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상 가속페달?…한은 총재 ‘빅스텝’ 언급에 시장 술렁

뉴스1

입력 2022-05-17 14:33 수정 2022-05-17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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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2022.4.21/뉴스1

“해당 발언으로 통화 당국의 기준금리 결정, 인플레이션 문제를 대하는 수준은 종전보다 한 단계 더 높아졌음을 충분히 인지할 수 있었다.”(17일 대신증권연구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기준금리를 한번에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 관련 발언을 내놓으면서 국고채 3년물 금리가 3%대로 오르고 환율은 1270원대로 내렸다.

시장에선 빅스텝 여부를 아직 단언하긴 힘들다면서도 앞으로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높아질 것은 분명하다 평가했다. 연말 기준금리 전망치도 속속 인상하고 나섰다.

적어도 국내 물가가 정점에 이를 여름철까진 기준금리 인상에 가속 페달을 밟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 총재는 지난 16일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조찬 회동을 가진 직후 기자들과 만나 “우리나라 입장에선 데이터가 불확실한 상황이라 앞으로도 빅스텝을 완전히 배제할 수 있느냐를 말씀드릴 수 있는 단계는 아닌 것 같다”며 “앞으로 우리나라 물가 상승이 어떻게 변화할지, 성장률이 어떻게 변화할지를 좀 더 봐야 판단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달 인사청문회를 앞두고선 빅스텝에 대해 “필요성이 크지 않다”고 선을 그었던 모습과 대비된다. 이는 최근 급격해진 물가 상승 폭과 미국의 가파른 기준금리 인상에 발맞춰 우리나라 역시 빅스텝을 단행할 여지를 열어둔 발언으로 해석됐다.

한은은 이 총재 발언 영향이 커질 것을 우려해 진화에 나섰다. 한은 고위 관계자는 “최근 물가 상승률이 크게 높아지고 앞으로도 당분간 물가와 관련한 불확실성이 지속될 수 있는 점을 고려할 때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통화정책을 결정해나갈 필요가 있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힌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예를 들면 국제 유가 상승이나 환율뿐 아니라 최근 인도의 밀수출 금지 조치와 같이 예상치 못한 변수로 인해 향후 물가 전망의 불확실성이 매우 큰 상황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럼에도 시장은 술렁였다. 특히 3년 만기 국고채 금리가 전날 0.135%포인트 오른 3.046%로 마감했다. 3년물 국고채 금리가 다시 3%대로 오른 것은 4거래일 만이다.

5년물과 10년물 금리도 각각 0.103%포인트, 0.056%포인트 올라 3.225%, 3.277%를 기록했다.

치솟던 환율은 다소 떨어졌다. 최근 달러·원 환율은 미 연준의 빅스텝에 따라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수준인 1300원대에 진입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그러나 이 총재 발언 영향으로 원화 강세가 나타나면서 환율은 17일 1270원대로 떨어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에 시장은 이 총재가 최근 물가와 함께 외환시장 불안까지 겨냥해 매파적 발언을 내놓은 것으로 분석했다.

5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확실시된다는 전망도 제기됐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올해 한국 기준금리에 대한 전망을 일제히 상향한다”면서 “연말 한국 기준금리는 2.25%까지 인상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공 연구원은 “종전까지 당사는 한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사이클을 형성할 정도로 지속적일 수는 있겠으나, 점진적인 속도를 유지하며 급격하게 인상 폭을 확대하거나 속도를 높일 여지는 크지 않다는 입장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당장 오는 5월(26일)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도 기준금리가 인상될 것으로 전망치를 조정한다”며 “이후 7월에도 금리를 추가 인상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이는 물가 상승 압력이 상존할 것으로 예상되는 시기까지 금통위가 열릴 때마다 매번 금리 인상이 가능할 거라는 전망이다. 이 예상대로면 기준금리는 4월, 5월, 7월까지 3회 연속으로 매 금통위 때마다 오르게 된다. 공 연구원은 올여름쯤으로 예상되는 물가 정점 예상 시기를 분석에 반영했다.

그 뒤로는 금리 인상 속도가 다소 늦춰져 11월에 한 차례 올라 연말 2.25%에 다다른다고 예상했다. 이후 내년 1월에도 추가 인상을 거쳐 기준금리는 2.50%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문제의 빅스텝 발언을 단정적으로 해석하는 데에는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공 연구원은 “16일 빅스텝 발언은 본격적으로 금리 전망에 반영해야 할 이슈보다는 추후 추가로 입장 표명이나 확인이 더 필요해 보인다”며 “총재 취임 이후 발언 기회가 그리 많지 않았고, 무엇보다 아직 금통위 무대에 공식 데뷔도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특정 발언이나 어휘를 곧바로 금리 전망에 반영하기는 쉽지 않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해당 발언으로 종전보다 통화 당국의 기준금리 결정이나 인플레이션 문제를 대하는 수준은 한 단계 더 높아졌음을 충분히 인지할 수 있었다”며 “현재의 물가 상황뿐만 아니라 높아진 기대 인플레이션 역시 통화 당국이 매우 경계하고 있다는 것이 더욱 분명해졌다”고 진단했다.

금통위의 통화정책방향은 우리나라의 연내 물가는 물론 경제 성장치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는 문제다. 시장에선 한은이 오는 8월25일 발표하는 수정경제전망에서 기존보다 경제성장률 전망치(3.0%)는 낮추고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3.1%)는 4% 이상으로 높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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