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언제 올지 몰라”…조선업계, 수주 호황에도 공채 망설여

뉴시스

입력 2022-05-04 14:48 수정 2022-05-04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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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업계가 선박 수주 호황을 이어가며 일손이 부족한 상황이지만 선뜻 공개채용에는 나서지 못하고 있다. 인력을 쉽게 늘렸다가 혹, 불어닥칠 불황에 대처하기 어렵다는 게 이유다. 실제로 지난 2014년 이후 수년간 지속된 수주 절벽으로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을 경험했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국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 3사 가운데 올 상반기 공채를 진행한 곳은 한국조선해양이 유일하다.

한국조선해양 그룹사인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 3월21일부터 400명 규모의 신입사원 공채를 진행하고 있다. 연초 선발을 완료한 수시 채용 인원 400여 명을 포함해 올 상반기에만 약 800명의 대졸 신입사원을 채용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조선업 불황이 시작된 2014년 이후 최대 규모다.

반면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은 공채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다만 필요한 인력은 경력직 위주로 수시로 채워가고 있는 실정이다.

이들이 공채를 외면하는 이유는 수주 절벽으로 인해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현재는 상황이 좋아 수주가 이어지고 있지만, 언제 물량이 끊길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달 26일 사임 의사를 밝힌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은 조선업 불황을 경고했다. 이 회장은 지난 3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LNG 선박 특수로 조선업 상황이 좋아질 것으로 보는데 이는 잘못된 낙관론으로 자칫 몇년 후 대규모 조선업 부실이 재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국내 조선업계는 지난 2014년부터 수년간 이어진 불황으로 대규모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거제시가 올해 2월 말 기준으로 작성한 ‘조선해양 및 지역경제 주요지표’에 따르면 지난 2015년 기준 전국 조선소 직원은 18만7682명이었다. 하지만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구조조정을 추진한 결과 올해 2월 기준 조선소 직원은 9만9315명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수년간 인력 구조조정으로 큰 고통을 겪었다”며 “인력 채용은 쉽지만 나중에 불황이 오면 직원들 임금조차 주기 버겁다. 현재 호황 사이클이라고는 하지만 불황이 언제 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대규모로 인력을 채용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국내 조선업계는 지난해부터 수주 호황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한국조선해양은 연간 목표치(149억달러) 대비 152% 초과 달성했다. 삼성중공업은 목표치(91억달러)를 34% 넘겼다. 대우조선해양도 연간 목표치(77억달러)를 40% 넘겼다.

올해 역시 비슷한 성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조선해양은 지금까지 총 91척, 102.7억 달러를 수주해 연간 수주 목표인 174.4억 달러 대비 58.9%를 달성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총 20척 약 46.1억 달러를 수주해 올해 목표 89억 달러 대비 약 51.8% 달성했다. 삼성중공업은 총 14척, 22억 달러를 수주, 연간 목표 88억 달러의 25%를 채웠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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