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겹살 사다가 부부싸움할 뻔”…한근에 2만원 훌쩍

신동진 기자

입력 2022-05-18 15:33:00 수정 2022-05-18 15:5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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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겹살 사다가 부부싸움 할 뻔 했어요.”

경기 고양시에 사는 주부 이모 씨(35)는 주말 동네 정육점에 장보러 갔다가 가격표를 보고 깜짝 놀랐다. 두달 전 대형마트 행사 때 100g에 1600원도 안하던 고기값이 3800원, 한 근(600g)에 2만2000원을 훌쩍 넘었다. 이 씨는 “너무 비싸 그냥 돌아왔는데 남편이 캠핑용으로 가장 비싼 무항생제 칼집 삼겹살(100g당 4780원)을 사왔다”며 “국산 삼겹살보다 최고급 수입 소고기가 더 싸게 느껴질 지경”이라고 말했다.

‘서민 먹거리’ 삼겹살을 비롯한 축산물 가격이 치솟으면서 밥상 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글로벌 공급망 위기와 최근 곡물가격 폭등으로 사료값과 물류비가 더 오를 것으로 전망되면서 식비 부담이 커지고 있다.

●두달새 50% 오른 돈육가… 일상회복에 공급 부족 심화
18일 한국소비자원 참가격에 따르면 이달 국산 돼지 삼겹살(100g)의 소비자 가격은 3739원으로 1년 전에 비해 26.5% 올랐다. 삼겹살과 함께 구이용으로 인기 있는 돼지 목살(100g)도 3467원으로 같은 기간 25.1% 가격이 인상됐다.

3월까지 하향 안정세를 보이던 삼겹살 가격은 지난달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직후 급격히 치솟았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지난 주말 국산 돼지(탕박) 1kg 도매가격은 7356원까지 오르며 지난달 1일 기준 4847원보다 51.8% 급등했다. 특히 ‘삼겹살 데이(3월3일)’를 전후로 산발적으로 이어졌던 대형 유통업체들의 프로모션이 끝나면서 체감가격 상승은 더 가팔랐다. 한돈자조금과 프로모션으로 5월 첫째주 삼겹살(100g)을 1700원대에 팔던 A 마트는 일주일 만에 3000원대로 가격을 올렸다.

돼지고기 가격 폭등의 가장 큰 이유는 공급 부족 때문이다. 농가에서 지난해 4분기(10~12월) 돼지설사병(PED) 등으로 국내산 자돈(새끼돼지)이 30% 이상 폐사했다. 이로 인해 해당 자돈의 출하시기인 올 4월 하순부터 도축 두수가 감소했다. 업계에선 다음달까지 공급 부족이 계속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돼지고기를 찾는 수요는 늘었다. 3월부터 사적모임 인원과 식당 영업시간 제한이 완화되고 이달 전국 모든 초중고교 등교로 급식이 정상화되면서 육류 소비가 증가했다. 캠핑도 늘고 있다. 국산 돼지 가격이 치솟으면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수입산 냉동 삼겹살 가격도 1년새 20% 가까이 올랐다.

사료 가격도 1년새 30% 늘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달 사료용 밀(t당 329달러)과 옥수수(t당 327달러) 수입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1.5%, 30.8% 올랐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곡물수입단가지수는 지난해 1분기(1~3월) 100이 안됐지만 계속 상승해 올 2분기(4~6월) 158.9로 관측됐다. 최근 인도의 밀 수출 중단조치가 반영되면 지수 오름세는 계속될 전망이다.

돼지값 인상분에 유통 마진까지 계산해야 하는 정육점, 식당들은 비상이다. 서울에서 돼지 오겹살 식당을 운영 중인 B 사장은 지난달 초 kg당 1만8000원 하던 공급가격이 최근 2만5000원으로 39% 올라 가격 인상을 고려 중이다. 정육점 사장들이 모인 인터넷 카페에는 삼겹살(100g)을 4000원 넘게 판다는 글이 적지 않다. 대형마트들은 물량을 대량 구매한 뒤 자체 유통센터를 통해 마진을 최소화하고 진공포장 등으로 유통 기간을 늘리는 등 가격 낮추기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 쌈채소도 줄줄이 인상…수입 소고기-닭고기 등도 오름세
대체제인 다른 육류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소고기는 수입육 위주로 가격이 오르고 있다. 미국산 갈비 100g 당 17일 기준 4393원으로 1년 전(2476원)에 비해 77.4% 급등했고 호주산 갈비(100g당 4385원)는 같은 기간 81% 올랐다. 고기에 곁들이는 채소 가격도 일제히 올랐다. 국산 깐마늘은 지난달 100g에 2244원으로 지난해 5월 대비 25% 올랐고, 적상추(146%), 깻잎(92%) 값도 각각 올랐다.

닭고기(육계) 소매가격은 올초보다 19% 오른 6155원으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직격탄을 맞은 지난해 2월 초(5901원), 폭염 및 말복 수요가 겹친 같은 해 8월 초(5991원) 가격을 넘어섰다. 닭가슴살 제품을 생산하는 하림은 4월초 관련 제품 가격을 15~17% 올렸고 CJ제일제당은 파우치 닭가슴살 제품 가격을 평균 10% 인상했다. 계란 한판(특란 30구) 가격은 지난달 7000원을 넘었다. 7000원을 넘은 건 지난해 8월 이후 8개월 만이다.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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