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 걸린 낙타 죽자…토막내 호랑이 먹이로 준 동물원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입력 2022-05-13 14:24:00 수정 2022-05-13 18:49:43

대구의 한 체험동물원에서 사육하던 낙타가 병들어 죽자 사체를 토막 내 맹수에게 먹이로 준 사실이 밝혀졌다.
13일 법원에 따르면 대구지검 서부지청 형사 1부(부장 황우진)는 지난 3월 대구 달성군 한 동물원 대표 A 씨를 동물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A 씨는 2020년 2월 종양이 생긴 낙타를 치료 없이 방치해 죽게 하고 사체를 자신이 운영하는 다른 동물원에서 호랑이의 먹이로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동물원에서 동물이 폐사할 경우 지자체에 신고한 뒤 전문 업체를 거쳐 처리하는 게 원칙이다.
JTBC에 따르면 이 동물원에 있던 암컷 낙타는 2년 전 다리에 종양이 생겼다. 당시 사육사는 낙타의 증상이 심상치 않아 A 씨에게 보고했으나 수의사 출장비가 많이 든다는 이유로 낙타는 방치됐고 결국 폐사했다.
이후 A 씨는 사육사에게 주말 장사를 해야 하니 낙타 사체를 빨리 치워야 한다며 사체를 해체하라고 지시했다.
결국 톱을 들 수밖에 없었던 사육사는 “친구 같은 존재여서 토막을 냈다는 것에 대해 정신적으로 트라우마를 많이 받았다”며 “동물 쪽으로 일을 하고 싶지도 않고 다시는 이 길을 못 걷겠다”고 JTBC에 말했다.
잘라낸 사체 일부는 2년 넘게 우리 안에 방치돼있다. 수컷 낙타는 죽은 낙타의 뼈가 널브러진 공간에서 계속 지내는 상황이다. 우리 안에는 배설물이 쌓여 있고 사료통도 지저분한 상태다.

이 동물원은 2020년 11월 코로나19에 따른 운영난으로 휴장했다. 동물 대부분은 인근 다른 동물원으로 옮겨졌지만, 낙타와 원숭이 등 야외에서 생활하는 동물 일부는 남아있었다.
이후 동물원은 지난해 2월 남아있는 동물에게 물과 사료를 제대로 공급하지 않고 오물이 쌓인 사육장에 방치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논란을 빚었다. 당시 동물보호단체 비글구조네트워크(비구협)는 해당 동물원에 대해 학대 의혹을 제기했다.
수사에 착수한 검찰은 낙타가 사망한 과정과 사체를 처리한 방식 등을 밝혀내 A 씨를 동물학대 혐의로 기소했다. 동물원 운영자를 동물학대로 기소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비구협은 지난달 8일 페이스북을 통해 “시설 내 원숭이와 양 등을 구조해 원숭이는 국가 안전시설로 그리고 나머지 동물들은 비구협 논산쉼터에서 보호 중”이라며 “남은 한 마리 낙타는 기나긴 구조 시도에도 불구하고 아직 데려오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 수시로 안전과 건강상태를 확인하고 있으며 적법한 절차를 통해 인수하는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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