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에 세계화 후퇴… 이민자에 기회 주는 나라 부강해질것”

뉴욕=유재동 특파원

입력 2022-05-19 03:00 수정 2022-05-27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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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조연설 ‘2021 노벨경제학상’]
데이비드 카드 교수 인터뷰


작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데이비드 카드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교수가 9일(현지 시간) 동아일보와 화상 인터뷰를 하고 있다. 노동과 실업, 이민 문제 등에 정통한 그는 “팬데믹 이후 이민자에게 기회를 주고 개방에 적극적인 나라가 부강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세계화가 후퇴하고 있다. 미국도 자국 중심 정책을 펴고 있다. 팬데믹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얼마나 취약한지도 알게 됐다.”

작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데이비드 카드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교수(66)는 최근 동아일보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팬데믹 이후 세계경제’에 대해 이같이 진단했다. 그는 코로나19가 급격히 확산하고 경제 봉쇄 조치를 단행하고 있는 중국이 가장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미국 기업들의 구인난에 대해서는 노동시장의 역동성과 근로자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며 긍정적인 면을 짚었으나 인플레이션 문제에 대해서는 “중앙은행의 강한 개입으로 경기 침체의 확률이 높다”고 봤다.

팬데믹 이후 어떤 나라가 부상할까. 카드 교수는 향후 반(反)세계화에 저항하고 개방에 적극적인 나라가 부강해질 것이라며 “이민자에게 기회를 주고 이로 인해 생기는 정치·사회적 갈등도 잘 대처할 수 있는 나라들이 더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캐나다 출신의 노동경제학자인 카드 교수는 노동과 실업, 이민, 교육 등에 대한 분야에서 많은 연구 실적을 남겼다. 1995년에는 40세 미만의 젊은 스타 경제학자들이 수여 대상으로 ‘예비 노벨 경제학상’이라고도 불리는 ‘존 베이츠 클라크 메달’을 수상했다. 그는 26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리는 ‘2022 동아국제금융포럼’에 참석해 ‘팬데믹 이후 인구변동과 글로벌 경제’를 주제로 기조연설을 할 예정이다. 올해 동아국제금융포럼은 3년 만에 대면 행사로 열린다. 다음은 일문일답.

―팬데믹 이후 세계 경제는 어떻게 바뀔까.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가 좋은 사례다. 영국은 원래 역사적으로 아주 개방적인 나라로 이민자들의 취업도 상대적으로 쉬웠다. 하지만 브렉시트 이후 독자 행보에 나서면서 경제가 둔화되고 일부 직종에는 구인난이 생겼다. 미국 역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세계화(globalization)를 후퇴시켰고, 심지어 현 조 바이든 행정부마저 제조업의 본국 회귀 정책을 펴고 있다. 이 와중에 팬데믹은 글로벌 공급망이 얼마나 취약한지를 일깨워줬다. 가령 아시아에서 선적한 물자가 로스앤젤레스에서 내려서 오하이오주까지 오는 과정들이 한번 흔들리면 망가지는 게 한순간이다.”

―이번 팬데믹의 교훈은 무엇인가.

데이비드 카드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교수가 ‘2022 동아국제금융포럼’을 즐겁게 기다리고 있다며 자필로 적은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의학의 영역인 줄 알았던 백신 접종마저 정치적인 이슈가 됐다. 그래서 바이러스 감염률이 대선에서 누구를 지지하느냐에 따라 갈리는 기이한 현상마저 나왔다. 그래서 다음 감염병을 대비하는 사람들은 이런 문제를 비(非)정치화하는 방법이 있을지 찾아봐야 한다.”

―세계 경제는 코로나19 대유행에서 어느 정도 회복됐나.

“음식, 숙박, 여행, 레저 등의 업종이 사실상 붕괴됐다가 이제야 조금씩 정상을 되찾고 있다. 최근 유럽을 다녀왔는데 경제활동이 많이 회복됐고, 한국도 일상회복이 빠르다고 들었다. 문제는 중국이다. 코로나19와 관련해 현재 우려가 큰 곳이다. 중국은 수출이 둔화되고 공급 부족이 심한데, 이는 최근 미국 증시가 불안했던 큰 이유 중 하나다. 고령층의 백신 접종률도 높지 않고 백신 효과도 낮은 편이다. 최근 상하이의 봉쇄 조치도 놀라웠다.”


―앞으로 어떤 나라가 부강해지고, 어떤 나라가 어려움을 겪을까.


“일단 인구가 줄어드는 나라는 많은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고령자가 많은 사회는 의료 체계 등에 많은 과제가 생긴다. 따라서 반대로 그런 인구 문제를 갖고 있지 않다면 그 나라의 강점이 될 것이다. 또 반(反)세계화에 저항하고 개방에 적극적인 나라가 혜택을 입을 것이다. 즉, 이민자를 받아들이고 이로 인해 생기는 정치·사회적 갈등도 잘 대처할 수 있는 나라들이 더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국운(國運)도 좀 따라야 한다.”

―미국이 10, 20년 뒤에도 슈퍼 파워의 위상을 유지할까.

