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행비 60만원에 경윳값만 50만원”…고공행진에 전세버스기사 한숨만

뉴스1

입력 2022-05-23 10:34 수정 2022-05-23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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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사태 여파로 경유가격이 치솟으며 운송·물류업계 종사자들의 부담이 높아지고 있다. 2022.5.17/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20일 서울에 위치한 한 셀프주유소에서 시민들이 주유를 하고 있다. . 2022.5.20/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정부의 유가 보조금 확대에도 불구하고 사각지대에 놓인 전세버스 기사들의 한숨이 갈수록 늘고 있다. 천연가스 전세버스를 제외하면 보조금을 받지 못할 뿐 아니라 당분간 지속적인 경윳값 인상이 예측돼 운행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23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전날 서울 주유소의 경유 평균가격은 리터(L)당 2050.27원으로 휘발유 가격(2048.57원)보다 비쌌다. 이미 경유는 지난 11일을 기준으로 휘발유 가격을 넘어섰고, 역대 최고가도 경신한 상태다.

지난해 5월 셋째주만 해도 서울 주유소의 경유 평균가격은 L당 1340원으로 휘발윳값(1626원)보다 300원 가까이 저렴했다.

한 관광버스 기사는 “장거리 운행할 경우 버스 한 대의 연료값이 한 달에 300만원까지 들어가고 있는데 경윳값이 너무 올랐다”며 “정부의 유가보조지원금도 받지 못해 사실상 폐업위기”라고 털어놨다.

허이재 전국전세버스노동조합 위원장은 “체감 정도가 아니라 경윳값이 휘발윳값을 추월한 적이 20~30년 전을 제외하고 없었다”며 “30만원이면 다니던 곳을 이제는 50만원어치를 넣어야 운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렇듯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경윳값 탓에 전세버스 기사들 중 아예 직장을 그만두거나 다른 직종으로 이직을 하는 이른바 ‘직업기피 현상’도 나타난다. 실제로 지난해 전국기준 3만5000명 수준이었던 전세버스 기사가 올해는 3만2000명 수준으로 3000명 정도가 이직을 하거나 직장을 그만뒀다.

최석원 전국자동차협회 노동조합장은 “2년의 코로나 상황동안 관광사업도 위축돼 30% 이상의 시외고속버스 조합원들이 일을 그만뒀다”며 “경윳값 인상에 따른 사측과의 조정과정에서 생계를 위해 그만 둘 수밖에 없는 기사들이 앞으로 더 나올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에 정부는 지난 17일 경유 유가연동보조금의 지급기준을 L당 1850원에서 1750원으로 100원 인하하고 지급시한도 9월말로 연장했다. 하지만 경유를 사용하는 전세버스는 해당되지 않는다.

허 위원장은 “농촌 경운기도 면세유를 떼고, 1톤 화물차 조차도 유가보조를 받는다”며 “경유를 이용한 시외고속버스와 전세버스만 (혜택을) 받지 못해 사각지대에 놓여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전문가들은 전 세계적으로 ‘경유(디젤) 퇴출’ 움직임이 퍼지고 있는 가운데 지속적인 경윳값 인상이 예측됨에 따라 더이상 운행이 지속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환경규제들이 강화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경유값은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추세에 있다”며 “경유차 유지를 하는데 계속해서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가 천연가스 전세버스에만 보조금을 주는 정책은 환경친화적인 형태의 에너지 전환과정에서 불가피한 결정이다”며 “경윳값을 싸게 유지하는 구조는 궁극적으로 어렵다”고 분석했다.

한편 허이재 전국 전세버스노동조합 대표를 비롯한 시외버스노조단체들은 이번주 유가보조금과 손실보상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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