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연해야 파워업…250야드 60대 장타자 김종덕[김종석의 굿샷 라이프]

김종석 기자

입력 2022-05-07 09:00:00 수정 2022-05-07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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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갑 지났어도 조카뻘 후배와 골프 경쟁
근력 강화와 식이 요법으로 체력 유지
챔피언스투어 6년 연속 우승 꾸준함
“새로운 기록 향해 도전해야죠.”


김종덕(61)은 환갑을 지난 나이에도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대회에 출전해 후배들과 당당히 실력을 겨뤘다. 철저한 자기관리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도전이다. 33세였던 1994년 매경오픈 우승 당시 시상식 때 처럼 주먹을 불끈 쥔 김종덕. 성남=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마지막 홀에서 파로 홀아웃한 김종덕(61)은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자신의 캐디를 맡아 18홀을 동행한 아들 김민재(33)와 가볍게 포옹한 그는 ‘아이고’라며 탄식을 내뱉었다. 하지만 그린 주변에 있던 갤러리는 김종덕을 향해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환갑은 넘긴 나이에 조카뻘 되는 후배 선수들과 당당히 대결한 것만으로 충분히 찬사를 받았다.

● “굳은 살 생길 정도로 준비했는데…”

김종덕이 매경오픈 1라운드에서 드라이버 티샷을 하고 있다. 유연성 강화에 집중한 그는 요즘도 250야드 넘는 장타를 치고 있다. 대한골프협회 제공


김종덕은 6일 경기 성남시 남서울CC(파71)에서 열린 제41회 GS칼텍스 매경오픈 골프대회 2라운드에서 8오버파 79타를 기록해 중간합계 9오버파 151타로 3라운드 진출에 실패했다. 전날 1라운드를 1오버파로 마친 그는 이날 10번 홀에서 티오프해 11번 홀(파3) 버디를 낚으며 상승세를 탔다.

김종덕이 컷 통과에 성공한다면 최상호가 갖고 있는 이 부문 대회 최고령 기록(62세 4개월 1일)에 이어 두 번째로 이름을 올릴 수 있었다. 기대감을 키웠던 그였지만 14번 홀(파5)과 18번 홀(파4)에서 두 차례 트리플 보기를 한 끝에 커트라인(3오버파)을 넘지 못했다.

경기 후 김종덕은 14번 홀 상황을 세세하게 복기했다. “그쪽으로 공이 가면 안됐는데요. 거기서 또 무리를 했어요. 나무 맞고 해저드로 가더군요. 6온에 2퍼트했어요. 그때부터 멘붕이 왔다고 해야 할까. 기록 한번 깨보고 싶었는데. 실망스러운 결과네요.”

그러면서 그는 손바닥을 자꾸 만지작거렸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한 달 가까이 강도 높은 훈련을 소화하느라 물집도 잡히고 굳은살도 잔뜩 생겼다고 한다. 그만큼 의욕을 보였다.


● 80, 90, 2000년대 모두 코리안투어 정상


2005년 44세 나이로 역대 최고령 신한동해오픈 챔피언에 오른 김종덕. 동아일보 DB
2020년 KPGA 시니어오픈에서 우승한 김종덕. 동아일보 DB


김종덕은 1985년 한국프로골프협회(KPGA)에 처음 입회한 뒤 이듬해부터 매경오픈에 출전했다. 당시 나이 25세였다. 1994년 매경오픈에서는 선두와 6타차 열세를 극복하고 연장전 끝에 우승 트로피를 차지했다. 이날 공동선두로 마친 아마추어 국가대표 송민혁(18)이 태어나기 10년 전 일이다.

