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걸렸는데 나만 멀쩡?… 가족 간 코로나 감염이 제각각인 까닭은

서동준 동아사이언스 기자

입력 2022-05-16 03:00 수정 2022-05-16 03:45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코로나19 ‘안 걸리는 이유’
다른 코로나바이러스 기억 T세포, 체내 잔존해 코로나19에 면역 반응
슈퍼 전파자 아닌 경우 전파율 낮아 “가족 감염 12% 불과” 연구 결과도
일부는 태생적 면역력 가졌다는 유전자 변이 가설도 최근 힘 얻어


게티이미지코리아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12일 0시 기준 1769만4677명으로 집계됐다. 국내 감염률은 33%로 국민 3명 중 1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됐거나 감염된 이력이 있는 셈이다.

그런데 함께 사는 가족 전원이 감염됐는데도 코로나19에 감염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바이러스에 일부러 노출했는데도 감염되지 않는 ‘슈퍼면역자’들도 공식 보고됐다.

과학자들은 이런 사람들을 연구하면 앞으로 언젠가 새로 등장할 감염병에 맞설 방안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연구에 뛰어들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연구를 종합해보면 슈퍼면역자들이 코로나19에 감염되지 않는 요인에는 선천적인 면역력과 백신 영향, 바이러스 전파 특성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 그들에겐 특별한 ‘면역세포’가 있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인간을 포함한 동물을 감염시키는 바이러스 계통이다. 2003년 유행한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2012년 유행한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도 코로나바이러스 계열의 바이러스다. 코로나바이러스 중 인간에게 감염되는 것은 현재까지 7종으로 알려져 있다. 이 중 4종은 감기처럼 가벼운 호흡기 감염을 유발하는데 감기 발생의 약 20%가 이들 바이러스가 원인이다.

과학자들은 코로나바이러스에 한 번 감염된 사람의 경우 같은 계열의 코로나바이러스를 기억하는 면역세포인 ‘기억T세포’를 보유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인체는 병원체에 감염돼 면역반응이 일어날 때 면역세포인 T세포가 다량 생성되는데 이 중 일부는 기억T세포로 분화한다. 기억T세포는 평소 몸속에 장기간 남아 있는데 유사한 병원체가 다시 침입하면 면역반응이 더 빠르게 일어나도록 돕는다. 과학자들도 코로나19에 감염되지 않는 사람에게 발견되는 기억T세포에 주목하고 있다.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과 싱가포르의 듀크-싱가포르대 의학대학원 연구팀은 감염 위험이 큰 의료 종사자 731명 중 코로나19에 감염된 적이 없는 58명이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높은 수준의 기억T세포를 보유하고 있다고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지난해 11월 발표했다. 이들의 기억T세포는 코로나19에 감염돼 생성된 것이 아니라 그 전에 다른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됐을 때 만들어진 것으로 분석됐다.

영국 임피리얼칼리지런던 연구팀도 올해 1월 코로나19 확진자 가족 52명을 조사한 결과 코로나19에 감염되지 않은 사람은 이전에 다른 코로나바이러스를 통해 생성된 기억T세포를 다량 보유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발표했다.

코로나19 백신은 코로나19에 대한 기억T세포를 생성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백신 접종으로 생성된 기억T세포는 오미크론 변이에도 반응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스웨덴 카롤린스카연구소는 메신저리보핵산(mRNA) 백신 접종을 받은 40명, 코로나19에 감염된 48명, 백신 접종이나 감염 경력이 없는 48명의 혈액 샘플을 비교한 결과 백신 접종으로 생성된 기억T세포가 오미크론 변이에 반응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 바이러스 전파 특성, 유전적 요인도 무시할 수 없어



코로나19에 감염된 가족과 함께 있어도 함께 걸릴 확률이 그리 높지 않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미국 유타대 연구팀은 코로나19 유행 초기였던 2020년 5∼6월 8000건의 혈액 샘플을 분석한 결과 가족 중 한 명이라도 확진자가 있을 때 다른 가족 구성원도 감염될 확률이 12%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 연구를 주도한 데이먼 토스 유타대 의대 내과 교수는 전체 결과의 80%는 전체 원인의 20%에서 비롯된다는 ‘파레토 법칙’으로 이를 해석했다. 가족 간 감염 가능성보다는 ‘슈퍼 전파자’ 20%가 전체 감염의 80%를 유발한다는 이론이다.

실제로 중국 선전시 보건당국이 2020년 4월 확진자 391명과 밀접접촉자 1286명을 분석한 결과 확진자 10∼20%가 80%의 감염을 유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타대 연구팀은 다만 “가족 간 전파 확률 12%도 결코 낮은 수치는 아니다”라며 “가족 간에도 밀접한 관계일수록 전파 확률이 높았으며, 부부 간 전파 확률은 43%에 이른다”고 덧붙였다.

개인의 유전적 차이도 감염 확률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도 점점 과학적 설득력을 얻고 있다. 미국, 영국, 중국, 일본 등 50개국 기관이 참여하고 있는 ‘코로나19 인간 유전적 노력’ 컨소시엄은 ‘일부 사람이 바이러스 유입에 자연적으로 내성을 갖게 하는 단일 유전자 변이를 갖고 있다’는 가설을 세우고 연구에 들어갔다.

컨소시엄 측은 9일 “코로나19에 내성을 갖는 사람들의 유전자를 수집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약 700명의 유전자를 확보했다”며 “5∼6개월 후 분석이 완료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서동준 동아사이언스 기자 bios@donga.com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