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1분기에만 7조7869억 적자…작년 연간 적자보다 2조 많아

세종=김형민 기자

입력 2022-05-13 14:52 수정 2022-05-13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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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원자재 값 상승 탓…전기요금 인상 가능성

한국전력 전경. 2014.12.27/뉴스1 © News1

국내 최대 공기업인 한국전력공사가 올해 1분기(1~3월)에만 역대 최대인 8조 원 가까운 영업손실을 냈다. 국제유가 상승으로 연료 가격이 급등했지만, 서민 물가 부담을 우려한 정부가 전기요금 인상을 억누르면서 원가 상승에 따른 손실을 한전이 그대로 떠안았다.

한전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하고 보유자산을 매각하는 등 자구책을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정부가 ‘전기요금 원가주의’를 강조하고 있어 원가 상승에 따른 전기요금 상승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근본적인 적자 구조 개선을 위한 전기요금 인상은 최근 급등한 물가로 인해 당장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3일 한전에 따르면 2022년 1분기 연결기준 영업손실(잠정치)은 7조7869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영업이익(5656억 원)에서 적자 전환했다. 매출은 16조4641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9.1% 늘었다.

한전의 이번 영업 손실은 분기 기준 최대로 지난해 한 해 전체 영업손실인 5조8601억 원보다 2조 원가량 많다. 연료비(7조6484억 원)와 전력구입비(10조5827억 원)가 각각 92.8%, 111.7% 급등하며 적자 폭을 키웠다.

한전은 연료비 연동제가 처음 시행된 지난해 1분기 5716억원 흑자를 기록했으나, 이후 △2분기 ―7648억 원 △3분기 ―9366억 원 △4분기 ―4조7303억 원 △올 1분기 ―5조7289억 원(추정) 등 연속 적자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연료비 연동제 시행 후 한전의 누적 적자는 11조5899억 원에 달한다. 현 추세라면 한전의 올해 연간 적자는 17조4723억 원에 이르고, 누적 적자 규모는 23조1524억 원까지 불어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전의 적자 폭이 커지고 있는 것은 고유가 등 에너지 원자재 가격 상승 때문이다. 지난해 한 해 기준 한전의 영업비용 67조1000억 원 중 85%가 전력구입비다. 전력구입비는 액화천연가스(LNG)와 석탄 등 에너지 가격에 연동된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서 올해 1분기 kWh당 전력 평균 도매단가는 181억 원이었는데 판매단가는 109억 원이었다. 전기를 팔수록 손해를 보는 셈이다.

원가가 올랐지만, 한전이 전기요금을 인상할 수 없었던 것은 지난해 물가 인상 억제를 위해 정부가 요금 인상을 자제했기 때문이다. 또 탄소중립으로 인한 신재생에너지 의무공급제도(RPS)와 탈원전 정책 등도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RPS 비용은 3조1905억 원으로 전년 대비 1.4배 늘었다. 또 발전단가가 싼 원전 대신 한전의 LNG 사용 비중을 늘려 적자 폭이 늘었다는 분석이다. 그나마 연료비 연동제가 2020년 12월 도입됐지만, 상승폭이 제한돼 한전 적자를 줄이기에는 한계라는 지적이다.

한전의 적자가 심화되면서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전기요금 인상 시 원가주의 원칙을 도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원가주의 원칙은 에너지 가격 인상 등 전기요금의 원가 인상을 그대로 요금에 반영하겠다는 원칙이다. 이와 함께 에너지 정책 정상화 5대 중점과제를 통해 전기요금 체계 개편을 맡는 전기위원회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현행 전기위원회는 산업통상자원부 산하에 있고, 위원과 위원장을 대통령이 임명하는 구조다. 정부의 자문기구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전은 재무위기 극복을 위해 보유 자산을 매각하는 자구책까지 실행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비상대책 위원회를 구성하고 보유 중인 출자 지분 중 공공성 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지분을 제외하고 매각할 예정이다. 또 현재 운영·건설 중인 해외 석탄발전소를 매각하고 해외 사업 구조조정을 추진한다. 한전 관계자는 “전력시장 가격 변동성을 완화할 수 있도록 전력시장 제도 개편을 추진하고 원가주의 도입을 정부와 협의할 것”이라고 했다.


세종=김형민기자 kalssam3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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