“미국이 정말 힘 있고 많은 나라들보다 앞서 있는 시기는 이미 지났다고 본다. 미국이 누렸던 많은 강점이 사라진 것 같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세계 경제에 어떤 영향을 줄까.

“이미 상당한 불확실성을 주면서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유럽에 난민 문제가 생기고 있고, 러시아 인접국들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은 얼마나 지속될까.

“인플레이션이 상당히 오래 지속돼서 중앙은행이 강하게 개입할 수밖에 없고 그래서 심각한 침체가 올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미국의 구인난에 대한 견해는….

“많은 고용자가 기존 직원들의 임금을 올려주는 것은 주저하는 반면에 새로 직원을 뽑는 것에는 적극적인 것 같다. 결국 근로자 입장에서는 기존 직장을 그만두고 새 직장을 알아보는 게 훨씬 더 이득인 셈이다. 고용주는 향후 경제 상황이나 인력 부족 현상이 어떻게 전개될지 예측하기 쉽지 않아서 임금 인상을 주저하고, 근로자들은 이를 참지 못하고 새 직장으로 떠나는 것이다. 여하튼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직장을 얻는다는 것은 생산성 면에서 아주 좋은 일이라고 본다.”

―남녀 근로자의 임금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

“직장의 근로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얘기들이 나온다. 특히 고숙련 직종에선 경력에 금이 가지 않도록 근로 시간을 유연하게 하는 게 필요하다. 기업들이 남녀를 골고루 고용하고 학생들에게 충분한 공부 기회를 주는 것도 중요하다. 예를 들어 여학생들은 수학이나 과학, 공학 과목들을 많이 수강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문제는 이런 계열의 전공이 나중에 높은 연봉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여학생들로 하여금 좀 멀리 보고 이런 분야를 공부해 남학생들과 경쟁하도록 만드는 게 해법이 될 수 있다.”


―인구 고령화가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


“인구구조의 변화가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채널은 매우 다양하다. 하나는 인력 부족, 특히 소매업 등 젊은층이 주로 종사하는 업종의 인력 부족이다. 또 학령인구가 감소하면 학교 시스템에도 고충이 따른다. 일부 대학은 입학생이 줄어든다. 또 많은 경제학자들은 젊은 인구가 늘지 않으면 혁신이 둔화된다고 믿는다. 젊은 사람들은 혁신과 새로운 아이디어의 원천이다.”

―이민 정책이 이를 해결할 수 있나.

“미국 캐나다 호주 등 서방 국가들은 이민에 오랫동안 의존해왔다. 이런 나라들은 이민자를 받아들여 인구 증가 둔화를 상쇄시켰다. 한국이나 일본 등 아시아에는 이민 정책이 효과가 있을지는 확실치 않다.”

―왜 그런가.

“이민자들의 성공 여부는 각국의 서로 다른 여건에 달려 있다. 미국 등은 이민자들이 노동시장에 잘 동화될 수 있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사람들이 이곳에서 영어를 배운다는 점이다. 한국과는 상황이 다르다. 물론 미국 등 많은 나라에선 이민자 유입에 대한 반발도 있다. 이민이 좋다고는 해도 정치적으로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국민들이 원하지 않는다면 그게 잘되지가 않는다.”

―그러면 한국은 고령화에 대비해 무엇을 해야 하나.

“사실을 말하자면 딱히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 단지 그것에 적응하고 준비하는 것이다. 가령 인구구조의 변화가 각각의 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예측할 수 있다. 어떤 기업은 젊은층을 타깃으로 한 제품을 만들고, 또 어떤 기업은 노년층을 겨냥한다. 한국은 일단 일본을 보면 된다. 인구구조 변화에 있어 일본을 매우 빠르게 닮아갈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살펴보고 추측할 수 있다.”

―미래에 각광받는 일자리는 무엇일까.

“미래에도 중요한 일자리는 아무래도 의료 분야다. 고령자들은 의료 서비스가 필요하고, 돈이 많으면 건강에 많은 돈을 쓰게 된다. 새로운 의료 기술과 기계, 신약들이 많이 나올 것이다. 한동안은 이 분야가 유망할 것이다. 미국에서도 다른 분야에서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을 직업훈련을 통해 의료 분야에 성공적으로 취업시키는 사례가 많다.”

―미래를 선도할 수 있는 신기술은 무엇일까.

“컴퓨터게임 분야는 앞으로도 항상 옳다고 본다(웃음). 혼자 사는 사람이 많은 경제에선 스스로 즐길 수 있게 하는 기술이 유망하다. 그리고 부자들이 원하는 것, 가령 슈퍼 요트 같은 것에 투자하는 게 좋다고 본다.”

―향후 노벨상을 받고 싶어 하는 학생에게 조언을 한다면….

“나는 운이 좋았던 케이스다. 다만 미래에는 기술이 더 복잡해질 것이라서 수학과 통계학, 컴퓨터 과학 분야를 공부해야 한다. 나는 학생들에게 컴퓨터공학과 경제학을 같이 공부하는 것도 권한다. 컴퓨터공학은 문제 해결을 하는 것이고 경제학은 다소 개념적인 큰 그림을 그리는 것이라 두 학문이 서로 잘 맞는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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