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스텐 5800만t 묻혀있는데… 혜택 못보는 한국

김성모 기자 , 세종=박희창 기자 , 김재형 기자

입력 2022-05-10 03:00:00 수정 2022-05-10 11: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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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등 핵심소재 광물 텅스텐
中 수입에만 의존 ‘자원전쟁’ 뒷짐


강원 영월 상동광산에서 이 광산을 소유한 캐나다 광산개발회사 알몬티 측이 갱도 안에서 텅스텐 채굴 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 출처 알몬티 홈페이지

전 세계가 반도체 등 핵심 산업의 공급망을 재편하며 ‘자원 무기화’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스마트폰, 전기자동차, 첨단무기 등을 생산할 때 꼭 필요한 전략광물 텅스텐이 1992년 이후 30여 년 만에 국내에서 다시 생산될 것이라고 로이터통신 등이 9일 보도했다. 2015년 강원 영월의 상동광산 영업권을 사들인 캐나다 광산개발회사 ‘알몬티’는 지난해부터 광산 개발을 본격화했고 이르면 내년부터 대량 생산에 착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단단하고 밀도가 높은 텅스텐은 코발트 리튬 니켈 망간과 함께 5대 핵심 광물로 꼽힌다. 상동광산에서는 전 세계 텅스텐 공급량의 10%를 생산할 수 있지만 제품은 모두 주요 소비국이자 제련 시설이 있는 미국으로 향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 텅스텐 필요량의 90%를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는 상황이다.

루이스 블랙 알몬티 최고경영자(CEO)는 로이터에 “상동광산에서 생산되는 텅스텐 절반을 한국에 공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한국이 텅스텐 제련 설비를 갖추지 못한 상황이라 미국에서 다시 수입해야 할 가능성이 있는 등 계획대로 될지는 미지수다. 전략광물을 관리할 국내 공급망 체계를 서둘러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품질 우수한 텅스텐 원광 5800만 t 보유

‘알몬티’ 측에 따르면 현재 상동광산에는 5800만 t이 넘는 텅스텐이 매장돼 있다고 로이터는 보도했다. 연간 100만 t씩 캐어도 60년 동안 채굴할 수 있는 규모다. 특히 상동광산에 매장된 텅스텐의 광물 내 함량은 0.45%로 중국산(0.19%), 세계 평균(0.18%)의 약 2.5배에 달해 품질이 우수하다는 평을 얻고 있다.

1916년 문을 연 상동광산은 1960, 70년대 세계 텅스텐 생산량의 17%를 점유하며 호황을 누렸다. 1980년대 세계 최대 텅스텐 생산국인 중국의 시장 개방으로 텅스텐 공급이 급증하자 가격이 급락해 경쟁력을 잃었다. 결국 1992년 원광 생산을 중단했다. 당시 국영기업 대한중석이 보유했던 광산 운영권은 이후 여러 기업을 거쳐 2015년 알몬티로 넘어갔다. 알몬티는 지난해 5월 미국 등 해외 자본을 유치해 생산 재개에 나섰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2015년 광업권 확보 후 진행은 미미하다”고 말했다.

현재 상동광산에서는 원광만 생산할 수 있다. 이 원광의 불순물을 제거해 품위를 높인 광석 즉 ‘정광’은 없으며 갱도 또한 300, 400m 정도만 굴착한 초기 단계다. 알몬티 측은 원광을 정광으로 바꾸는 불순물 제거 시설만 국내에 갖추고 나머지 제련 작업은 미 동부 펜실베이니아주에 있는 제조 및 판매업체 GTP에 맡기겠다는 뜻을 밝혔다. GTP의 손을 거치면 비록 한국에서 캤지만 완제품은 미국산이 되는 셈이다. 알몬티 측은 빠르면 내년부터 연 2500t을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 30여 년 만에 국내 텅스텐 생산 기회 잡았지만…
텅스텐이 30여 년 만에 국내에서 생산될 기회를 잡은 것은 2월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국제 원자재 가격이 치솟은 데다 미국 등 서방과 중국, 러시아 등이 이념은 물론이고 경제자원을 가지고도 일종의 신냉전을 벌이는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희귀금속 희토류의 최대 생산국인 중국은 미국, 일본 등과 대립할 때마다 희토류 수출을 제한하겠다며 으름장을 놓고 있다. 현재 유럽에서 텅스텐 생산을 위한 핵심 원자재 파라텅스테이트 가격은 t당 346달러로 지난해보다 25% 이상 상승했다. 최근 5년 중 가장 비싸다.

국내 텅스텐 필요량 대부분을 중국산에 의존하는 상황을 감안할 때 한국도 텅스텐 제련 설비를 갖춰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산 요소수 사태처럼 텅스텐 수입이 막힐 때를 대비해야 한다는 논리다. 다만 이 과정에서 환경단체 및 지역 주민의 반발이 나올 수 있다.

김성모 기자 mo@donga.com
세종=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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