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장비 초월하는 음파 탐지력… 전쟁까지 투입되는 돌고래

조승한 동아사이언스 기자

입력 2022-05-09 03:00 수정 2022-05-09 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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對잠수함 작전-수중 침투 차단… 러, 주요 해군기지에 배치한 듯
감각 능력 뛰어난 데다 지능 높아 美도 군사용 훈련 프로그램 운영
동물보호단체는 윤리 문제 제기


2018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앞바다에서 진행된 환태평양훈련(림팩)에서 돌고래로 기뢰를 찾는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미 해군은 돌고래를 기뢰 제거와 수중 물체 탐지 등 군사 임무에 활용해 왔다. 미 해군 제공

미국 군사전문매체 ‘미해군연구소(USNI)’는 최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가 크림반도 세바스토폴 항구에 기지 방어 훈련을 받은 돌고래를 배치했다고 보도했다. 민간 위성기업 맥사테크놀로지가 지난달 27일 공개한 위성사진을 보면 세바스토폴 항구 입구 양쪽 방파제 바깥에 돌고래용 우리로 추정되는 부표가 확인된다. 이 부표는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된 2월 처음 옮겨진 것으로 나타났다.

세바스토폴은 흑해에서 러시아 해군의 가장 중요한 기지 중 하나다. USNI는 “훈련된 돌고래는 대(對)잠수함 작전을 수행할 수 있고, 특수전 부대가 항구에 몰래 수중 침투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전했다.
○ 미국·러시아, 돌고래 등 동물 군사훈련에 투입
서방 분석가들이 돌고래의 투입 가능성을 제기한 이유는 러시아군이 오래전부터 전투 목적으로 돌고래를 훈련시켜 왔기 때문이다. 옛 소련은 냉전 시절 세바스토폴에서 돌고래를 훈련시켜 기뢰를 찾고 배에 폭발물을 설치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소련이 해체된 뒤 독립한 우크라이나는 훈련받은 돌고래를 어린이 수중 치료용으로 전환했다. 하지만 2014년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병합하면서 이 해역에서 돌고래 훈련이 다시 시작됐다. 러시아는 남부 해역에서는 돌고래를, 북극해에서는 돌고래보다 지방층이 두꺼워 추위를 잘 견디는 벨루가(흰고래)와 바다표범을 훈련시키고 있다. 2019년 4월 노르웨이에서는 카메라를 몸에 착용한 러시아군 벨루가가 발견되기도 했다.

미국도 전쟁에 훈련된 동물을 꾸준히 투입하고 있다. 미 해군은 1959년부터 상어, 가오리, 바다거북, 바닷새 등 해양 동물 12종을 군사용으로 훈련하는 ‘해양 포유류 프로그램(NMMP)’을 운영하며 동물을 연구해 왔다. 현재 미 해군은 5개 군용 해양 동물 훈련팀을 갖추고 큰돌고래와 바다사자 100여 마리를 운용하고 있다.

USNI는 2020년 북한 남포항에서 미국과 러시아가 쓰는 군용 돌고래 우리와 비슷한 우리가 발견됐다며 북한군이 군사 목적으로 돌고래를 키우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 수중 드론도 못 따라가는 정교한 탐지 능력
돌고래가 수병으로 가장 인기를 끄는 이유는 음파탐지 장치인 소나보다 훨씬 정교한 수중 음파탐지 능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돌고래는 음파를 쏘아 물체에 맞고 반사되는 반향을 듣고 멀리 있는 물체를 정밀하게 감지해낸다. 축구장 두 개 너비에 가까운 200m 밖에서도 테니스공 크기 물체의 존재를 알아낼 정도다. 탁한 물에서도 시력이 좋고 청각도 뛰어나 바닷속 표적을 감지하고 추적할 수 있다. 인간이 겪는 잠수병과 같은 문제도 없다. 돌고래는 특히 지능지수(IQ)가 60∼90 정도로 학습능력이 뛰어나다. 물밑으로 몰래 침투하는 적군을 찾아내거나 수면 아래 숨은 기뢰를 발견하는 데도 안성맞춤이다. 미 해군은 “언젠가는 수중 드론이 다양한 임무를 완수하는 시대가 오겠지만 아직까지 기술이 동물을 대체하지는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은 여러 차례 실전에 돌고래를 투입해 기대 이상의 큰 효과를 봤다. 미국은 베트남전이 한창이던 1970년 베트남 중남부 깜라인만에 돌고래 다섯 마리를 처음 투입해 북베트남군의 침투를 막았다. 2003년 이라크전에서는 움까스르항에서 일주일 만에 100개 이상의 기뢰를 찾아내는 공을 세우기도 했다. 당시 활약한 돌고래 중 일부는 고향으로 돌아가 워싱턴주와 코네티컷주에서 원자력잠수함 주변 경비 임무를 맡았다.

1990년 미 해군의 해양 포유류 군사훈련 기밀이 해제되면서 돌고래를 위험이 큰 작전에 투입하는 행위에 대해 동물보호단체와 반전단체들은 윤리적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미 해군은 해양 포유류를 돌보며 오히려 많은 과학적 연구 성과를 얻고 있고, 전쟁과 관련이 없는 유용한 임무도 하고 있다며 반박하고 있다. 실제로 2021년 해양 포유류 프로그램을 통해 해양 포유류의 건강과 생리학, 감각, 행동에 관한 논문 39편이 발표되는 등 지금까지 1200편 이상의 연구 성과가 발표됐다. 미 해군은 수중에서 물품을 찾고 회수하는 훈련을 전문적으로 받은 바다사자 부대를 투입해 바다 밑에 가라앉은 물품을 회수하는 서비스를 미 연방정부에 제공하고 있다.


조승한 동아사이언스 기자 shinj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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