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전셋값 13주만에 하락 멈춰

정순구 기자 , 최동수 기자 , 정서영 기자

입력 2022-05-06 03:00 수정 2022-05-06 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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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임대차법 시행 2년 앞두고 신규 물량 부족에 전세시장 들썩
‘갱신권’ 소진 매물로 더 오를수도…서울 매매가격 15주만에 상승 전환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 하락세가 13주 만에 멈췄다. 신규 공급은 줄어들었는데 계약갱신요구권을 사용한 세입자들이 이사 갈 집을 찾아 시장에 나오고 있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도 규제 완화 기대감으로 15주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1기 신도시 매매가격 오름 폭도 가팔라졌다.》

서울 송파구 방이동의 A단지 아파트를 보유한 김모 씨는 최근 이 집에 입주해 있는 전세 세입자에게서 전화를 받았다. 세입자는 “8월 계약이 끝날 때 보증금을 지금보다 1억 원가량 올린 6억 원 후반대로 재계약하고 싶다”고 했다. 이미 해당 단지 전세 시세는 8억 원을 넘긴 상황. 김 씨는 “세입자가 임대차법 2년을 앞두고 전셋값이 더 뛸 수 있다고 생각해 전월세상한제를 고수하기보단 적당한 선에서 가격을 올리고 계약을 연장하고 싶어 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13주 만에 하락세를 멈추는 등 올해 7월 임대차3법 시행 2년을 앞두고 전세가격이 다시 들썩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년 전 계약갱신요구권을 사용한 세입자들이 시장에서 새로 집을 찾기 시작하는데 이들을 받아줄 신규 공급 물량은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5일 한국부동산원의 5월 첫째 주(2일 기준) 주간 아파트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전주(―0.01%) 대비 0% 증감률로 보합세를 보였다. 올해 1월 24일(0%) 이후 이어지던 전세가격 하락세가 13주 만에 멈춘 것이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이날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물량은 2만6241채로 두 달 전(3만2289채) 대비 23.04% 감소했다. 봄 신학기가 지난 4월은 이사철이 끝나면서 전세 수요가 줄고 물량이 쌓이는 것이 일반적인데 전세 물량이 오히려 연초보다 감소한 것이다.

실제로 이날 강동구 고덕동의 3658채 규모 대단지인 ‘고덕래미안힐스테이트’에서 전세로 나온 물량은 11개에 그쳤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한두 달 전만 해도 30개가 넘었는데 지금은 많이 빠졌다”고 설명했다.

전세 수요를 소화할 만한 신규 입주 물량이 적은 것도 불안 요인이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서울 민간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1만1272채로 지난해(2만1417채) 대비 34.48%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전세의 월세화’도 전세 물량 감소에 영향을 미친다. 국토교통부 주택 거래량 통계에 따르면 올해 3월 서울 전월세 거래 8만2791건 중 전세는 3만9210건, 월세는 4만3581건으로 월세 거래가 더 많았다. 전국적으로도 월세 거래 비중이 48%로 절반에 육박한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교수)는 “임대차법 2년이 다가오면서 집주인들이 갱신권을 소진한 집을 시세에 맞춰 내놓으면 평균 가격이 덩달아 오를 수 있다”며 “집주인의 실거주 요건을 완화해 주는 방식으로 전세 물량 공급을 유도하는 등 임대차법 보완 방안을 시급히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재건축 규제 완화 등 개발 기대감으로 전주(0%) 대비 0.01% 올라 상승세로 돌아섰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이 상승한 것은 1월 17일(0.01%) 이후 15주 만이다. 강남·서초·용산구 등 재건축 단지와 신축 대단지 등을 위주로 이전 최고 가격을 경신한 거래가 나오고 있다.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에 특별법 제정 등을 통한 주택 공급 확대가 포함된 1기 신도시도 아파트 매매가격이 일제히 상승했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가 전주 대비 0.05%, 산본신도시가 있는 군포시가 0.06% 올랐다. 일산신도시가 있는 고양시는 전주 대비 0.01% 올랐다.



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
정서영 기자 cer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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