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억 들이고도 못쓰는 쓰레기 집하시설… 스마트시티 지역차 커

최동수 기자 , 인천=공승배 기자

입력 2022-05-18 03:00 수정 2022-05-18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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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스마트시티 5년〈상〉이젠 양보다 질

세종시에 설치된 첨단 쓰레기 집하시설. 도시 미관에 좋고 냄새가 없지만 일부 지자체는 운영비가 높다는 이유로 활용을 꺼리고 있다. 동아일보DB

#1. 인천 영종하늘도시 아파트 단지에 있는 ‘쓰레기 자동 집하시설’. 쓰레기를 넣으면 지하 수송로를 통해 자동 이송되는 첨단 시스템이지만 애물단지가 됐다. 2017년 1500억 원을 들여 설비를 갖췄지만 5년째 가동을 못 하고 있다. 이 도시를 조성한 기관이 쓰레기 자동 집하시설을 지방자치단체에 이관하려 했지만 연간 운영 예산이 40억 원에 달해 지자체가 운영을 꺼리며 관리권을 안 받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세종시는 쓰레기 자동 집하시설이 잘 운영되고 있어서 주택가에 흔히 보이는 쓰레기 더미가 없다. 세종시 주민 김모 씨(62)는 “아무 때나 쓰레기를 버릴 수 있어 편하고 악취도 없다”고 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좋은 기술이라도 지자체 역량을 고려하지 않고 추진하면 딜레마를 겪는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했다.

#2. 세계적인 스마트시티로 주목받는 네덜란드 수도 암스테르담. 이 도시를 걷다 보면 눈앞에 보이는 식당 메뉴판이 스마트폰 알림으로 바로 뜬다. 블루투스를 활용해 반경 50∼70m에 있는 행인들에게 보여주는 식이다. 이는 시민 아이디어로 시작됐다. 실제 네덜란드 스마트시티 사업 총괄 기관의 정부 지분은 14.2%에 그치고, 나머지는 기업 등 민간이 주도한다. 민간 참여도가 높다 보니 기술 활용도도 높다.

국내에서 스마트시티 정책이 본격 추진된 지 올해로 5년이 됐다. 한국은 다양한 기술을 발굴하며 스마트시티 선도 국가로 발돋움했지만 중국 등 후발주자들의 맹추격을 받고 있다. 실증 단계에 머물러 있는 스마트시티 기술성과를 정교하게 평가하고 발전시켜 국가의 신(新)성장동력으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 지자체 130여 곳 사업… 서울 ‘스마트시티 1위’

17일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스마트시티 사업은 지난해 말 기준 연간 사업 규모가 연 3000억 원까지 확대됐다. 사업을 추진하는 지자체는 130개까지 늘어났다. 정부가 2018년 스마트시티 추진전략을 수립한 뒤 ‘스마트 챌린지’ 사업을 통해 스마트 횡단보도, 스마트 버스 정류장 등 80개 이상의 스마트시티 기술을 발굴했다. 한국은 범죄 예방과 각종 사고 방지를 위한 방재, 교통 등 통합관제 시스템에서 독보적인 역량을 가졌다고 평가받는다.

실제로 연세대와 영국 케임브리지대가 공동 발표한 ‘2022 스마트시티 인덱스 보고서’에서 서울은 97점을 받아 전 세계 주요 도시 중 1위를 차지했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이 집계한 스마트시티 순위에서도 서울은 2020년 47위에서 지난해 13위로 30계단 이상 급상승했다.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내실을 다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동안은 기술을 발굴하는 데 주력했다면 앞으로는 이 기술로 실제 도시 문제를 해소하는 사례들이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활용보다는 ‘예산 따먹기’ 식으로 사업하는 지자체가 적지 않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김갑성 4차산업혁명위원회 스마트시티특위 위원장(연세대 도시공학과 교수)은 “각 기술이 시민의 생활을 어떻게 개선했는지 평가하는 비용·편익을 종합적으로 분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 중국 등 후발주자 거센 추격 “민간 주도 스마트시티 나와야”
부산에코델타시티 조감도.
전문가들은 고령화와 탄소중립 등 최근 한국이 겪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한국형 스마트시티 모델을 만들어 글로벌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스페인 바르셀로나, 미국 뉴욕 등은 스마트시티 모델을 만들어 관련 인프라를 수출하고 있다. 후발주자인 중국도 항저우나 상하이 등에서 알리바바나 화웨이 등 글로벌 기업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스마트시티를 개발한 뒤 이를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에 수출하고 있다. 중국 내 스마트시티만 500여 곳에 이른다.

김익회 국토연구원 스마트공간연구센터장은 “정부가 민간, 시민 아이디어를 받아들여 인큐베이팅하는 방식으로 사업이 추진돼야 한다”고 했다. 이정훈 연세대 정보대학원 교수는 “국내 스마트시티는 수준 높은 기술을 확보했지만 환경 부문에서 기술 개발이 아직 부족하다”며 “기후 대응, 탄소중립 등 글로벌 의제를 적극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
인천=공승배 기자 ks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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