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평 리모델링에 6000만원…자재값 급등에 ‘비명’

최동수 기자 , 정서영 기자 , 신동진 기자

입력 2022-05-12 03:00 수정 2022-05-12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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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곳곳서 공사지연-중단 사태

공사 중단 위기에 처한 공공청사 건설 현장 11일 서울의 한 공공청사 신축 공사 현장에서 터파기 공사가 진행 중이다. 이달 골조 공사를 앞둔 이 현장은 레미콘과 철근 업체가 자재 조달이 지연된다고 통보해 공사가 중단될 위기에 처해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1. 서울 강남구 총 2500여 채 규모의 신혼희망타운과 행복주택 건설 현장. 골조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어야 하지만, 요새는 공사가 멈추는 날이 종종 생긴다.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레미콘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다. 현장 관계자는 “수도권 여러 레미콘 업체와 계약했는데도 레미콘 자체가 현장에 공급되지 못할 때가 있다”고 전했다.

#2. 서울 강동구의 20평대 아파트를 사들인 김모 씨(36)는 ‘올수리’ 후 입주하려던 계획을 포기했다. 이사 3개월 전 인테리어 가계약을 했지만 시공 직전에 계약을 파기당했다. 최근 자재값이 너무 올라 3개월 전 견적으로 공사하는 게 손해라며 차라리 위약금을 주겠다고 했다. 그는 “새로 상담한 곳도 견적이 너무 비싸 결국 도배, 장판만 해서 들어가기로 했다”고 했다.

건설 원자재값 급등으로 전국 건설, 인테리어 현장에 비상이 걸렸다. 학교, 복지관, 청사 등 공공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가 발주한 관급공사와 중소 건설 현장에서 공사 중단 사태가 잦아지고 있다. 아파트 입주 때 하는 리모델링 비용도 3.3m²당 200만∼300만 원 선까지 치솟으며 일반 소비자들도 건자재값 상승을 체감하고 있다. 분양가가 오르거나 주택 공급이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유연탄, 1년 새 3배 급등…“6월 말 재고분만 확보”
수도권 공사 현장 350여 곳에 참여하는 철근콘크리트 서울·경기·인천연합회는 11일 회의를 열고 “자재값 상승에 따른 공사비 인상에 비협조적인 현장은 다음 달 8일부터 공사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이달 초에는 부산·울산·경남지역 철근콘크리트 하도급 업체들이, 지난달 말에는 호남·제주지역 업체들이 각각 공사비 인상을 요구하며 공사를 중단하기도 했다. 이날 시멘트 업계에 따르면 유연탄(호주 뉴캐슬산) t당 가격은 376.59달러로 올해 1월(225.59달러) 대비 67% 상승했다. 1년 전인 지난해 5월(106.02달러) 대비 3배 넘게 올랐다. 국내 유연탄의 75%는 러시아산이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러시아산 수급이 사실상 막히자 호주산 수입을 늘렸다. 하지만 호주 광산의 자연재해로 호주산 유연탄 가격까지 급등했다. 시멘트 업계 관계자는 “6월 말까지만 재고가 확보됐다”며 “이후엔 불확실성이 매우 크다”고 했다.


철근값 상승세도 만만치 않다. 한국물가협회에 따르면 건설 현장에서 많이 쓰이는 ‘SD400 10mm’ t당 가격은 이달 112만 원으로 전년 동월(82만 원)보다 37% 올랐다. 올해 1월(107만 원) 이후 5개월 연속 상승세다.

자재값 급등 여파는 단가가 낮은 관급공사에서 많이 나타난다. 지난달 착공한 서울의 한 국공립유치원 공사 담당 구청 공무원은 “최근 철근 업체가 계약을 2번 연속 해지했다”며 “공사가 최소 2∼3주는 지연될 것 같다”고 했다. 발주자가 제시한 입찰 단가가 시장가격을 못 따라가 유찰되기도 한다. 관급공사에 조달하겠다는 하청업체가 없는 것. 조달청 관계자는 “철근이나 레미콘 모두 입찰공고를 올려도 절반 이상 유찰된다”고 전했다.
○ 공급 물량 감소-분양가 상승 등 우려 커져
이 같은 상황이 이어지면 주택 공급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연구실장은 “이대로라면 예정된 공급 물량이 감소할 수 있다”며 “이는 매매 시장뿐 아니라 전월세 시장의 가격 상승 요인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실제 1분기 아파트 등 주거용 건축물 착공 면적은 379만5000m²로 전년 동기 대비 31.8% 감소했다. 분양가 상승 우려도 나온다. 이미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은평구 대조1구역, 대전 용두동2구역 재개발조합 등이 시공사와 조합 간 공사비 증액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다. 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건축비가 오르면 분양가도 오른다”며 “당장 하반기(7∼12월) 분양가상한제 아파트에 적용되는 기본형 건축비가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 “30평대 올수리에 6000만 원”

건자재값 급등은 개별 주택 인테리어에까지 ‘전방위’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단가가 1년 새 20% 이상 오르며 확장·디자인 공사까지 추가하는 ‘30평대 올수리’ 가격이 6000만 원 이상으로 훌쩍 뛰었다.

건자재 업계에 따르면 리모델링에서 비중이 높은 창호값은 최근 1년 새 30∼50% 올랐다. 창호 주원료이자 석유화학 제품인 PVC 가격이 유가 상승 여파로 60% 가까이 오른 영향이 크다. 올해 3월 초 원유값은 지난해 5월의 2배 수준인 배럴당 127달러를 찍었다. 이 기간 원유 정제 원료를 쓰는 페인트는 30%, 바닥재는 5∼10% 올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테리어 수요가 늘면서 인건비도 뛰었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코로나19 이전인 2020년 1월부터 올 초까지 2년간 타일, 창호, 도배 등을 시공하는 기술자 인건비는 10∼18% 올랐다. 인테리어 업체 관계자는 “리모델링하며 나오는 폐기물 처리비도 지난해 t당 24만∼28만 원에서 올해 35만∼39만 원으로 40% 넘게 올랐다”고 했다.




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
정서영 기자 cero@donga.com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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