어느덧 40년 가까이 현역 선수 생활을 하고 있는 그는 코리안투어에서 9승을 거뒀다. 1989년 쾌남오픈에서 첫 승을 신고한 뒤 1990년대 6승을 올렸으며 2000년대에도 2승을 추가했다. 44세였던 2005년 스카이힐제주오픈에서 정상에 오른 그는 50세 이상이 출전하는 챔피언스투어에서 13개의 우승 트로피를 수집했다. 챔피언스 투어에서는 2011년 데뷔 후 2015년 한 해만 빼고 지난해까지 해마다 우승을 신고하는 꾸준한 페이스를 보였다.

장수의 비결은 철저한 자기관리다. 김종덕이 40년 가까이 매일 빼놓지 않는 게 있다. 10㎏짜리 아령을 이용한 보디턴 훈련과 고무 밴드로 스트레칭을 반복하는 것이다. 집에서 TV를 보면서도 아령을 들고, 대회에 나가면 호텔방에서 고무 밴드를 당긴다. “아령을 양손에 들고 스윙하듯이 몸통을 돌리면 몸의 유연성이 강화되고 하체 근력도 키울 수 있어요. 스트레칭 효과도 비슷합니다. 그래야 큰 근육을 활용한 장타를 치게 됩니다. 헤드 무게도 잘 느낄 수 있고요.”

175cm의 키에 비해 체중이 70kg 미만인 그는 60대에 접어든 요즘도 드라이버 비거리가 평균 250야드를 넘긴다. 1주일에 세 번은 헬스장에서 근력 훈련도 한다. 채소와 단백질 위주의 식이요법과 함께 규칙적인 등산을 통해 20년 넘게 일정한 체중을 유지하고 있다.

그 덕분에 김종덕은 환갑이었던 지난해 KPGA투어 챔피언스투어 9개 대회에 출전해 2승을 거두며 상금왕에 올랐다. 김종덕의 챔피언스투어 상금왕 등극은 3번째. 2011년 한국과 일본의 챔피언스 투어에서 동시 상금왕을 차지한 뒤 2019년에도 상금 1위에 랭크됐다.

● “포기 하지 않고 기회를 살리는 게 골프”
선수 생활 도중 입은 부상을 계기로 집착과 욕심을 버리게 됐다는 김종덕. 손석규 작가 제공


김종덕의 KPGA 회원번호는 98번이다. 그는 “내가 처음 프로가 됐던 1980년대 중반만 하더라도 선수가 100명 안 되던 시절이다. 한해에 대회는 4,5개 정도에 불과했다. 요즘은 코리안투어가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고참 선수들은 생활이 어렵기도 하고 어려움이 많다 보니 투어 활동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그들에게 ‘할 수 있다’는 작은 희망이라도 주고 싶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김종덕은 챔피언스투어에 전념하면서 코리안투어인 KPGA선수권과 신한동해오픈에 출전해 까마득한 후배들과 경쟁할 계획이다. “코리안투어는 전장이 7000야드가 넘어 쇼트아이언보다는 롱아이언이나 우드가 자주 잡혀요. 그래도 프로 선수로서 앞(일반인들이 치는 화이트티)에서 치는 건 골프가 아니라고 봅니다. 아직 힘이 있으니 계속 도전해 봐야죠.”

그는 평소 골프가 자신과의 싸움이라는 걸 강조한다. 골프에서 가장 까다로운 상대는 슬라이스나 훅이 아니라는 얘기도 했다. 과거 인터뷰에서 “파3 홀에서는 3번, 파4홀에서는 4번, 파5홀에서는 5차례 기회가 있다. 티샷을 실수했다고 나머지를 포기하면 안 된다. 주어진 기회에서 한번만 베스트를 하게 되면 파 세이브가 가능하다. 스코어를 만들려면 기본적으로 이런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두 아들을 둔 김종덕은 집에서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손자들을 가진 할아버지다.

“인천 송도에 사는 아들은 골프 레슨을 하는 데 아빠는 선수로 뛰네요. 허허. 주말에 손주들과 맛있는 음식 먹으러 다니는 게 무척 즐거워요.”

화창한 봄 하늘 아래 하회탈 같은 김종덕의 미소가 밝기만 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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