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장중 1290원까지 치솟아… 파랗게 질린 증시

박민우 기자 , 이상환 기자

입력 2022-05-13 03:00 수정 2022-05-13 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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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발 물가쇼크에 원화가치 급락
투자심리 빠르게 얼어붙어





고공 행진하는 원-달러 환율이 단숨에 장중 1290원을 돌파하며 12년 10개월 만에 1300원대를 위협하고 있다. 미국의 8%대 고물가가 쉽사리 잡히지 않으면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행보가 더 빨라지고 세계 경기가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에 안전자산인 달러가 초강세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달러 강세는 가산자산 등 위험자산의 하락 폭을 키우며 연쇄적으로 글로벌 증시를 짓누르고 있다. 한국 코스피도 1% 넘게 하락해 2,550대로 내려앉았다.

1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3.3원 급등(원화 가치는 하락)한 1288.6원에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2009년 7월 14일(1293.0원) 이후 12년 10개월 만에 최고치다.

환율은 장중 1291.5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장중에 1290원을 넘어선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초기 금융시장이 패닉에 빠졌던 2020년 3월 19일(장중 1296.0원, 종가 1285.7원) 이후 2년 2개월 만이다.

5거래일 연속 연중 최고점을 경신한 원-달러 환율이 조만간 1300원을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전날 발표된 4월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8.3%로 시장 전망치(8.1%)를 웃돌면서 연준의 긴축 강도가 다시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식료품, 에너지 등 변동성이 큰 품목을 제외한 미국의 근원물가 상승률(6.3%)도 예상치(6.0%)를 넘어섰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근원물가가 예상보다 높다는 것은 인플레이션이 쉽게 진정되지 않을 거라는 의미”라며 “연준이 더 강력한 조치를 내놓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연준의 고강도 긴축 우려로 단기적으로 원-달러 환율이 1300원을 충분히 넘어설 수 있다”고 내다봤다. 종가 기준 1300원을 넘긴 건 2009년 7월 13일(1315.0원)이 마지막이다.

미국발 물가 충격에 전날 뉴욕증시에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3.18% 급락했고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도 각각 1.02%, 1.65% 떨어졌다.

환율 급등까지 더해진 국내 증시의 하락 폭은 더 컸다. 12일 코스피는 1.63%(42.19포인트) 내린 2,550.08에 마감했다. 2020년 11월 19일(2,547.42) 이후 1년 6개월 만에 최저 수준이다. 코스피는 이달 들어 하루도 빼놓지 않고 8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외국인이 유가증권시장에서 최근 5거래일간 1조5000억 원 넘게 순매도했다. 코스닥지수는 3.77% 급락한 833.66에 거래를 마쳤다.

일본 닛케이평균주가(―1.77%), 홍콩 H지수(―2.58%), 대만 자취안지수(―2.43%) 등 아시아 주요 증시도 일제히 내렸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미국이 빠르게 금리를 올리면 아시아 증시에서 글로벌 유동성이 빠져나갈 수밖에 없다. 당분간 증시 하락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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