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국불교 정신 이어받은 통도사… 6·25 참전용사 위령재 연다

양산=김갑식 문화전문기자

입력 2022-05-06 03:00 수정 2022-05-0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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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오신날]
통도사
지난해 국가 현충시설 지정… 전쟁-일제강점기 때 호국 실천
“독립운동 역사 계승할 것”


통도사 용화전 미륵불소조좌상의 복장유물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나온 구하 스님의 연기문(緣起文)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주지 현문 스님. 동아일보DB

현충시설로 지정된 경남 양산 통도사에서 6·25전쟁 참전 호국영령을 기리는 위령재가 열린다.

3일 통도사는 “6월 18일 대웅전 및 용화전 일대에서 ‘영축총림 통도사 31육군병원 통도사분원 6·25 참전 호국영령 위령재’(가제)를 연다”고 밝혔다. 불교 전통의식에 따라 괘불이운과 용화전(사진)의 미륵옥불 점안식 등이 이어진다. 행사는 국방부, 국가보훈처, 경상남도, 양산시, 대한민국상이군경회가 후원하며 6·25전쟁 참전 희생자와 유족, 불교 신도 등이 참석한다.

통도사 측은 “이번 위령재는 호국영령을 위로하는 불교식 추모행사이자 그들의 넋을 기리며 조성한 미륵옥불을 점안해 호국불교의 정신을 선양하는 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국가보훈처는 지난해 11월 ‘현충시설 지정서’를 통도사에 전달했다. 현문 스님이 주지로 취임한 후인 2019년 가을부터 이어진 제31육군병원 통도사 분원의 존재 사실을 규명하는 노력이 정부로부터 공식적으로 인정받는 성과를 거둔 것이다.

현충시설 지정서의 정식 명칭은 ‘제31육군병원 통도사 분원으로 쓰인 곳―통도사’이며 소재지는 ‘경상남도 양산시 하북면 통도사로 108’로 기록돼 있다. 국가보훈처는 지정서에서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74조의 2 제1항에 따라 현충시설로 지정한다고 밝혔다. 이 조항은 “국가보훈처장은 국가유공자 또는 이들의 공훈과 희생정신을 기리기 위한 건축물, 조형물, 사적지 또는 국가유공자의 공헌이나 희생이 있었던 일정한 구역 등으로서 국민의 애국심을 기르는 데에 상당한 가치가 있다고 인정되는 것을 현충시설(顯忠施設)로 지정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통도사는 2019년 9월 26일 용화전 미륵불소조좌상의 복장유물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육군병원의 존재사실이 담긴 ‘용화전 미륵존불 갱(更) 조성연기’(1952년 9월 작성)를 발견했다. 이후 국회, 국방부, 국가보훈처, 울산보훈지청 등 관련 기관에 현충시설 지정을 요청하는 한편 생존자와 유가족 증언을 청취하는 등 육군병원 존재 사실을 규명하는 데 노력을 집중했다.

기록과 증언 등에 따르면 6·25전쟁 당시 통도사에는 3000명이 넘는 부상병을 치료하는 육군병원이 설치돼 운영됐고 통도사의 전각과 암자는 병원 사무실, 치료실, 수술실, 입원실로 사용됐다. 이 과정에서 통도사의 적지 않은 문화재가 파손되기도 했다.

현문 스님은 “통도사는 6·25전쟁뿐 아니라 일제강점기에도 국난에 처한 나라를 구하기 위해 독립운동에 나서는 등 호국불교를 실천해 왔다”며 “독립운동에도 기여한 통도사의 역할과 성과를 올바르게 기록하고 우리 시대에 계승하는 일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양산=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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