일본 인테리어 시장의 풍경을 바꿨다. 어반베이스 제공
‘일본의 이케아’로 불리는 가구 회사 니토리와 제휴를 맺고 오프라인 매장에서 고객 컨설팅 서비스를 시작했다. 미쓰비시 계열의 건설·부동산 업체와도 2D 도면을 3D로 자동 학습하는 사업을 진행 중인 어반베이스의 전체 매출 가운데 70%는 일본에서 발생하고 있다. 어반베이스 관계자는 “일본에는 우리와 유사한 서비스를 하는 기업은 없었던 것으로 안다”며 “일본은 주요 기업과 협력을 맺고 시장에 안착하면 파트너를 잘 안 바꾸는 경향이 있어서 사업 규모가 꾸준히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어반베이스는 최근 일본 소프트뱅크의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 플랫폼 관련 파트너사로 선정되기도 했다.

숙박, 인력 관리·채용 등의 영역에서도 국내 스타트업의 일본 진출은 늘어나고 있다. IT 기반의 호텔 통합운영시스템을 앞세워 2017년 일본 사업을 시작한 ‘H2O호스피탈리티’는 2019년 3월 1800실가량이었던 일본 내 운영 객실 수가 지난해 7320실까지 늘었다. 지인 추천 기반 채용 서비스 기업인 ‘원티드랩’도 올 3월 인사업무(HR)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인 원티드스페이스를 출시하면서 일본 기업의 원격근무 전환 수요 등을 공략하고 있다. 김민기 KAIST 경영대 교수는 “국내 스타트업의 일본 진출 사례는 제조업 강국이지만 디지털 전환은 다소 늦은 것으로 알려진 일본에서 IT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할 영역이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한국 대표 IT 기업인 네이버와 카카오가 글로벌 영역 확장의 거점으로 일본을 선택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구매력 높은 고객은 풍부한 반면 디지털 전환은 늦은 일본에서 IT를 앞세워 기회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지난달 기자간담회를 통해 “일본은 국내총생산(GDP)이나 유통 시장이 한국보다 3배는 큰 데 반해 디지털 침투율은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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