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 일가 ‘증여세·소득세 140억원 취소’ 소송 1심 패소

뉴시스

입력 2022-05-03 11:18 수정 2022-05-03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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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배우자와 자녀들이 증여세 등 140억원 상당의 세금부과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행정소송을 냈지만 1심에서 패소했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부장판사 이정희)는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조현민 한진 사장이 남대문·종로·용산·반포세무서장을 상대로 제기한 증여세 등 부과처분 취소 소송에서 지난달 26일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한진그룹 산하 대한항공은 지난 2003년부터 2018년까지 중개업체 3곳을 통해 항공산업 관련 물품들을 납품받았는데, 이들 중개업체들은 거래가 성사될 경우 공급사로부터 거래금액의 일정 비율만큼을 중개수수료로 수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업체들의 대표는 이 전 이사장, 조 전 부사장, 조 회장의 고등학교 후배 A씨 등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지방국세청은 2018년 조 회장 일가에 대한 세무조사를 실시했는데, 이 중개업체들의 실질적인 사업자가 조 회장이므로 중개업체들로부터 발생하는 수익은 조 회장의 사업소득이라고 판단했다. 또 이 사건 중개업체들에서 발생한 수익을 조 회장이 일가족들에게 증여했다고 봤다.

이에 서울지방국세청은 조 회장에게 종합소득세 부당과소신고가산세 및 부가가치세법상 가산세를 부과하겠다는 내용, 이 이사장 등 일가족 4명에게 이 사건 중개업체들의 수익에 관해 증여세를 부과하겠다는 내용의 세무조사결과를 통지했다.

남대문세무서 등 관할 세무서는 해당 세무조사 결과에 따라 조 회장의 배우자인 이 전 이사장과 조 전 부사장 등 자녀 3명에게 총 122억8300만여원의 증여세를 부과했다. 조 회장에게는 종합소득세 부당과소신고가산세 등 총 17억2900만여원 상당을 부과했다.

과세 처분에 불복한 조 전 부사장 등은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했으나 2020년 모두 기각됐고,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조 전 부사장 등은 재판 과정에서 ‘조 전 회장은 중개업체들의 실질적인 사업자가 아니고, 종합소득세는 가족들 명의로 이미 신고·납부됐기 때문에 조 회장이 과소신고했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원고들은 이 사건 중개업체들에 높은 출자지분을 가지고 있음에도 사실상 사업에 관여한 바가 전혀 없었다”며 “조 회장이 A씨를 통해 이 사건 중개업체들을 지배하면서 벌어들인 소득을 가지급금의 형식으로 원고들에게 지급한 만큼, 증여세 부담 없이 원고들에게 무상으로 이전할 목적으로 위 중개업체들을 설립·운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가지급금을 차용금의 명목으로 받은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원고들은 차용금의 변제기나 이자를 정하지 않은 채로 필요할 때마다 금원을 수령해 개인용도로 사용했고, 위 가지급금의 상당부분이 미변제된 상태로 보인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조 회장에 대한 종합소득세 과세처분에 대해서도 “중개업체들의 실질적 사업자인 조 회장이 아닌 원고들이 소득세를 신고한 이상 해당 신고는 효력이 없고 조 회장에게 새롭게 종합소득세가 부과돼야 한다”며 처분이 적법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조 회장이 종합소득세를 단순히 과소신고하는 데 그치지 않고 원고들 명의의 이 사건 중개업체들을 통한 적극적 은닉행위를 통해 종로세무서장의 조세 부과 및 징수를 현저히 곤란하게 했다”며 조 회장의 과소신고는 ‘부정행위’에 해당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조 회장은 회계사인 A씨로부터 자신과 가족들의 세무적인 부분을 수시로 보고받았던 것으로 보인다”며 “조 회장의 종합소득세의 신고 누락은 단순한 지식의 부족으로 인한 것이라고 할 수 없고, 증여세를 포탈하고자 하는 목적에서 원고들로 하여금 조 회장을 대신해 종합소득세를 부담하게 할 의도가 있었음이 분명하다”고 판시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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