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아직도 ‘체어맨’? 남성중심적 용어부터 버려라
박종규 펜실베이니아주립대 앨투나캠퍼스 조교수 , 정리=이규열 기자
입력 2022-05-04 03:00 수정 2022-05-04 03:16
美 휴스턴-밴더빌트대 연구팀, 체어맨-체어 각각 용어 사용 관찰
‘맨’ 썼을때 女→男으로 자주 착각, 용어가 사회적 성 고정관념 고착화
여성이 리더 되는데 장애물 작용도… 우리말 ‘여사장’ ‘여배우’ 등 피해야
타이틀은 특정한 성별을 지칭할 수도 있고 성 중립적일 수도 있다. 타임지는 1999년부터 ‘올해의 남성(Man of the Year)’ 대신 ‘올해의 인물(Person of the Year)’이란 명칭을 사용하기로 했다. 기업의 회장이나 의장을 지칭하는 표현으로 보통 ‘체어맨(Chairman)’을 사용하지만 ‘체어(Chair)’란 단어를 사용하는 기업들도 있다.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특정 성별을 지칭하는 직함이 리더십에 대한 성 고정관념을 더 크게 만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휴스턴대와 밴더빌트대 공동 연구진은 남성적인 호칭이 리더십과 남성성 사이의 연결고리를 더 강하게 만들어 여성이 리더의 자리에 오르는 데 장애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가설을 세웠다. 연구진은 가설을 증명하기 위해 두 가지 실험을 진행했다.
첫 번째 실험의 참가자들은 리더가 등장하는 짧은 글을 읽고 리더의 성별을 추론했다. 참가자들은 리더의 성별을 전혀 몰랐지만 대부분이 남성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경향은 글에 ‘체어’를 사용했을 때보다 ‘체어맨’을 사용했을 때 더 두드러졌고, 남성 참가자들뿐 아니라 여성 참가자들 사이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났다.
두 번째 실험에서 연구진은 참가자들에게 글 속 리더의 성별을 명확히 알려주고 추후 참가자들이 이를 정확히 기억하는지 확인했다. 실험 결과, 글에서 ‘체어’ 대신 ‘체어맨’을 썼을 때 여성 리더를 남성으로 잘못 기억하는 참가자가 더 많았다. 이에 연구진은 남성 중심적 직함 같은 성차별적 언어의 사용이 성 고정관념과 사회적 지위의 차이를 더 고착화한다는 점에서 성차별의 한 종류라고 봤다. 또한 이는 여성이 리더가 되고 리더십을 발휘하는 데 장애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2022년 4월 기준 미국 상원과 하원의 여성 의원은 각각 24%와 27.8%에 불과하다. S&P 500대 기업 직원의 45%가 여성이지만 여성 최고경영자(CEO)의 비율은 6.4%에 그친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여성 CEO와 여성 임원의 수가 점점 늘고는 있지만 여전히 ‘소수의 인원을 상징적으로 뽑아 구색을 맞추는 것’을 뜻하는 토크니즘(Tokenism)에 갇혀 있는 경우가 많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성 중립적인 직함을 사용하는 것이 리더십 성비 불균형 문제를 개선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다. 미 재무장관인 재닛 옐런은 2014년 첫 여성 연방준비위원회 의장으로 지명됐을 때 더 이상 ‘체어맨’이라는 직함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직원들에게 자신을 ‘체어’로 부르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우리말에선 리더의 직함이 기본적으로 성 중립적인 호칭들로 이뤄져 있다. ‘회장’ ‘사장’ ‘의장’은 모두 성별을 특정할 수 없는 단어들이다. 하지만 호칭 앞에 ‘여(女)’를 붙여 성별 혹은 직업을 굳이 특정 짓기도 한다. ‘여사장’ ‘여배우’ ‘여류작가’ 등이 그 예이다. 점점 사용 빈도가 줄어들고 있긴 하나 은연중에 여전히 이런 호칭들을 사용하고 있지 않은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박종규 펜실베이니아주립대 앨투나캠퍼스 조교수 pvj5055@psu.edu
