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300명 조선소 교육원 첫 모집에 들어온건 18명”

영암=김재형 기자

입력 2022-05-09 03:00 수정 2022-05-09 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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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인난에 웃지 못하는 조선업계

2일 전남 영암의 조선 협력업체 유일에서 외국인 근로자들이 선박 건조작업에 필요한 발판을 만들고 있다. 이 족장팀 구성원 20여 명 중 한국인은 팀장 1명뿐이다. 영암=김재형기자 monami@donga.com

2일 전남 영암의 현대삼호중공업 조선소. 합계 길이가 2.2km에 달하는 조선소 안벽(생산된 배를 대기 위한 부두시설)에는 시운전 나간 1대를 제외하고 총 11대의 선박이 정박해 마무리 공정을 진행하고 있었다. 15대 안팎이 자리를 차지하던 과거 호황기 때를 재현하는 듯한 광경이지만, 조선소 곳곳에선 한숨 소리가 새어 나왔다.

현대삼호중공업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7∼12월)부터는 지난해부터 늘어난 수주 물량을 감당해야 하는데 당장 400명 이상이 모자란 상황이다”라며 “지난해까진 웃돈을 주고 영입하는 ‘돌관 인력’과 초과근무로 어떻게든 공정 지연을 막을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구인난은 친환경 선박 중심 수주가 늘면서 최근 ‘제2의 봄’을 맞이했다는 평가를 받는 국내 조선업계가 직면한 가장 큰 난제로 꼽힌다. 8일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에 따르면 3월 기준 국내 조선업 인력은 9만2305명. 2014년(20만3441명) 대비 54.6%가 줄었다.
○ 젊은 피 수혈되지 않아 외국인에게 의존



현대삼호중공업만 해도 조선소 내 인력 배출의 주요 창구인 기술교육원의 수료생 수는 2017년 이후 지난해까지 100명에도 못 미친다. 2008년엔 연간 594명이었다. 현대삼호중공업 관계자는 “수주 물량이 늘어 올해 모집 목표 인원을 300명으로 잡았지만 2월 첫 모집에서 18명밖에 들어오지 않았다”며 “업무 강도가 높아 젊은 세대들이 기피하는 도장은 거의 외국인으로 충원한다”고 설명했다.

현대삼호중공업 인근에 위치한 T블록(선체에 들어가는 T 모양의 모듈 조합체) 제조 회사 유일을 방문했다. 이 회사에서 선박 제조 시 필요한 작업 발판(족장)을 만드는 팀은 20명 중 관리자 1명을 제외하면 전원이 몽골과 베트남, 태국 국적의 외국인 근로자로 채워졌다. 도장의 경우 아예 한 팀을 모두 우즈베키스탄 등 특정 국가 출신으로 채우는 경우도 많다. 회사 측은 족장, 도장(페인트 등을 칠하는 공정), 사상(블록과 부대시설의 표면을 매끄럽게 만드는 공정)을 담당하는 700여 명 근로자의 90%가 외국인이라고 설명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발발 이후에는 국내로 들어오는 외국인이 줄어 업체들끼리 외국인 근로자 ‘스카우트 경쟁’이 한창이라고 한다.

이 회사의 유인숙 대표는 “지난해 말부터 인건비가 두세 차례 더 올라 이젠 하루에 14만 원을 준다 해도 ‘부족하다’고 한다”며 “호황기 때는 6만 t의 T블록도 문제없이 처리했지만 지금은 인력난과 높은 인건비에 4만 t도 감당하기 어려워 주문을 거절하고 있다”고 말했다.
○ 고부가가치 선박 수주 늘어나는데…



이런 인력 구조는 지난해부터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의 수주가 늘고 있는 국내 조선소 현장에서 향후 생산력과 경쟁력 악화를 예상하게 하는 치명적인 악재로 꼽힌다. 업계는 LNG 추진 컨테이너선 등은 기존 선박에 비해 맨아워(1인 1시간 노동량)가 15% 정도 더 들어가는 것으로 본다.

이에 업계에선 현재 조선업 내국인 인력의 20% 미만만 받을 수 있게 돼 있는 비전문인력 비자(E9)의 제한을 풀어주는 것과 동시에 업체가 지방 대학과 연계해 졸업생 우선 채용 등이 보장된 계약학과를 개설하는 등의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동건 목포해양대 교수(대한조선학회 교육위원장)는 “오랜 조선해양산업 불황으로 한때 40여 개의 학과가 운영되던 조선해양공학과는 현재 10여 개만 유지되고 있다”며 “미래지향적인 학과 개설을 장려하는 한편 저숙련 공정은 인근의 다른 국가 업체에 외주를 주고 엔지니어링 기술력이 높은 공정만 자국 내 조선소에서 다루는 노르웨이 조선소의 사례도 참고할 만하다”고 말했다.




영암=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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