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 권도형 “루나 안 팔았다…내 발명품, 모두에게 고통줘”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입력 2022-05-14 10:46 수정 2022-05-14 10:50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블록체인 기업 테라폼랩스의 권도형 대표

블록체인 기업 테라폼랩스의 권도형 대표가 13일(현지시간) 한국산 코인 루나와 테라USD(UST) 폭락 사태와 관련해 “내 발명품(루나·UST)이 여러분 모두에게 고통을 줘 비통하다”며 처음으로 사과의 뜻을 밝혔다.

권 대표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지난 며칠간 UST 디페깅(1달러 아래로 가치 추락)으로 엄청난 충격을 받은 테라 커뮤니티 회원과 직원, 친구, 가족과 전화를 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권 대표는 “나를 비롯해 나와 연계된 어떤 기관도 이번 사건으로 이익을 본 게 없다”며 “나는 (폭락 사태) 위기에 루나와 UST를 팔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탈중앙화 경제에선 탈중앙화 통화가 마땅하다고 생각하지만, 현재 형태의 UST는 그런 돈이 아닐 것이라는 점이 확실하다”고 스테이블 코인 UST의 실패를 자인했다.

이어 “지금 지켜야 할 것은 테라 블록체인 공간을 가치 있게 만드는 커뮤니티와 개발자들”이라며 “우리 커뮤니티가 앞으로 나아갈 최선의 길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다시 일어설 방법을 찾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권 대표는 문제 해결을 포기하지 않았다면서 “아고라에 올라온 제안들을 많이 살펴본 뒤 문제 해결을 위한 내 생각을 적었다”며 아고라에 적은 제안을 함께 트위터에 올렸다.
테라 생태계 부활 계획 제안…“네트워크 소유권, 커뮤니티에 배분”
권 대표는 아고라에 ‘테라 생태계 부활 계획’이라는 제목의 글을 게시했다. 그는 “루나 보유자들이 너무 많은 피해를 입어 생태계를 다시 구축하기 힘들고, UST도 너무 크게 신뢰를 잃었다”며 기존 테라 블록체인을 포크해 새로운 블록체인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포크란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업그레이드해 새로운 체인을 구축하는 것을 뜻한다.

권 대표는 “테라는 똑똑한 사람들이 모여 암호화폐 분야에서 가장 의미 있는 개발자 생태계를 구축했다”며 “이 개발자 생태계와 커뮤니티를 보존하기 위해서라도 체인을 재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테라 블록체인 네트워크의 검증인들이 네트워크 소유권을 10억 개의 토큰으로 재분배할 것을 제안했다. 테라 블록체인은 합의를 거쳐 블록을 생성하는 검증인들의 참여로 가동돼 왔다.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이끌어온 검증인들이 해당 네트워크의 소유권을 10억 개의 토큰으로 만들어 분배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UST 디페깅(고정 가격이 무너지는 현상)이 발생하기 전 루나(LUNA), bLUNA, LUNAX 등 루나 관련 암호화폐를 보유하고 있던 투자자들에게 40%(4억 개) 토큰이 분배돼야 한다고 권 대표는 밝혔다. 단, 보유자 명단에서 테라폼랩스는 제외된다.

또 테라 블록체인 네트워크가 업그레이드하는 시점에 UST를 보유하고 있는 투자자들에게도 40%가 지급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나머지 10%는 테라 블록체인이 가동을 중단하기 직전에 루나를 보유하고 있던 사람들에게, 마지막 10%는 테라 커뮤니티 풀에 준비금 용도로 지급돼야 한다고 말했다.

권 대표는 새로운 블록체인은 테라폼랩스가 아닌 테라 커뮤니티 소유가 돼야 한다며, 커뮤니티에 기여해온 사람들이 소유권을 분배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테라는 커뮤니티 구성원들의 투표로 크고 작은 사안을 결정한다. 권 대표는 “테라 생태계를 되살리는 방안에 대해 커뮤니티가 빠른 결정을 내리길 바란다”고 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권 대표의 제안이 테라 블록체인을 살릴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라며 투자자들의 신뢰 상실과 신규 코인 분배 방식 등이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앞서 루나와 UST는 최근 폭락 사태로 가치가 전혀 없는 휴짓조각이 됐고, 비트코인 급락을 초래하는 등 글로벌 가상화폐 시장에 큰 충격을 줬다.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에 따르면 루나의 현재 가격은 0.0001달러다. 1달러 가치에 연동되도록 설계된 스테이블 코인 UST 가격은 최근 24시간 동안 80% 넘게 추락한 12센트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