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금리 빅스텝에… 따라가는 韓, 역주행 中-日

박민우 기자

입력 2022-05-04 03:00 수정 2022-05-04 0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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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통화정책 삼국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3, 4일(현지 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밟을 것이 확실시되면서 각국 통화당국은 금융시장에 미칠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의 고강도 긴축을 앞두고 중앙은행의 대응이 중요해진 가운데 수출 경합국인 중국과 일본은 완화 정책을 유지하고 있어 한국은행의 셈법은 한층 더 복잡해졌다. 이달 26일 열릴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이창용 신임 총재의 리더십을 가늠할 첫 번째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 낮은 물가에 미국과 거꾸로 가는 중국-일본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중국 중앙은행인 런민(人民)은행이 지난해 12월에 이어 올해 1월 기준금리 격인 대출우대금리(LPR)를 낮춘 데 이어 이달 추가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중국 공산당이 최근 ‘바오우(保五·5% 성장률 유지)’ 달성 의지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상하이에 이어 베이징 일부까지 봉쇄 조치를 확대한 중국은 경기 방어가 시급한 상황이다. 정정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경제 안정화를 위한 중국 정부의 뚜렷한 액션은 이달 20일 LPR를 추가 인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빅스텝과 반대로 중국이 금리 인하에 나설 수 있는 것은 원자재 시장의 영향력을 앞세워 물가를 방어할 여력이 있기 때문이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제조업에 활용되는 주요 광물 가운데 66% 품목의 최대 공급자가 중국이다. 우크라이나 사태와 공급망 차질로 원자재 가격이 급등했지만 수출국인 중국은 상대적으로 영향이 덜한 셈이다. 실제로 중국의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5%로 주요국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다.

일본은행도 지난달 28일 마이너스 금리(―0.1%)와 무제한 돈 풀기 정책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최근 달러-엔 환율이 130엔을 웃돌며 20년 만에 최고치로 올랐지만 장기 침체와 보수적인 임금 체계 영향으로 저물가가 계속돼 통화완화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8%를 넘는 미국과 0.8% 정도에 그치는 일본은 환경이 전혀 다르다”며 “(물가 상승률) 2%의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실현을 목표로 완화를 계속할 것”이라고 했다.
○ 한미 간 금리 역전 우려…빅스텝에 끌려가는 한국



이와 달리 한은은 지난달 기준금리를 연 1.25%에서 1.50%로 올린 데 이어 이번 달에도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연준이 5월에 이어 6, 7월까지 세 차례에 걸쳐 빅스텝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한미 간 기준금리 역전까지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미 간 금리 격차가 좁혀지거나 역전될 경우 최근 1270원을 돌파한 원-달러 환율 상승세가 더 가팔라지고 급격한 외국인 자본 유출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3일 발표된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8%로 치솟고 미래 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기대인플레이션율도 3%를 웃돌아 한은이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은 더 커졌다.

하지만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더라도 원화는 중국과 일본의 완화 정책에 따라 약세를 보이는 위안화, 엔화와 동조해 약세 기조가 계속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한국은 연준의 빅스텝에 끌려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소비, 투자 위축에 위안화와 엔화 약세로 인한 수출 부진까지 겹쳐 올해 성장률이 2%대 초반에 머물 수 있다”고 말했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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