정리=이규열 기자 kylee@donga.com
‘맨’ 썼을때 女→男으로 자주 착각, 용어가 사회적 성 고정관념 고착화
여성이 리더 되는데 장애물 작용도… 우리말 ‘여사장’ ‘여배우’ 등 피해야
타이틀은 특정한 성별을 지칭할 수도 있고 성 중립적일 수도 있다. 타임지는 1999년부터 ‘올해의 남성(Man of the Year)’ 대신 ‘올해의 인물(Person of the Year)’이란 명칭을 사용하기로 했다. 기업의 회장이나 의장을 지칭하는 표현으로 보통 ‘체어맨(Chairman)’을 사용하지만 ‘체어(Chair)’란 단어를 사용하는 기업들도 있다.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특정 성별을 지칭하는 직함이 리더십에 대한 성 고정관념을 더 크게 만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휴스턴대와 밴더빌트대 공동 연구진은 남성적인 호칭이 리더십과 남성성 사이의 연결고리를 더 강하게 만들어 여성이 리더의 자리에 오르는 데 장애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가설을 세웠다. 연구진은 가설을 증명하기 위해 두 가지 실험을 진행했다.
첫 번째 실험의 참가자들은 리더가 등장하는 짧은 글을 읽고 리더의 성별을 추론했다. 참가자들은 리더의 성별을 전혀 몰랐지만 대부분이 남성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경향은 글에 ‘체어’를 사용했을 때보다 ‘체어맨’을 사용했을 때 더 두드러졌고, 남성 참가자들뿐 아니라 여성 참가자들 사이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났다.
두 번째 실험에서 연구진은 참가자들에게 글 속 리더의 성별을 명확히 알려주고 추후 참가자들이 이를 정확히 기억하는지 확인했다. 실험 결과, 글에서 ‘체어’ 대신 ‘체어맨’을 썼을 때 여성 리더를 남성으로 잘못 기억하는 참가자가 더 많았다. 이에 연구진은 남성 중심적 직함 같은 성차별적 언어의 사용이 성 고정관념과 사회적 지위의 차이를 더 고착화한다는 점에서 성차별의 한 종류라고 봤다. 또한 이는 여성이 리더가 되고 리더십을 발휘하는 데 장애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2022년 4월 기준 미국 상원과 하원의 여성 의원은 각각 24%와 27.8%에 불과하다. S&P 500대 기업 직원의 45%가 여성이지만 여성 최고경영자(CEO)의 비율은 6.4%에 그친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여성 CEO와 여성 임원의 수가 점점 늘고는 있지만 여전히 ‘소수의 인원을 상징적으로 뽑아 구색을 맞추는 것’을 뜻하는 토크니즘(Tokenism)에 갇혀 있는 경우가 많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성 중립적인 직함을 사용하는 것이 리더십 성비 불균형 문제를 개선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다. 미 재무장관인 재닛 옐런은 2014년 첫 여성 연방준비위원회 의장으로 지명됐을 때 더 이상 ‘체어맨’이라는 직함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직원들에게 자신을 ‘체어’로 부르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우리말에선 리더의 직함이 기본적으로 성 중립적인 호칭들로 이뤄져 있다. ‘회장’ ‘사장’ ‘의장’은 모두 성별을 특정할 수 없는 단어들이다. 하지만 호칭 앞에 ‘여(女)’를 붙여 성별 혹은 직업을 굳이 특정 짓기도 한다. ‘여사장’ ‘여배우’ ‘여류작가’ 등이 그 예이다. 점점 사용 빈도가 줄어들고 있긴 하나 은연중에 여전히 이런 호칭들을 사용하고 있지 않은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박종규 펜실베이니아주립대 앨투나캠퍼스 조교수 pvj5055@psu.edu
정리=이규열 기자 ky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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