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워진 반도체 기판 시장…삼성 LG ‘투자하고 인재 찾고’

뉴스1

입력 2022-05-22 07:30 수정 2022-05-22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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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쇄회로기판 생산기를 살펴보고 있는 관람객의 모습. © 뉴스1
삼성·LG 양대 부품사가 반도체 기판을 미래 먹거리로 낙점하고 광폭 투자와 인력 수혈에 나섰다. 고부가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며 제품 제조를 위한 필수 부품인 패키지 기판 부족 현상이 빚어지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특히 서버·네트워크 중앙처리장치(CPU) 및 그래픽처리장치(GPU)용 고가 기판 제품인 플립칩 볼그레이드어웨이(FC-BGA) 개발과 양산에 집중하고 있다.

22일 부품업계에 따르면 삼성전기는 최근 반년 사이 반도체 기판 사업에 1조6000억원 넘는 투자를 결정했다. 지난해 12월 베트남에 FC-BGA 생산 설비와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1조3000억원을 투자한데 이어 3월엔 부산사업장 FC-BGA 공장 증축을 위해 3000억원 추가 투자를 결정했다.

하반기에는 부산사업장을 중심으로 서버용 FC-BGA 양산에 들어간다. 삼성전기의 기존 FC-BGA 제품은 PC·IT용에 집중됐는데, 이보다 부가가치가 더 높은 서버용 FC-BGA 공급에 본격적으로 나서는 것이다. 삼성전기 외에도 일본 이비덴, 대만 유니마이크론 등 수 개 업체들이 FC-BGA를 양산하고 있긴 하지만 대부분은 PC·IT용 제품에 집중됐다.

업계 관계자는 “PC용과 서버용 간 기술 난도 차이가 크다”며 “현재 서버용 FC-BGA를 안정적으로 양산할 수 있는 업체는 반도체 기판 기업 중에서 한 손에 꼽을 정도로 기술장벽이 높다”고 말했다.

LG이노텍도 FC-BGA 시장 진출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현재 LG이노텍은 기판사업부에서 통신용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플립칩칩스케일패키지(FC-CSP), 시스템인패키지(SiP) 등을 다루고 있는데, FC-BGA까지 제품군에 추가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우선 지난 2월 FC-BGA 사업 진출을 위한 기판 시설 및 설비에 413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현재 구미 반도체 기판사업장을 중심으로 투자가 이뤄질 전망이다.

삼성전기 CPU용 반도체 패키지기판.(삼성전기 제공) © 뉴스1
지난 18일엔 기판소재 사업부 경력사원 채용 공고도 냈다. 품질·상품기획·마케팅·생산기술 등 10개 직무에서 경력사원을 모집한다. 특히 채용 대상 직무 중에선 FC-BGA 개발·생산기술 직무도 포함되는 등 사업 본격화 의지가 엿보인다.

FC-BGA는 CPU와 GPU 등 반도체를 메인보드와 연결해 전기 신호가 통할 수 있도록 하는 부품이다. 미세한 회로를 여러 겹 쌓아 올릴 수 있으면서도, 면적은 더 넓어 고성능 반도체를 다루는 분야에서 수요가 급격히 늘어났다. 데이터센터 구현을 위해선 이전보다 큰 크기의 반도체를 여러 겹 쌓아 올려야 하는 상황이라, 필요로 하는 기판 면적은 더욱 넓어지는 추세다.

제품가격도 꾸준히 오르고 있다. 지난해 전반적인 반도체 기판 제품가격은 전년 대비 10% 후반대 오른 것으로 전해진다. 수요가 특히 많았던 FC-BGA 제품의 가격 상승 폭은 40%에 달할 정도다.

김록호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메모리용 패키지기판은 전반적인 IT 제품의 고용량화와 제한된 증설, DDR5 생산능력(CAPA) 할애로 인해 지난해 하반기부터 수급이 타이트해졌다”며 “2022년에도 업체들의 증설 계획이 제한돼 있어, 수요의 급감이 없다면 타이트한 수급 상황은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FC-BGA의 경우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기업 수도 한정적이라 공급 부족이 2026년까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국내 부품사가 일찍이 고급 기술을 선점하면서 ‘알짜 고객사’도 늘어나고 있다는 게 업계의 분위기다. 삼성전기는 애플 차세대 프로세서 ‘M2’의 반도체 패키지 기판 공급 유력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애플이 올해 출시할 맥북, 아이패드 등에 들어가는 M2 프로세서에 FC-BGA를 공급하게 될 전망이다.

부품업계 관계자는 ”기판사업은 반도체와 마찬가지로 투자 여력과 기술 개발 상황에 따른 진입장벽이 높은 시장“이라며 ”한 번 주도권을 잡으면 일정 이상 이익이 보장되는 영역인 만큼, 시장 선점을 위한 기술 경쟁이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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