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정부 ‘부동산 정책’, 데자뷰될까? 새로운 길 갈까?

황재성 기자

입력 2022-05-10 11:44 수정 2022-05-10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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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10일(오늘) 출범한 윤석열 정부의 부동산정책을 이끌어갈 국토교통부에 정치인 장관(원희룡 전 제주지사)이 내정된데 이어 실무형 차관으로 이원재 인천경제자유구역청장이 임명됐다. 앞선 문재인 정부의 초기 국토부 장·차관 인사와 닮은꼴이다. 문 정부도 당시 더불어민주당 김현미 의원을 장관으로, 실무형 차관으로 손병석 국토부 기획조정실장을 각각 임명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펼쳐질 새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실패로 끝난 문 정권의 ‘데자뷰’가 될지, 아니면 부동산시장 안정이라는 목표를 달성하면서 새로운 길을 가게 될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두 정부 모두 목표 달성을 위해 선택한 방식이 규제 강화와 규제 완화라는 완전히 상반된 방향이기 때문이다.
● 데자뷰…정권 명운 걸린 정책 이끌 인사는 닮은꼴
© 뉴스1
부동산정책을 책임질 국토부 장차관 인사에 대한 두 정부의 결정 과정은 여러 모로 닮았다.

문 정부는 3선의 김현미 민주당 의원을 국토부 장관에 내정하면서 ‘낙하산 인사’ 논란을 샀다. 국토부 관련 업무 경험이 없어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게 골자였다. 아쉽게도 이런 우려는 현실로 이어졌다. 1285일(약 3년 6개월)동안 국토부를 이끌며 역대 최장수 장관 기록을 세웠지만 ‘시장 안정’이라는 목표와는 거리가 먼 결과를 냈다.

국토부 2명의 차관 가운데 부동산 정책을 책임지는 1차관에 임명됐던 손병석 당시 기획조정실장은 기술고시 출신의 정통 국토행정 관료였다. 당시 그의 임명에 대해 언론에서는 “기조실장으로 지난 1년간 각부서의 정책을 조율한 만큼 국회의원 출신 김현미 국토부 장관 후보자를 보좌할 최적의 인사”라고 평가했다.

윤 정부도 첫 국토부 장관 후보자로 3선 의원이자 2차례에 걸쳐 제주특별자치도지사를 역임했던 원희룡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획위원장을 내정하면서 논란을 사고 있다. 마찬가지로 국토부 관련 업무 경험이 많지 않아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10일 1차관에 임명된 이원재 인천경제자유구역청장은 행시 30회로 공직에 입문한 정통 관료 출신이다. 국토부에서 주택정책과장, 국토정책팀장 등을 거쳐 대통령 경제수석비서관실 국토교통비서관 등을 역임했다. 이런 이유로 정무 감각을 갖춘 주택·국토행정 전문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두 정부 모두 부동산정책을 설계한 핵심 관계자가 한발 물러선 모양새을 갖췄다는 점도 비슷하다.

문 정부의 경우 김수현 당시 청와대 사회수석비서관이 설계자 역할을 맡아 부동산 관련 정책을 총괄하고 입안했다. 이로 인해서 문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 ‘노무현 정부 2기’라는 꼬리표가 달리기도 했다. 그가 노무현 정부 때부터 부동산 정책 설계를 도맡았기 때문이다.

윤 정부의 부동산 정책 설계자는 김경환 서강대 교수(전 국토부 차관)로 알려져 있다. 이런 이유로 새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박근혜 정부 2기’가 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그가 박근혜 정부 때 국토부 1차관을 역임하며 부동산 정책을 주도한 탓이다.
● 새로운 길… 규제 강화 VS 규제 완화
서울 아파트 자료사진 2022.4.28 © News1
이런 분위기 속에서 두 정부가 부동산 시장을 위해 선택한 정책 방향은 완전히 상반된 모습이다.

문 정부는 후반기에 들어서 공급 확대를 추진했지만 초기에는 “공급은 충분하다”며 부동산 규제 강화에 ‘다걸기(올인)’를 했다. 이런 상황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김 전 장관의 취임사이다. 그는 2017년 6월 23일 취임사에서 “살 만한 주택이 부족해서 집값이 오르는 게 아니라 투기세력 때문에 집값이 오르는 거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4일 앞선 6월 19일 문 정부는 1호 부동산 정책으로 △담보인정비율(LTV) 등 대출 규제 강화 △전매제한 강화 △재건축 규제 강화 등을 골자로 하는 ‘주택시장의 안정적 관리를 위한 선별적·맞춤형 대응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이후 문 정부는 정권 내내 30차례에 가까운 부동산 정책을 쏟아냈다. 정권 초기에는 대부분 규제 완화 방안에 초점이 맞춰졌고, 2020년 이후 대대적인 공급 확대 방안이 포함됐다.

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의 방점은 시장 정상화를 위한 규제 완화이다. 이달 3일 발표한 110대 국정과제에서도 공급 확대를 위해 분양가 상한제, 재건축 부담금 완화, 안전진단 기준 완화 등 규제 수위를 낮추는 방안이 다수 포함됐다. 당장 취임식 당일인 10일(오늘) 시행되는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 1면 면제 조치는 이런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지역 한 대학의 부동산학과 교수는 “부동산 정책은 이념이 아니라 시장의 수급 상황 등을 고려한 공학적인 접근이 요구되는 분야”라며 “문 정부는 주택시장을 이념의 잣대로 분석하고, 대책을 수립하면서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새 정부도 시장 상황을 무시한 채 표를 의식한 정책에 몰두한다면 똑같은 결과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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