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상승기 몸집 키운 P2P… 9개월새 대출 2배로 증가

김자현 기자

입력 2022-05-06 03:00 수정 2022-05-0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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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제2금융권 대출 조이기에 중저신용자 중심으로 수요 몰려
등록업체 41곳 대출 1조3662억
온투법으로 사기 등 우려 줄었지만 금융사 연계투자 막혀 성장엔 제약
금융당국, 제도개선 방안 고심


올 들어 금리 상승과 대출 규제 등의 여파로 은행권 가계대출이 감소세를 보이는 가운데 온라인투자연계금융(P2P) 시장은 꾸준히 몸집을 불리고 있다. 은행 대출이 어려운 중·저신용자를 중심으로 P2P 대출 수요가 몰리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5일 금융결제원이 운영하는 P2P 중앙기록관리기관에 따르면 등록 P2P업체 41곳의 대출 잔액은 4일 현재 1조3662억 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2500억 원 넘게 늘었다.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법(온투법) 시행으로 등록업체만 영업이 가능해진 지난해 8월 말(6799억 원)과 비교하면 2배 수준으로 급증했다. 지난해 12월 이후 은행 가계대출이 4개월 연속 줄어든 것과 대조적이다.

지난해부터 은행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중·저신용자들이 연 10%대 초중반의 금리로 대출받을 수 있는 P2P 시장을 찾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P2P업체들의 신용대출 금리는 연 5∼20%, 주택담보대출은 연 7∼10% 수준이다. 시중은행보다는 높지만 저축은행이나 카드론 등 제2금융권과는 비슷하거나 오히려 낮은 편이다.

특히 P2P 시장은 기존 금융사와 달리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의 규제를 받지 않는다. 이미 대출이 있는 사람도 신용도나 소득 수준 등에 따라 P2P업체에선 추가 대출을 받기가 상대적으로 쉬운 셈이다.

또 온투법 시행으로 P2P업체들이 투자금 예치기관 의무 보관 등의 규제를 받게 되면서 사기나 부실에 대한 이용자들의 불안이 줄어든 점도 P2P 시장을 찾게 되는 요인으로 꼽힌다. 피플펀드, 투게더펀딩 등 주요 P2P업체들은 부동산 채권에 문제가 생기면 투자금을 보전해주는 보험에 가입하는 등 상품 안정성을 높이는 데 힘을 쏟고 있다.

다만 저축은행 등 다른 금융회사와의 연계투자가 여전히 막혀 있어 P2P 시장 성장에 제약이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온투법은 P2P 금융상품에 저축은행 등이 투자하는 것을 명시적으로 허용하고 있지만 각 업권별로 적용되는 대출 규제가 달라 현실적으로 연계투자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금융당국은 이와 관련한 제도 개선을 고심하고 있지만 연계투자가 자칫 대출 규제 회피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어 뚜렷한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중·저신용자에 대한 대출을 활성화하기 위해 온투법으로 P2P업체들을 제도권으로 끌어들인 만큼 이 시장을 안정적으로 성장시킬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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