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日 “반도체 개발 협력”… ‘한국-대만 따라잡기’ 본격화

김성모 기자

입력 2022-05-06 03:00 수정 2022-05-0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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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국 장관 “연구개발-공급망 강화”
국가간 직접적 기술협력 이례적
업계 “군사협력 이상의 의미” 해석도


미국과 일본이 최첨단 반도체 연구개발과 공급망 강화에 협력하기로 했다. 최신 반도체 기술에서 한국과 대만을 따라잡으려는 목적이라고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보도했다. 중국의 반도체 산업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려는 것으로도 풀이된다.

닛케이에 따르면 미국을 방문 중인 하기우다 고이치 일본 경제산업상은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과의 회담에서 이같이 합의했다. 하기우다 경제산업상은 기자회견에서 “서로 잘하는 분야에서 개발 노력을 기울이고 싶다”고 했다. 또한 미일 양국에서 반도체가 부족해지는 긴급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 협조하기로 했다.

미일 양국은 우선 반도체 초미세 공정 중 가장 앞선 기술인 2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 칩 개발에 힘을 모을 것이라고 닛케이는 전했다. ‘2나노’ 기술은 현재 주류로 쓰이는 5∼7nm 기술보다 2세대 앞선 것으로, 반도체는 회로의 선폭을 가늘게 만들수록 더 많은 소자를 집적할 수 있어 성능을 높이는 데 유리하다.

‘2나노’ 기술에서 가장 앞선 곳은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의 TSMC다. TSMC는 스마트폰과 슈퍼컴퓨터 등에 사용될 2나노 제품의 양산을 준비 중이다. 삼성전자도 2025년부터 2나노 제품을 양산할 계획이다.


닛케이는 “대만과 한국의 ‘2나노’ 기술력을 따라잡고, 2나노를 넘어서는 최첨단 제품을 먼저 개발하는 것이 미일 협력의 목표”라며 “미중 대립 상황에서 반도체의 경제 안보적 중요성이 커지고 있고 반도체 조달을 대만 등에 의존하고 있다는 위기감도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세계 주요국들이 반도체 생산 기술을 두고 치열하게 경쟁하는 상황에서 국가 간 직접적인 반도체 기술 협력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반도체가 각종 산업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만큼 군사협력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는 해석도 있다.

자국에 반도체 공급망을 구축하는 데 집중했던 미국이 일본과의 협력을 통해 반도체 기술력을 확보하는 쪽으로 전략을 수정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은 2018년 미중 무역갈등 이후 TSMC나 삼성전자 등 주요 반도체 기업들의 생산라인을 자국에 유치하는 방식으로 공급망을 짜왔다. 하지만 최근 글로벌 공급망 위기에 우크라이나 전쟁이 겹치면서 에너지 수급 대란이 벌어지는 등 국제적 불안정성이 커지자 안보와 경제를 지탱하는 핵심 자산인 반도체를 자급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려 한다는 것이다.


김성모 기자 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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