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 반려견 산책 돕고, 집정리 도움받고

강승현 기자

입력 2022-05-04 03:00:00 수정 2022-05-04 16:4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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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품앗이 ‘서울시간은행’ 추진


대학생 A 씨는 방학 때 여유시간을 이용해 4시간 동안 이웃의 반려견 산책을 도와줬다. A 씨가 도움을 주는 데 사용한 시간은 서울시간은행에 적립됐는데, 얼마 후 이사할 때 적립한 시간만큼 이삿짐 나르기와 집 정리 등 다른 이웃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가상의 사례지만 앞으로 A 씨와 같이 적립 시간만큼 도움을 주고받는 품앗이 형식의 거래가 실제로 이뤄지게 된다.

서울시는 자신의 시간과 재능을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제공하고 그만큼 ‘시간화폐’를 제공받는 ‘서울시간은행’ 사업을 시작한다고 3일 밝혔다. 적립한 시간화폐는 나중에 도움이 필요할 때 쓸 수 있다. 서울시간은행은 미국에서 시작돼 현재 영국, 호주 등 전 세계 40여 개 나라에서 운영되고 있는 타임뱅크 방식을 차용했다.

이번 사업은 최근 1인 가구가 크게 늘어난 상황 등을 반영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현재 서울에 거주하는 10가구 중 3가구 이상(34.9%)은 1인 가구다. 이 가운데 ‘어려울 때 도움받을 사람이 없다’고 응답한 시민은 21.8%나 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1인 가구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지만 주변과 교류가 활발하지 않아 의지하거나 도움을 청할 수 있는 곳은 줄고 있다”면서 “큰 도움은 아니지만 시간은행을 통해 일상 속에서 작은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시간화폐는 간단한 집수리부터 카풀, 반찬 나눔, 반려동물 산책 등 일상적 도움을 주고받을 때 사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 사용이 어려운 어르신에게 스마트폰 사용법을 가르쳐드리고 시간화폐를 적립한 대학생이 나중에 자취방 이삿짐 나르기나 자전거 수리 같은 도움이 필요할 때 시간화폐를 사용하는 식이다. 일의 종류나 강도와 상관없이 적립 및 사용은 시간을 기준으로 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시민의 자발적 참여로 이뤄지는 서울시간은행이 사회적 관계망을 회복하고 공공복지의 사각지대를 보완하는 대도시형 공동체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는 우선 올해 4개 거점(지점)에서 시범사업을 시작하고, 연말까지 민간 전문기관을 통해 사업 효과를 분석·검증할 예정이다. 내년부터는 자체 온라인 플랫폼을 만들어 서울 전역으로 확대해 본사업을 시작할 계획이다. 시간은행은 참여자 수가 성패의 관건이기 때문에 서울시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적극적으로 홍보하면서 전용 플랫폼 구축도 서두를 방침이다.

시범사업은 9일부터 네이버 카페 서울시간은행을 통해 시작한다. 14세 이상 서울시민 누구나 회원으로 가입할 수 있다. 시범사업이 추진되는 4개 거점별로 코디네이터가 배치돼 활동 수요·공급 매칭, 시간화폐 적립 사용 등을 지원한다. 4개 거점은 △국민대∼정릉 △방아골종합사회복지관∼방학2동 △타임뱅크하우스∼홍은동 △서울시청 등이다.

이원목 서울시 시민협력국장은 “사회적 고립을 해결하고 지속가능한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서 새로운 형태의 공동체 모델 정립이 필요하다”며 “서울시간은행에 많은 시민이 참여하고 이를 통해 서로 활발하게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다양한 지원을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강승현 기자 byhu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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