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품 수리만 몇 주”…LCC, 중장거리 도전 이륙 준비부터 ‘뒤뚱’

뉴시스

입력 2022-05-07 20:28 수정 2022-05-07 21:40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이 장거리 노선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지만 시작부터 삐걱대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티웨이항공, 에어프레미아 등 LCC들이 중·장거리 노선 취항을 확대하면서 경쟁력을 꾀하고 있다.

티웨이항공은 지난 3월 LCC 중 가장 빠르게 에어버스사의 대형 항공기 ‘A330-300’를 도입했다. A330-300은 총 347석(비즈니스12·이코노미335석)으로 호주, 미국 서부, 유럽 동부까지 운항이 가능한 기종이다. 현재까지 2호기를 도입했다. 이달 중 3호기를 들여올 예정이다. 티웨이항공은 2027년까지 중형기 20기, 소형기 30기를 갖춰 총 50기까지 기단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김포~제주 노선부터 운항을 시작했다. 향후 싱가포르, 하와이, 호주 시드니, 동유럽 등 국제선 노선과 화물운송사업도 이어갈 계획이다.

2019년 면허를 취득한 신생 기업 에어프레미아도 보잉사의 중형 항공기인 ‘B787-9’를 3대 도입해 올해 중형 항공기를 4대까지 늘린다. B787-9는 인천공항에서 영국, 프랑스, 독일, LA, 뉴욕, 보스턴 등 취항이 가능한 기종이다. 에어프레미아는 오는 2024년까지 B787-9를 10대까지 늘려 장거리 공략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플라이강원도 최근 항공기 리스사와 에어버스의 중대형기 ‘A330-200’ 기종 임대 계약을 맺었다. A330-200은 260석의 여객, 21t의 화물을 적재하고 최대 1만3450㎞의 장거리를 비행할 수 있는 기종이다. 오는 2025년까지 동일 기종 7대를 순차 도입해 미주 중서부와 유럽 전역 도시까지 날아가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과감하게 도입한 LCC의 중대형기가 원활한 운항을 위해서는 몇가지 풀어야 할 숙제들이 남아있다. 티웨이항공 A330-300은 정비 문제로 제주공항에서 이륙하지 못한채 2주 넘게 발이 묶여 있다. 지난 달 19일 오전 제주공항에서 김포공항으로 출발할 예정이었지만, 엔진 부품에 이상이 생겨 이륙하지 못했다. 티웨이항공은 대체 항공편인 중형기 B737 항공기를 투입했고, 승객에게 다른 항공사의 운항 일정도 함께 안내했다.

문제는 부품을 수리하는 데 수 주가 소요된다는 점이다. 영국 엔진 생산업체인 롤스로이스로부터 부품을 공급 받아야 수리를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국내 노선인 탓에 크게 문제가 돼지 않았지만, 해외 운항이었다면 승객들의 체류비 등 수천만원의 비용이 소요됐을 것이라는 게 관련업계의 설명이다.

티웨이항공 관계자는 “엔진 제작사인 롤스로이스로부터 부품을 받아야 해서 시간이 어느 정도 걸렸다. 정비는 마무리 단계다. 이번 주말쯤 완료될 예정”이라며 “아직 운항 재개 시점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했다.

신생저비용항공사인 에어로케이는 소형기지만 지난해 12월 A320 여객기 엔진 센서에서 오작동이 발생해 운항을 하지 못했다. 보유 중인 항공기는 1대여서 자체적으로 대체기를 투입할 수 없었다. 제주항공, 대한항공, 진에어 등 경쟁사들이 대체항공편을 지원하면서 대규모 결항은 면했다.

에어로케이는 당시 수리까지 일주일 정도 소요됐다고 밝혔다. 에어로케이 측은 “코로나19의 여파로 여행객 수가 감소하면서 예정됐던 2호기 도입이 지연됐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소수의 항공기를 운영하면 악천후, 정비 등 비정상상황 발생시 대체기 투입 어려움으로 연결편 지연, 결항에 따른 고객 불편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대한항공은 해외 항공사 및 제작사에 자사의 정비사들을 방문시켜 실습 훈련을 하고 있다. 자체 정비 가이드북을 제작해 교육에 활용하고 있다. 표준화된 정비가 가능한 시스템을 갖췄다. 또 다수의 항공기를 보유하고 있어, 정비에 시간이 소요될 경우 대체편 투입도 가능하다.

LCC는 기본적으로 고효율을 통한 저비용 사업구조를 구축해 항공기 운항에 필요한 비용을 낮추는 게 핵심이다. 따라서 단일기종 운용을 통한 비용절감이 목표다. LCC의 보유기재가 다양화되면 그에 맞춰 정비에 필요한 제반설비, 정비·운항인력을 따로 운영해야 한다. 중·장거리 노선 진출은 이 같은 초기투자 등을 극복해야 한다.

무엇보다 장거리 노선의 경우 다양한 연결편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글로벌 항공사들과 얼라이언스를 맺고 있는 기존 항공사들에 비해 환승 편의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장거리 노선 운항에 필요한 황금시간대 슬롯은 이미 기존 항공사들이 선점해 스케줄면에서도 상대적으로 불리하다.

제주항공은 사업다각화보다 기존 중·단거리 노선 운항에 집중해 수익성을 확보하겠다는 입장이다. 해외 LCC들이 장거리 노선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지만 성공한 사례가 희박하고, 낮은 운임으로 다수에게 여행 기회를 제공하는 LCC 고유의 사업모델이 장기적인 측면에서 더 유리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장거리 노선은 경험이 쌓여야 하고, 운항 시스템을 제대로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일정 수준의 기재가 확보되기 전까지는 이러한 어려움은 지속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